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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의 건축문화

기사승인 2019.03.04  14:4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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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어릴 적 농촌에는 돌담으로 둘러싸인 초가집이 무리를 이루고 있었고, 그 사이사이에는 일터 혹은 이웃과 이어주는 좁은 고샅과 작은 도랑이 구불구불 이어지고 있었다. 좁디좁은 고샅은 지게에 땔감을 가득 진 남정네와 물동이를 똬리로 받쳐 머리에 인 아낙 그리고 딱지 치는 아이들로 분주했었고, 다양하게 활용되었던 마당과 토방 위에 자리 잡은 안채 및 측간이 있었던 별채 등이 여염집 농가의 모습이었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매운 냉갈에 눈물을 훔치며 불을 때던 정지, 해질녘이면 온 마을에 퍼지던 밥 짓는 연기와 나무 타는 냄새 그리고 아이들을 불러 모으는 엄마들의 외침 등은 아직까지 선명하다.
그로부터 한참의 세월이 흐른 후, 도시를 주된 무대로 삼아 활동하던 중에 농촌건축에 관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그런데 건축분야 최고의 전문가라 자처하는 건축사의 입장에서 바라본 농촌의 현실은 암담했다. 희미하게나마 기억 속에 남아 있던 농촌의 모습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고, 노후한 건축물과 방치된 빈집은 물론이고, 요충지에 자리 잡고 앉아있는 거대하지만 밋밋한 새마을 창고, 경관을 해치며 군데군데 흩어져 있는 축사, 도시에서 유행하던 양식을 모방한 주택, 민낯을 드러내고 있는 조립식 건물,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지 않는 별장이나 주말주택, 경관 좋은 곳이면 어김없이 들어선 펜션, 주변과의 조화 따위는 신경을 쓰지 않는 국적불명의 건축물, 홀로 우뚝 솟아 있는 아파트….
누구나 알고 있듯이 농촌문제의 근원은 인구감소와 고령화 및 부족한 사회서비스 등이라는 점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지만, 그것이 전부라고 할 수는 없었다. 건축이 그 많은 문제를 야기한 원인을 제공했던 요소일 수도 있고, 그 문제들이 낳은 산물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열악한 건축환경이 사람을 떠나게 만들었을 수도 있고, 농촌문제로 인해 건축의 질이 떨어졌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 마디로 지역이 쇠퇴하는 악순환의 고리에서 농촌건축이라는 요소를 배제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다른 분야도 엇비슷하지만, 이러한 현실이 초래되기까지는 농촌건축에 대한 건축전문가들의 무관심도 일조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이 거기에 이르자 건축분야 최고의 전문가라 자처했던 건축사로서 통렬한 자기반성과 무한한 사회적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으며,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 나설 수밖에 없었다.
한국농촌건축학회 활동도 시작했고,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하는 각종 농촌활성화사업의 총괄계획가로 활동하기도 했으며, 관련된 연구와 교육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이미 아주 높게 쌓여 있었다. 농촌에 대한 건축전문가들의 관심이 저조하자 정책적 혹은 제도적으로도 배제되어 있었고, 현장에서도 타 분야의 전문가들이 건축전문가들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었으며, 관계자 대부분은 뒤늦게 나타난 건축사를 기꺼워하지도 않았다. 심지어는 대한건축사협회도 동료 건축사들의 반응도 미지근했다. 하지만 실수요자인 주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고 자평한다. 삶의 공간을 다루는 진정한 전문가로서 그들의 욕구와 바람을 충족시켜 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수년간의 활동결과로 남은 것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총괄계획가로 활동했다는 흔적뿐이다. 제도적인 개선도 이뤄지지 않았고, 농촌건축이 현실적으로 크게 나아지지도 않았으며, 진입장벽이 무너진 것도 아니다. 그래도 누군가는 이 길을 가야한다고 믿기에 묵묵히 가고자 한다. 농촌의 건축문화도 건축사의 몫이라는 생각은 전혀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서재형 건축사 건축사사무소 선<광주광역시건축사회>

<저작권자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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