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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건축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

기사승인 2019.08.16  13:3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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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인석의 건축정책 논단

▲ 박인석 논설위원(대통령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 명지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건설기술진흥법은 ‘감독’ 중심의 토목공사용 법률
‘설계자 역할’ 중요한 건축공사에는 전혀 맞지 않아

현재 건축이 겪는 수많은 비합리와 혼란은
건축공사를 토목공사용 법률로 관리하여 빚어진 일

건설투자의 70% 넘는 건축공사의 정상화 위해
공공건축특별법 제정 서둘러야

1.

지난 1월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 시행령이 개정되었다. 공공건축 설계발주에서 공모방식 우선적용 대상이 현행 설계비 2.1억 원 이상에서 1억 원 이상 건축물로 확대되었다. 이 영이 시행되는 2020년 1월 16일부터 공공건축물 설계공모가 두 배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다.

이보다 중요한 것은 작년 12월 국회에서 의결된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 개정법률이다. 금년 12월 19일부터 시행되는 이 개정법률의 핵심은 공공건축 기획업무를 의무화한 것이다. 공공기관이 시행하는 모든 건축사업은 이 법률에서 정의한 ‘건축기획’ 업무를 수행해야 하며(제22조의 2) 공공기관은 공공건축심의위원회를 설치하여 이를 심의해야 한다(제22조의3). 심의 대상의 구체적 범위는 현재 마련 중인 시행령에서 규정될 것이다. “또 새로운 심의를 만든다고?” ‘심의’라는 말만 나와도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사람들이 적지 않지만 이 심의는 설계심의가 아니라 ‘기획심의’다. 사업의 규모와 내용, 설계 및 공사의 발주방식 등을 심의한다. 심의를 받아야 하니 기획업무의 기본적 요건과 수준을 갖출 것이고, 당연히 공무원을 비롯한 공공부문의 업무가 증가할 것이다. 이는 우려할 일이 아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일 뿐이다. 정작 비판해야 할 것은 이제껏 공공건축사업을 ‘기획’이라 할 만한 절차도 없이 대충 해왔다는 사실이다.

이 개정법률의 직접적인 목표는 물론 공공건축사업이 충실한 기획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것이다. 공공건축 부실이 대부분 기획단계 업무 소홀함에서 기인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는 건축정책의 매우 중요한 과제다. 그러나 이 개정법률에는 다른 취지도 깔려있다. 건축사업의 절차가 건설(토목)사업용 법률인 건설기술진흥법에 의해 관리되고 있는 비합리적인 법제도 상황을 개선하려는 것이다. (개정법률 제4조2항은 “이 법 중 건축기획에 관한 규정은 건설기술진흥법 제46조에 우선하여 적용한다”이다.)

 

2.

건설기술진흥법은 제1조에서 밝히고 있듯이 “건설공사가 적정하게 시행되도록” 건설기술과 관련 용역업무를 관리하는 법이다. 이 법은 당초 1987년 ‘건설공사 부실 대책’으로 제기된 감독·감리 업무 강화를 위해 ‘건설기술관리법’이란 이름으로 제정되었다. 문제는 이 ‘건설공사’가 토목공사 뿐 아니라 건축공사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토목공사는 당시까지 별다른 관리법이 없었지만 건축공사는 건축법(1962 제정)과 건축사법(1963년 제정)에 의해 이미 설계 및 공사감리업무를 관리하는 법제도가 정착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를 무시하고 토목공사 관리를 위해 제정한 건설기술관리법에 건축공사를 포함한 것이다. 이후 건축은 건축법과 건설기술관리법(2014년부터는 건설기술진흥법) 두 법에 의해 이중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현재 건축이 겪는 수많은 비합리와 혼란은 대부분 이 ‘이중적’ 법제도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공사감리 문제다. 건설기술진흥법은 ‘건설사업관리업무’의 일환으로 감리업무를 규정하고 있다. 건축공사에서는 상식인 ‘설계자에 의한 감리’가 토목공사에서는 개념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업체가 일을 제대로 하는지 ‘감독’하는 일이 중요할 뿐이다. 따라서 건설기술진흥법에서의 감리는 감독을 의미한다. 시공뿐 아니라 설계용역에 대해서도 감독한다. 과거 건설기술관리법에서 규정한 ‘설계감리’(제22조)를 건축사들은 흔히 ‘디자인감리’라 생각하지만 실상은 ‘설계자에 대한 감독’이다. 이 규정은 현재 건설기술진흥법에 ‘설계용역에 대한 건설사업관리’(제39조3항)로 건재한다. 토목공사에서는 감독이 중요하기 때문에 당연한 일인 것이다. 건축사의 책임 아래 설계를 진행하고 시공과정에서도 건축사가 자신의 설계의도 구현을 위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당연시 하는 건축공사와는 완연히 다르다.

감독만 존재하는 시공 현장에서는 수많은 해프닝들이 벌어진다. 감독자가 임의로 주변 지형이나 시설물을 변경하고, 재료를 바꾸고, 심지어 설계 자체를 바꾸는 일이 횡행한다. 모두 원래 설계 의도를 훼손하는 일이다. 이 모든 문제는 1987년 건설기술관리법 제정으로 시작되었다. 토목공사 관리법으로 건축공사를 관리하면서 빚어진 일이다.

