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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계약제도 개선 속도…“표준계약서 사용 의무화 돼야”

기사승인 2019.06.03  15:4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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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 사회…건축사는 열외 당하는 중”

대한건축사협회 중심으로
‘공공건축제도개선 TF팀’구성돼 제도개선 방안마련
‘표준계약서 제정, 건축설계 전문성, 공정계약 체계 정립’ 방점
불공정계약 관행 개선 가시적 성과 기대

건축계가 중지를 모아 추진 중인 ‘공공건축 설계 표준계약서 제정과 국가계약법령 제도개선’ 노력이 속도를 내고 있다.
대한건축사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건축사협회를 중심으로 한국여성건축가협회, 대한건축학회, 대형설계사무소협의회, 서울건축포럼이 건축설계 계약 불공정 관행을 대수술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갖고 올해 3월 ‘공공건축 제도개선 TF팀’을 발족, 4차에 걸친 심도 깊은 논의를 마치고 최근 결과물을 국가건축정책위원회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공정계약 관행 개선이 절실하다는 업계 목소리가 높은 만큼 가시적인 성과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 건축사사무소 종사자 10명 중 4명
  “불공정 계약 관행에 힘들다”

현재 시장에서는 발주자의 우월적 지위를 활용한 불공정 계약 관행 및 부당한 대가지급 사례가 여전해 개선의 목소리가 높다. 실태조사를 통해서도 건축사사무소 종사자 10명 중 4명이 불공정한 계약 관행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축도시공간연구소가 2013년 전국 건축사사무소 종사자 25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가운데 38%가 건축설계산업 육성을 위해 가장 시급하게 추진돼야 할 과제로 ‘공정한 계약체계 정립’을 꼽았다. 타 산업분야에 비해 건축설계산업이 어려운 원인으로도 응답자의 약 20%가 ‘발주자의 무리한 요구와 무상 서비스를 강요하는 관행(19%)’을 꼽은 바 있다.

◆ 현대판 노예계약…
   최근 공기관이 공고한
   나라장터 설계용역 과업지시서상
  “대가없는 무한AS 이행” 강요

건축사업계는 공정하고 합리적 계약관계가 성립돼야 할 발주자와 설계자(감리자)의 관계가 불평등한 갑·을 관계로 변질되어 몸살을 앓은 지 오래다. 건축사사무소의 불공정 계약 관행 제보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최근 A건축사는 한국○○○진흥원이 나라장터에 공고한 ‘○○청사 스마트워크센터 설계’ 과업지시서를 보고 발주처의 어이없는 요구에 할 말을 잃었던 경험이 있다. 용역일반사항 중 설계의 책임 및 손해배상란에 “‘을’은 설계납품 후 설계 변경사항이 발생할 경우 별도의 대가 없이 설계변경을 이행해야 함”이라는 문구 때문이었다. 설계납품 후라도 발주처 입맛대로 “사후설계관리업무를 공짜로 하겠다”는 것과 같은 말로 황당한 요구였다. 현행법상 사후설계관리업무의 대가는 실비정액가산방식에 따라 산정, 지급토록 돼 있다.
A건축사는 “과업지시서가 계약사항을 명기하는 것과 다름없는데, 공기관이 그것도 지식산업계통의 기관에서 현대판 노예계약을 강요하는 것이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이를 근절하려면 국가 공공기관과 계약을 체결할 때 설계표준계약서 사용이 의무화돼야 한다”고 전했다.
B건축사도 “과업지시서 내용을 보면 대한민국에서 건축 설계를 바라보는 공공 발주처의 인식을 알 수 있다”며 “건축 설계는 지식기반산업이다. 교육과 경험으로 솔루션을 제공하는 건축설계는 지식산업의 전형임에도 대가 산정 방식을 보면 노동기반의 제조업으로 계산하고 있다. 이는 철저한 산업 특성을 무시한 태도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건축계의 공정거래 요구는 표준계약서 집행과 더불어 정당한 업무환경 구축이다. 분명하게 설계 업무과정이 구분되고, 별도의 업무임에도 이를 무시한 정부나 지자체의 관행은 반드시 없어져야할 적폐다”고 전했다.

