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계약 내용을 참고한 도면 여부, 사건별 검토 등 유연성 필요 제기도...

▲ 정부와 대법원 등은 공동주택 등의 하자판정의 기준이 되는 도면은 준공도면이라고 밝히고 있다.

건축행위가 마무리되더라도 건축사의 업무는 끝나지 않는다. 납품 후 설계지원, 준공 후 하자 및 유지관리 역시 건축사의 업무 영역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객만족도나 거주 후 평가의 기준이 될 하자문제는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일반적으로 건축물 하자는 공사도급계약서와 계약서에 첨부된 설계도면을 비롯한 시방서 등 관련 서류를 근거로 하자여부를 따지게 된다. 자칫 송사에 휘말릴 경우 하자의 기준이 되는 도면은 사업승인도면(기본설계도면) 또는 착공도면으로 판단할 것인지 아니면 사용검사도면인 준공도면으로 판단할 것인지 여부가 판결의 핵심이 되기 때문에 하자판정 기준 도면은 첨예한 사안이 된다.

공동주택은 우리나라 국민의 약 70%가 거주하고, 매년 약 30만 세대가 입주하고 있는 대표적인 주거공간이다. 따라서 아파트 등 공동주택 건설과정의 하자로 인해 입주자와 시공사간 하자분쟁은 상존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실제 2009년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를 발족한 이래 매년 하자심사·분쟁 접수건수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 대법원, 아파트 하자 발생 여부
   기준도면은 준공도면으로 해야

결론부터 밝히면 준공도면이 하자판단의 기준도면이 된다. 대법원은 지난 ‘2014. 10. 15. 선고 2012다18762’ 판결에서 ‘아파트에 하자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는 준공도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하자 여부는 당사자 사이의 계약 내용, 해당 아파트가 설계도대로 건축되었는지 여부, 주택 관련 법령에서 정한 기준에 적합한지 여부 등 여러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하자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는 원칙적으로 준공도면을 기준으로 판단함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사건의 쟁점은 아파트에 하자가 발생하였는지 판단하는 기준과 아파트가 사업승인도면이나 착공도면과 달리 시공되었지만 준공도면에 따라 시공된 경우 이를 하자라고 볼 수 있는 지 여부, 도급계약에서 완성된 목적물의 하자가 중요하지 않으면서 보수에 과다한 비용을 요하는 경우, 하자의 보수나 그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지 여부에 대한 사안이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사업주체가 아파트 분양계약 당시 사업승인도면이나 착공도면에 기재된 특정한 시공내역과 시공방법대로 시공할 것을 수분양자에게 제시 내지 설명하거나 분양안내서 등 분양광고나 견본주택 등을 통해 그러한 내용을 별도로 표시해 분양계약의 내용으로 편입하였다고 볼 수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아파트에 하자가 발생하였는지는 원칙적으로 준공도면을 기준으로 판단함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따라서 아파트가 사업승인도면이나 착공도면과 달리 시공되었더라도 준공도면에 따라 시공되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하자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 판결의 요지이다.

◆ 국토부, 하자분쟁조정 시
   사용검사를 받은 설계도서 기준

일반인의 사례를 한 번 보자. “드레스룸과 침실 벽체, 현관 천장에 결로와 곰팡이가 발생했어요. 이건 명백한 하자가 아닌가요?” 하자심사 분쟁조정위원회에 하자 판정을 구한 사례이다. ‘드레스룸, 침실1 벽체 및 현관 천장에 결로·곰팡이 건’은 해당부위에 사용검사도면과 달리 THK10mm 결로방지재 및 THK150mm 단열재를 시공하지 않아 기능상, 미관상 지장을 초래하고 있어 미시공하자로 판정됐다.

이처럼 정부 역시 공동주택 하자판정에 대해 별도의 기준이 마련되어 있다. 국토교통부는 공동주택 하자의 보수, 보수비용 산정 방법 및 하자판정기준 고시를 마련해 기준이 미비하거나 불명확한 경우, 또 법원판례와 상이한 경우에 대비하고 있다.

고시에 따르면 시설물의 하자 여부는 사용검사를 받은 설계도면을 기준으로 판정하되, 재료와 품질이 입주자 모집공고나 주택공급계약 체결 당시와 다르거나 사업승인을 받은 설계도면대로 시공하기로 입주자에게 약속한 경우는 그에 따르도록 하고 있다. 설계도서 간 내용이 불분명한 경우는 규격과 재료 등을 명확하게 기재한 도면을 적용토록 한다.

또 공동주택 계약과 건축, 건설시 시공사 간, 설계도서 간에 여러 가지 관계서류가 존재하므로, 적용의 우선순위를 정해 적용방법도 명확히 했다. 하자심사 또는 분쟁조정을 할 때에 설계도서 등의 내용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는 주택공급계약서, 견본주택, 계약자 배포용 분양책자, 특별(공사)시방서, 설계도면, 일반시방서·표준시방서 순으로 적용해 판단하게 된다.

◆ 선분양 후시공 되는 공동주택,
   정보 없는 수분양자는
   사업승인도면이 하자보수 기준으로
   오해 여지 있어

‘준공도면이 하자판정의 기준’이라는 판결이전 예외적인 판결도 있었다. ‘2007. 6. 1. 선고 2005다5812, 5829, 5836’ 판결에서는 분양안내서 제공이나 모델하우스의 제시를 통해 개별적으로 약속하는 등으로 사업승인도면에 기재된 내용이 분양계약의 내용에 편입되었다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사업승인도면이나 착공도면으로 하자여부를 판정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서울고등법원 2012. 1. 18. 선고 2009나66558 판결’에서는 ‘분양자가 사업승인도면 및 착공도면의 내용에 변경을 가하는 분양계약을 체결하기 위해서는 수분양자에게 그 변경사실을 알리고 설명함으로써 이를 적극적으로 분양계약의 내용으로 편입시키는 행위를 하여야 한다’고 판결했다.

선분양, 후시공의 방식으로 분양이 이뤄지고 있는 국내 공동주택의 경우, 분양 계약 체결시점에는 공동주택이 착공 전인 경우가 많다. 때문에 수분양자는 본인이 계약한 공동주택을 확인할 방법이 없고, 사업승인을 받으면서 제출한 도면인 사업승인도면과 착공신고를 하면서 제출한 실시설계도면에 따라 건축되기를 기대하고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이런 시스템에서 수분양자의 입장에서는 준공도면이 아닌 사업승인도면을 기준해 하자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길 수밖에 없다. 특히 하향 시공된 부분이 존재한다면 하자보수 문제뿐만 아니라 손해배상 책임 등의 복잡한 문제로 발전할 개연성도 없지 않다. 하자보수에 대한 도면 기준이 준공도면이라는 판례가 제시되었음에도 여전히 이견이 나오고 있는 이유이다.

다만 실제 현장의 상황은 준공도면이 하자판정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A 건축사는 “건축과정에서 공사 현장의 여건이나 특성으로 대체시공 등 설계변경은 실제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는 현실이다”면서, “이렇게 변경된 설계도서를 대상으로 사용검사를 받게 되는 만큼 하자보수는 준공도면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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