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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계본동 백사마을, 도시건축적 의미

기사승인 2019.07.16  17: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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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사업에서 공공의 가치 구현하는 과정 얼마나 힘든지 몸소 체험
도시건축 혁신 위해선 공공성 구현 지원하는 촘촘한 제도적 기반 조성돼야

▲ 조남호 건축사
(주)솔토지빈건축사사무소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백사마을은 지난 해 6월 1일 국제지명현상공모를 마치고 올 4월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해 교통영향평가와 건축심의를 앞두고 있다. 백사마을 정비사업의 진행과정은 서울의 도시건축적 상황을 압축해 보여준다. 백사마을 정비사업의 그 간의 과정, 그리고 도시건축적 의미를 소개한다.
소위 백사마을이라고도 불리는 중계동 104번지는 대한민국의 개발사에 그늘처럼 남아 있다. 1967년부터 정부는 개발을 이유로 당시 용산, 청계천, 안암동의 판자촌에서 살던 사람들이 대상으로 강제 이주를 추진했고, 새로운 보금자리를 바로 이곳 불암산 자락, 구릉지 지형 위에 마련했다. 이주대책으로 해준 것은 30평 남짓한 천막이 전부. 그나마 분필로 넷으로 선을 그어 8평씩 네 가구가 살도록 했다.
서울은 산과 강의 도시로서 정체성을 갖는다. 구릉지를 어떻게 활용하는가가 경관구성에 중요한 기준이 된다. 백사마을을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라고 부르는 것은 수많은 달동네가 있었으나 지형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아파트단지로 재개발이 완료되었다는 뜻이 된다.
2012년 백사마을은 지형과 길, 필지 규모를 유지하기 위한 정비계획이 주거지보존구역과 공동주택구역으로 나뉘어 수립됐다. 민간사업이지만 SH공사가 사업 대행함으로써 공공의 가치를 구현하고자 했다. 500세대 규모의 임대주택단지로 구성되는 주거지보존구역은 열 명의 건축사 그룹에 의해, 2000세대 규모의 공동주택구역은 지난해 국제지명현상공모를 통해 솔토지빈콘소시움(솔토지빈, 창조, 가아, 매트, 건축공방, 감이디자인랩)의 작업이 당선되어 설계가 진행 중이다.
당선작의 주제는 ‘구릉지 풍경, 일상과 사물의 정착’ 이다. 풍경은 자연과 인공요소를 함께 포함한 ‘환경세계’와 인간의 삶의 존재방식이 지닌 다양한 양상에 대한 자각이다. 단순히 대상을 바라보는 것만이 아니라 그곳에서 살아가는 의미를 반추하고 물으며, 새로운 삶을 위한 경관을 적극적으로 구성하는 것을 포함한다. 구릉지 지형에 자연스러운 스카이라인을 이루는 저층부와 밀도를 위한 타워가 대비 된다. 지형을 보전하기 위해 구릉지의 지형과 오래된 길은 보전 된다. 부분적으로 경사로 인해 어려워지는 보행동선은 공공 엘리베이터와 공중가로, 에스컬레이터 등 장치의 도움으로 원활해진다.
당선작으로 선정된 이후, 일주일만 행복했다. 이후 지난 일 년은 민간사업에서 공공의 가치를 구현하고자 하는 과정이 얼마나 험난한가를 온몸으로 체험하는 시간이었다. 지형을 따라 저층으로 구성된 당선안은 권리자설명회에서 찬성과 반대가 1:573로 압도적인 반대에 직면한다. 평균 층수 9층인 안을 15층 이상으로 조정하기를 요구했다. 우리는 국제현상공모인 점을 들어 주민들의 일방적인 요구에 대응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서울시는 물론 관련 도시건축계도 건축사의 입장을 지지하며, 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는 권리자들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설득했다. 대치 기간이 길어지면서 건축사의 입장은 힘을 잃기 시작했다. 서울시와 사업주체인 SH공사는 건축사의 안을 지켜주기보다는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한 절충안을 만들라는 원칙적인 말을 반복할 뿐이며, MP는 배제됐다. 설상가상으로 도시계획심의 과정에서 국제공모의 결과는 전혀 고려사항이 아니고, 위원마다 다른 의견은 모두 새로운 대안으로 만들어지도록 요구됐다. 이러한 상황은 건축사의 입지를 위태롭게 했다. 연말이 되자 주민들은 정치권을 움직여 설계계약 해지를 요구하고, SH공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며, 건축사와 MP를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그 사이에도 물밑 협상은 이루어져 평균 12층의 타협안으로 도시계획심의에 지난해 12월과 올 2월 두 번에 걸쳐 상정하였으나 부결되었고, 결국 서울시의 의지로 지난 6월 심의에서 많은 후유증을 남기며 통과했다.
최근 서울시는 잠실5단지와 백사마을의 후유증에도 불구하고, 언론을 통해 도시건축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고무적인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민간 재건축 재개발에서 전문가를 투입해 사전기획업무와 현상공모 등을 지원해 공공성을 강화하는 대신 심의 등의 절차를 개선해 획기적으로 사업 기간을 단축하겠다는 취지이다. 프로세스 개선 연구와 더불어 네 개의 파일럿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프로젝트 단위의 프로세스를 혁신하는 일이다. 지속가능한 효과를 위해서는 프로젝트 단위의 혁신과 병행해, 근본적인 도시건축의 기준과 제도 개선을 통한 기반이 조성되어야 한다. 도시의 정체성을 정의하는 도시기본계획과 조례, 가이드라인 등 도시건축의 공공성 구현을 지원하는 촘촘한 제도적 기반 조성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조남호 건축사 (주)솔토지빈건축사사무소

<저작권자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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