이처럼 업무범위 무한 확대, 불공정한 대가감액 등 셀수 없는 불공정 특약·관행이 여전한 가운데 이를 근절하기 위한 첫 번째 선결과제는 표준계약서 마련과 사용 의무화가 단연 1순위로 꼽힌다.
이번 공공건축 제도개선 TF팀이 마련한 개정안도 여기에 초점을 뒀다. 제도개선 방안은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에 따른 ‘공공건축 설계 표준계약서’를 제정하고 국가계약법상 설계계약은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에 따른 표준계약서를 사용토록 법개정 추진을 제안했다. 또 불공정 감액관행 개선을 위해 입찰 및 설계공모 안내 시 ▲설계비 예정가 및 산출내역서 ▲공사예정가 산출내역서 공개제도 내용도 눈에 띈다. 발주자가 대가기준을 무시하고, 이를 고의적으로 감액해 예정가격을 작성하거나 예산사정에 따라 부당 삭감하는 것을 차단키 위함이다.
건설·시공위주의 국가계약법 내용에 건축설계의 특수성을 반영하는 점도 주목된다. 현행 계약예규 내 건설사업관리(CM)와 소프트웨어분야는 각 용역 고유의 특성을 반영해 계약조건이 별도로 존재한다. 그러나 건축설계는 지식기반산업임에도 국가계약법령상 이에 대한 전문성이나 특수성 반영이 전혀 안 돼 있다. 때문에 (계약예규)용역계약일반조건 내 ‘일반용역계약조건(공통)’을 따르는 실정이다. TF팀의 개선방안은 국가계약법 및 (계약예규)용역계약일반조건에 ‘건축설계계약조건’을 규정할 것을 주문했다. 이외에도 주52시간 근무제와 과업범위를 명확히 하는 ‘과업지시서 및 입찰안내서 작성 매뉴얼 수립’ 내용도 포함됐다.

◆ 박원근 공공건축 제도개선 TF팀장
  “연내 공공 표준계약서 사용
   법제화 노력…
   민간부문 표준계약서 적용에도
   힘쓸 것”

개선방안에 따라 법개정이 추진돼야 하는 주요 법령으로는 공공건축 설계 표준계약서 제정 및 사용내용과 건축물 설계 계약원칙을 담을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 사회적 요구사항과 정책변화에 따른 설계업무량 증가내용을 담을 ▲‘공공발주사업에 대한 건축사의 업무범위와 대가기준’, 지식기반사업에 ‘건축서비스업’을 포함시킬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국가계약법)과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지방계약법)’, 용역계약일반조건에 건축설계 계약조건을 명시할 국가계약법 시행령 행정규칙인 ▲‘(계약예규)용역계약일반조건 및 용역계약특수조건’ 등이 꼽힌다. 그간 건축산업 전반을 옥죄던 불공정한 시장환경 요인들, 이른바 ▲건설·시공위주 계약 법체계에 따른 왜곡된 거래관행 ▲고무줄처럼 늘어나는 계약기간 ▲대가없이 행하는 추가업무와 무한AS ▲부당한 대가감액 관행을 바로잡을 일대 혁신 작업이다.

현재 공공건축 제도개선 TF팀 제도개선 방안은 국건위 보고를 끝내고 국토부에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건축 제도개선 TF팀을 이끈 건축사협회 미래전략단장 박원근 건축사는 “오는 6월 12일 표준계약서(안)을 갖고 건축계 의견을 듣는 간담회를 갖는다. 최종 조율·보완과정을 거쳐 연내 표준계약서 사용이 법제화되도록 후속조치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이후에도 민간부문 표준계약서 사용 법제화를 전제로 한 준비작업에 돌입한다. 공공뿐만 아니라 민간부문에도 표준계약서가 적용된다면 그동안 을의 위치에서 불합리한 대가와 불공정 관행에 신음하던 어려움이 상당부분 획기적으로 해소될 것이라 기대된다”고 말했다. “건축계 의미있는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지속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영호 기자 yhduck1@hanmail.net

<저작권자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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