건설기술진흥법이 규정하고 있는 건설기술심의위원회 역시 비합리와 혼란의 대표적 사례다. 애초에 토목공사는 설계타당성 등을 객관적으로 검토하는 절차가 없었다. 따라서 1987년 건설기술관리법을 제정하면서 지자체 및 공공기관에 건설기술심의위원회나 기술자문위원회를 설치하여 심의(자문)를 받도록 한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건축공사는 이미 오래 전부터 건축법에 의한 건축위원회 심의절차를 시행하고 있었다. 건축위원회는 해당 지역 건축전문가들을 대표하는 법정 위원회일 뿐 아니라 모든 지자체가 운영 경험이 축적되어 있는 제도다. 이를 두고 별도로 건설기술심의위원회를 꾸려서 심의토록 한다는 것은 누가 보아도 비효율적이고 중복이다. 이 역시 토목공사 관리법으로 건축공사를 관리하면서 빚어진 일이다.

이밖에도 건설기술진흥법을 모체로 30여 년간 수많은 규정들이 더해지면서 건축공사를 괴롭히거나 건축공사에 적합한 자체적인 관리제도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1995년 신설된 ‘건설공사 시행과정’(법 제46조, 시행령67~80조) 규정을 들 수 있다. 건설공사를 <기본구상-기본계획-공사수행방식결정-기본설계-실시설계-공사관리> 등의 시행절차 및 기준을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들은 모두 토목공사나 개발사업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건축기획-계획설계-중간설계-실시설계-공사관리 및 공사감리>를 기본으로 하는 건축공사 업무절차와 일치할 리 없다. 건축에서 ‘계획설계’와 ‘기본설계’라는 용어가 혼란스럽게 혼용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더욱이 이 규정들은 공사비 100억 원 이상인 건설공사에만 적용하도록(시행령 제67조2항) 되어 있다. 대규모 사업의 비중이 큰 토목공사를 대상으로 만든 법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축공사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 2013∼2017 5개년 평균 연간 착공 공공건축 9,000동 중 공사비 100억 원 이상(약 5,000제곱미터 이상)은 240동으로 2.7%에 불과하다. 공공건축공사 중 97% 이상이 100억 원 이하라는 얘기다. 이들의 절차와 기준은 무엇으로 관리해야 할까.

문제의 핵심은 건설기술진흥법은 이들 소규모 공사가 대부분인 건축공사의 관리를 목표로 하는 법률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법률로 인해 1987년 이래 건축공사에 적합한 절차나 기준을 만드는 일이 진행되지 못해왔다는 것이다. 그 결과 우리 사회는 이제껏 건축공사를 제대로 관리하는 법률조차 없이 공공건축사업을 방치해왔다는 것이다.

▲ 자료=건축도시공간연구소(숫자로 보는 공공건축 2017, 2018년 12월 31일)

3.

2017년 건설투자액 251.1조원 중 건축부문이 184.6조원, 73.5%로 토목부문의 3배에 이른다. 건설공사 대부분이 건축공사라는 얘기다. 그런데 건축공사를 토목공사를 대상으로 만든 건설기술진흥법에 통합하여 관리한다? 이야말로 주객전도의 황당한 일이다. 이 황당한 일을 바로잡는 방법은 명확하다. 건설기술진흥법은 토목공사 관리 법률로 운용하고 건축공사에 적합한 별도의 법률인 공공건축특별법(가칭)을 새로 만드는 것이다. 이는 국가 주요산업인 건설산업의 4분의 3을 비정상에서 정상으로 바로잡는 일이기도 하다.

공공건축특별법에 담아야 할 내용은 너무도 많다. 토목공사와는 달리 건축설계자의 역할이 결정적인 건축공사의 특성에 따라 건축공사의 시행절차와 기준이 새롭게 정의되고 규정되어야 한다. 기획-설계발주 과정에 건축전문가 참여 규정, 시공과정에서 설계자의 역할에 대한 규정은 물론이고 설계발주 방식에서 가격입찰을 배제하는 일부터 시공상세도 작성 절차와 주체 문제까지. 하나하나 건축공사 특성에 맞춘 법령과 제도들을 갖추어야 한다.

그간 건축공사의 특성에 맞춘 법제도 환경 구축을 위해 여러 법률적 조치들이 진행되었거나 진행 중이다. 설계발주에서 공모방식 우선적용 대상 확대, 건축기획업무 의무화, 지역개발사업에 포함된 공공건축물 하청설계 금지, 설계의도구현 대가기준 마련, 설계용역 표준계약서 사용 의무화 등등. 이들 과제들은 각각 해당 법령들의 개정작업을 통해서 추진되었거나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여러 법령들 속에 그때그때 필요한 조항들을 고치는 것은 임시방편이다. 근본적인 개선에 한계가 있다. 이 모든 것을 담아낼 뿐 아니라 우리 사회 건축의 근원적 혁신을 위한 건축공사 시행절차와 기준을 담는 통합 법률이 필요하다. 건설업의 4분의 3을 차지하는 건축공사의 정상화를 위한 법률, 바로 공공건축 특별법이다.

박인석 논설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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