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지자체 필로티 형식 건축물 구조심의 때 ‘건물 1층 주차·보행 가능한 필로티 형식’ 무조건 심의

▲ 필로티 형식 건축물(출처: 네이버 지도 로드뷰)

규제 두고 공무원간 해석 분분한 경우 많아…
사업지연, 비용증가에 애꿎은 건축사만 불똥

일부 지자체 인허가 과정에서 필로티 형식 건축물 구조심의를 지상층과 다른 구조 형식을 취하는 전이보 형식 구조일 때 해야 함에도 건물 1층이 주차·보행이 가능한 필로티 형식을 무조건 대상으로 해 논란이 되고 있다.

경주, 포항 지진 여파로 건축 구조 관련 각종 규제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며, 현재 각 지자체별 필로티 형식 건축물을 지으려면 건축허가 및 착공단계에서 심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통상 필로티 형식 건축물은 벽 대신에 기둥으로 하중 전달을 받아 자유로운 공간 구성을 하기 위해 택하는 방식이다. 현대 고층 건물 대부분이 기둥 구조로써 벽은 바람과 단열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 벽을 떼어낸 1층은 통행이 자유롭게 공간 확장이 이루어져서 흔히 필로티 형식이라고 말한다. 사실 논란의 중심이 된 필로티 형식 건축물의 핵심 문제는 지상층과 다른 구조 형식을 취할 때다. 즉 상부층은 벽식 구조로 벽이 하중을 전달 받고 저층에서 기둥으로 구조가 전환될 때 주의해야 한다. 포항이나 경주에서 문제가 된 것은 바로 이런 두 가지 구조가 적용된 경우인데, 심의를 받아야 하는 구조는 정확하게 필로티 전이보 형식의 구조다.

A건축사는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말처럼 일부 지자체는 아예 필로티 구조를 구조 심의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일선 인허가 현장에서 필로티 구조와 필로티 형식 건축물을 혼동하고 있다”며 “심의대상으로 여기는 필로티 형식 건축물은 두 가지 구조 형식이 있을 때 대상으로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층이 주차나 보행이 가능한 필로티 구조를 무조건 대상으로 하려 한다. 이로 인한 혼선으로 일선 실무자인 건축과 공무원도 괴로워하는 실정이다”고 전했다.

◆ 모 시관계자 “모 지역 건축과 담당 공무원,
   유관 부서 돌며 구조심의해야 하는 필로티 전이보 형식 건축물 일일이 설명”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바로 규제에 적용된 용어 해석이 정확하지 않아서다. 때문에 모 시 관계자에 따르면 모 지역 건축과 담당 공무원이 유관 부서들을 다니면서 일일이 필로티 전이보 형식 건축물을 설명하러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건축법과 다른 내용으로 혼선을 빚는 규제들도 상당하다.

B건축사는 “지구단위계획상 자연 지반 구성을 통한 생태면적 비율을 강조하는 항목이 있다. 문제는 건축법상 200제곱미터 이상 대지를 대상으로 조경 면적 비율을 정하고 있는데, 지구단위계획에서는 이런 건축법의 의미를 무시하고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며 “일부지자체에서는 대지 면적과 상관없이 무조건 생태 면적 등의 기준 이행을 요구하는데, 지구단위 계획의 의미를 보면 유사제도의 중복 운영과 혼선을 해소하기 위해 지역별로 구체화 된 것임에도 또 다른 규제를 적용해서 일선 건축 행정에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담당 건축 공무원과 도시 등 타 부처 공무원들 사이 법 적용을 두고 해석이 분분한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업무에 차질을 빚어 발주자가 금전적 손실을 입으면 불똥이 애꿎은 건축사에게 튀고 있다. 이런 혼란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건 인허가를 담당하는 공무원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지방자치 행정단위들마다 만들어내는 각종 공고 및 고시도 여기에 한몫하고 있다.

◆ 사건·사고때마다 늘어나는 ‘규제’ 족쇄…갈수록 눈덩이

C건축사는 “건축사와 건축구조기술사들이 충분한 검토 후 수행한 구조계산에 대해서도 온갖 심의와 절차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각종 사건 사고들 때문에 이런 절차들을 늘리는 것은 십분 이해하지만, 과연 이런 규제들이 늘어난다고 사건 사고가 줄어들지 의문이다. 정작 핵심은 건축을 만들어내는 건축과정에 대한 관리가 더 중요하다. 아무리 사전 검토하고 심의한들, 시공자의 부주의와 부실시공은 이 모든 사전 작업들을 쓸모없게 만든다”고 토로했다.

미국의 경우 영업허가를 받을 당시의 테이블 수를 표시한 평면을 매장 벽면에 붙이도록 돼 있다. 장사가 잘돼 테이블을 무단으로 늘려도 감독 권한자에게 걸리면 영업금지 등 강력한 제재를 받는데, 이유는 영업허가 시 제한된 규정을 어기면 화재나 구조, 피난 등에 차질이 온다고 보기 때문이다. 관리에 대한 강력한 통제를 가함으로써 언제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을 대비하는 것이다. 반면 국내는 반대로 준공 후 관리 감독해야 할 기관이 나몰라라 하며, 시작도 하기 전에 여러 절차로 심의 등 각종 규제만 늘리는 상황이다.

◆ 건축관계자들 “문제 핵심 잘못 짚은 규제만 늘어,
   감리 권한 강화와 명령권 부여, 준공 후 관리 철저하게 해야”

특히 사고가 생길 때마다 우후죽순 생기는 건축 사전 과정들이 비효율적으로 늘어나 예산과 비용낭비가 커지기 때문에 공사 시 주의를 강제 할 수 있는 강력한 실행 검열 장치들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일의 우선이 잘못되어 있고, 문제의 핵심을 잘못 짚은 규제라는 지적이다.

C건축사는 “오히려 감리 권한 강화와 명령권을 부여하고, 준공 후 관리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 제한된 구조와 규모 이상으로 불법 사용 못하게 엄격한 감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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