▲ 김남국 소장

‘근검절약’이란 단어를 들으면 1960, 70년대 어려웠던 시절을 떠올리시는 사람들이 많다. 자린고비나 구두쇠 같은 다소 부정적인 이미지와 연관시키는 경우도 많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면서 요즘에는 과감한 투자, 적극적인 물량 공세 같은 게 보다 시대정신에 더 부합하는 것 같다. 절약은 철지난 구호처럼 들린다.

그런데 경영학계에 절약과 관련한 이야기가 다시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초경쟁 환경에서 경영 패러다임이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과거 경쟁우위에 의존하지 말고 끊임없이 새로운 경쟁우위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리타 맥그래스 컬럼비아 교수의 저서 ‘경쟁우위의 종말’에는 ‘절약, 절약, 절약’이란 제목의 단원이 등장한다. 디자인 씽킹이란 개념을 창안한 로저 마틴 토론토대 교수가 최근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기고한 사회적 기업의 성공 요인을 다룬 글에서도 절약 정신이 핵심 키워드로 등장한다.

리타 맥그래스 교수는 자린고비 전략의 모델로 미국 기능성 의류 브랜드인 언더아머 사례를 제시했다. 언더아머의 창업자는 원래 운동선수였는데, 면 티셔츠를 입고 땀을 흘리면서 느꼈던 불편함이 사업의 계기가 됐다. 그는 땀을 흘려도 운동복처럼 금세 마르는 ‘운동복 티셔츠’라는 새로운 컨셉의 제품을 개발했다. 그런데 제품이 아무리 좋아도 사람들에게 잘 알리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

대규모 광고를 하면 인지도를 단기간에 높이겠지만 그럴 만 한 돈이 없었다. 그래서 이 창업자는 발로 뛰어다녔다. 선수들이 머무르는 락커룸을 돌아다니며 운동선수들에게 옷을 무료로 주고 마음에 들면 동료 선수에게 선물하라며 하나를 더 줬다고 한다. 이렇게 최소비용의 마케팅을 했는데 그 효과는 상당했다. 유명 선수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고 미디어에 노출됐으며 유명 영화배우가 언더아머를 입어서 큰 홍보 효과를 얻기도 했다.

로저 마틴 교수가 들려준 사례도 무척 흥미롭다. 개발도상국에서 지뢰제거를 하기가 무척 힘들다. 워낙 장비가 비싸기 때문이다. 지뢰 탐지견을 활용할 수도 있지만 전문적으로 훈련된 개는 비싸기도 하고 개의 무게 때문에 탐지견이 지뢰를 밟아 죽는 사례도 많다고 한다.

벨기에 민간 연구단체인 아포포는 혁신적인 저비용 솔루션으로 이 복잡한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했다. 바로 쥐를 훈련시켜 지뢰를 찾게 한 것이다. 쥐는 훈련을 시키면 탐지견 못지않게 냄새로 지뢰를 찾을 수 있을 정도로 똑똑하다고 한다. 게다가 몸무게가 적게 나가서 탐지견과 달리 지뢰를 밟아도 죽지 않는다. 첨단 장비나 탐지견보다는 훨씬 싼 값에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자본주의가 발달하고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가 이뤄지면서 절약이란 가치는 상대적으로 빛을 잃은 것 같다. 하지만 관행적으로 집행되는 부분들을 절약이란 관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자원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기존 기업에서도 이런 접근은 큰 성과를 낸다. 이안 맥밀란 와튼스쿨 교수는 “도전적 기업가들은 돈을 쓰기 전에 그들의 상상력을 쓴다”고 말했다. 관행적으로 쓰던 돈을 쓰기 전에 상상력을 먼저 쓸 수 없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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