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가을 하늘 아래에서 자연을 만끽하고 싶은 계절이다. 단풍을 찾아 산과 들로 떠나고 싶다. 산림욕을 하면 하지 않았을 때보다 기분이 36.9%가 좋아진다고 한다. 이는 숲 속의 식물들이 만들어 내는 피톤치드와 같은 휘발성 유기화합물(Volatile Organic Compounds; VOCs)이 있기 때문이다. 피톤치드는 말초 혈관을 단련시켜 신경망을 잘 통하게 하고, 뇌 기능을 활성화시켜 심폐기능 등을 강화해 준다. 따라서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물질로 분류되고 있다. 그런데 국내의 대기환경보전법에서는 피톤치드와 같은 천연화합물도 농약, 폼알데하이드·벤젠·아세틸렌·휘발유 등과 같은 합성 VOC와 동일하게 실내공기질 규제 대상으로 취급하고 있다. 피톤치드는 숲뿐만 아니라 건조 목재에서도 다량의 피톤치드가 방출된다. 현행법으로 하면, 목조주택과 실내 인테리어에 사용하는 목재도 실내공기질 규제 대상이 된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건조 목재에서는 모노테르펜(monoterpene)과 세스퀴테르펜(sesquiterpene) 등과 같은 피톤치드 성분이 85% 이상 나오며, 특히 국산 소나무(5,330ng/L)는 편백(2,680ng/L)보다 피톤치드 함량이 2배 정도 높다고 한다. 소나무는 무늬가 아름답고 강도가 높으면서 가공성이 뛰어나 예로부터 최고의 건축재로 사용돼 왔다. 이제는 소나무도 마음 놓고 실내에서 사용할 수 없다. VOC란 증기압이 높아 대기 중으로 쉽게 증발되는 액체 또는 기체상의 유기화합물을 말한다. 대기 중에서 햇빛의 작용으로 광화학반응을 일으켜서 인체에 유해하거나 대기오염을 유발하는 물질이다. 당연히 발암성을 지닌 독성 화학물질이나 광화학산화물의 전구물질이 이에 포함돼야 한다. 그런데 숲 속의 향긋한 냄새를 만들어 내는 피톤치드도 독성 화학물질과 같이 실내공기질 규제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오염물질이나 피톤치드가 뇌로 가는 다중 경로는 동일하다. VOC가 후각을 통해 직접 뇌로 침투하거나 간접적으로 폐 세포에 염증을 유발하거나 부신피질에서 코르티솔을 자극하여 스트레스를 받도록 한다. 이 때 피톤치드도 같은 경로로 몸에 유입되지만 신경세포망이 잘 통하도록 해주고 뇌 활동이 원만하도록 촉진자 역할을 한다. 반면 합성 유기화합물로 된 VOC는 신경 가소성 기능을 마비시키고, 뇌혈관 손상 등으로 뇌 세포가 쪼그라들게 한다. 또한 일시적으로 많은 양을 마시거나 계속적으로 흡입하게 되면, 초미량으로도 생리적인 과민반응을 일으킨다. 그러니까 두 화합물이 몸에 유입되는 경로는 같지만,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당연히 피톤치드는 실내공기질의 규제 대상에서도 구분되어야 한다. 바쁜 도시생활로 숲을 자주 찾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 집안에서도 자연이 주는 선물 피톤치드를 만끽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