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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건축사가 나서지 않으면 기성 시가지 도시 재생은 실패로 끝날 것”

기사승인 2019.02.18  14:5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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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건축사와 함께 하는 도시재생_ 김형진 건축사·창의도시 광진발전 협동조합 이사장

▲ 김형진 상상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 대표건축사·창의도시 광진발전 협동조합 이사장

재개발, 재건축 대규모 정비방식과 달리 소규모 주택정비사업은 낡은 단독·다세대주택이 밀집한 곳에서 소량 생산방식으로 주거지를 개선하는 방식이다. 현재 창의도시 광진발전 협동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형진 건축사(상상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는 동네 특색을 살리는 노후 주거지 재생은 당연히 건축사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고, 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역을 개발·정비하는데 주민들과 협의해 결과를 만들어나갈 수 있어야 하는데, 결국 지역에 뿌리를 두고 있는 건축사가 가장 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이를 위한 개선과제로 ▲ 소규모주택정비법 등의 제도개선 ▲ 일조권 문제 등을 꼽았다. 

광진구지역건축사회와 ‘자양4동 도시재생’사업을 추진중인 김형진 건축사로부터 도시재생의 한계와 과제, 생산적인 도시재생의 길로 갈 수 있는 방안, 그리고 건축사의 역할에 대해 들어봤다. 

Q 창의도시 광진발전 협동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진행하고 있나.

2018년 3월 ‘창의도시 광진발전 협동조합(이하 창광협)’ 법인을 설립하여 활동 중이다. 지역 주민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단체라고 할 수 있다. 광진구 발전에 대해 같이 고민하며, 장·단기로 나눠 과제를 선정해 추진하고 있다.

자양4동 도시재생은 광진구지역건축사회와 함께 희망지 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현재 서울시로부터 예비 후보지로 선정됐고, 올해 안으로 도시재생 희망지 사업구역으로 편입될 것으로 본다. 또 동부지방법원이 이전해 구의역 주변 상인들이 장사가 안 된다는 민원이 끊임없이 제기돼 광진구청 차원의 구의역 주변 활성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서도 광진구와 지속적으로 협의 중이다. 광진구는 도시재생 구역으로 편입해 진행키를 원하는데, 어떤 방법이 효율적, 바람직한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창광협은 창립당시 비영리 민간단체로 추진됐지만, 좀 더 공익적·사회적 역할을 더 수행한 후에 비영리 민간단체로 전환할 예정이다. 주로 도시·건축 발전을 위해 일을 하는 시민중심의 전문가단체라고 보면 된다.

Q 공공이 주도하는 도시재생의 특성상 쇠퇴하고 있는 지방 소도시의 주거지를 시급히 재생하기 위한 일반근린형, 주거지지원형, 우리동네살리기 등의 사업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도시경쟁력 차원의 경제기반형, 중심시가지형 도시재생은 주로 대도시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어 중소도시에서 활용가능한 도시재생 모델을 찾는 것이 과제로 꼽힌다. 또 공공주도로는 한계가 있어 민간의 참여를 유도키 위해서는 파격적인 인센티브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사업을 직접 진행하면서 느끼는 바나 생각은.

지금의 도시재생은 건축사를 절실히 필요로 한다. 전국에 걸쳐 수백 개의 도시재생지가 지정·운영되지만, 전문가 부재로 실질적 진도는 나가지 않고 있다. 사실상 건축사가 도시재생의 전문가임에도 진행되는 사업을 보면 현업전문가는 빠져있는 현실이다. 뉴딜사업에서 건축사가 담당해 끌고 가야 한다는 인식부재, 반대로 건축사들도 사업에 어떻게 참여해 역할을 해나가야 하는지 소극적인 태도도 문제라고 본다.

사업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일이 건축사의 몫이다. 도시재생은 사회적 재생과 물리적 재생으로 나눌 수 있는데, 주민들과 대화해보면 물리적 도시재생에 대한 관심이 더 크다. 자금이 투입되는 것도 대부분 물리적 도시 재생분야다. 물리적 도시재생의 화두는 소규모 주택정비사업인데, 전부 건축사가 해야 할 일이며 어떤 지역을 개발·정비하는데 주민들과 협의해 결과를 만들어 나가는 것은 결국 지역에 뿌리를 두고 있는 건축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된다. 정부에서 도시재생의 성공을 염원하고, 투입하는 비용도 어마어마하다. 전국적 사업이니만큼 이에 맞춰 전국 조직망을 갖고 있는 곳도 건축사가 유일하기 때문에 국가 재원을 활용하고 전국단위로 멋진 동네로 만드는데 건축사가 당연히 역할을 해야 하지 않겠나. 지금의 도시 재생은 크게 5가지로 운영된다. 경제기반형과 중심시가지형은 중앙정부 차원의 큰 그림 속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건축사의 역할이 제한적이지만, 일반근린형과 주거지지원형, 우리동네살리기형은 전적으로 전국적인 조직망을 갖고 있는 건축사의 일이다.

지금의 공공 주도로는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다. 일의 진도내지는 파급효과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지역 주민이 참여해 성공적인 극소수의 도시 재생지가 있지만, 다들 전문가가 없다고 아우성이다. 나중에는 이상한 방향으로 일이 진행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광진 자양4동의 개발방향은 한강 강변의 랜드마크적인 강변 주거 유형을 개발하는 것이다. 강변지역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의 강변은 대부분 고층 주거지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도시재생으로 강변의 경관을 저층 주거지의 유형으로 만들 수 있다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자양 4동은 전형적인 서울의 동네 주거지 형태다. 골목은 협소하고 주차가 어렵다. 환경이 갈수록 쇠퇴하고 있다. 하지만 입지 조건은 매우 양호하다. 이곳이 도시재생으로 새롭게 재탄생되어 누구나 가볼만한 곳으로 탈바꿈됐으면 한다.

Q 사업을 진행하면서 어려운 점은.

첫째, 건축사가 사업 지역 참여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건축사는 이익 집단이라는 인식이 크다. 자양 4동도 시작 단계지만, 이 때문에 처음엔 주민들이 걱정을 했다. 지금은 인식이 바뀌어 지역을 새롭게 만들 적임자라고 생각하고 있다. 대화를 지속하고, 비전을 제시하면서 교류·소통하다 보니 주민들이 마음을 열었다. 제도적으로도 ‘도시재생법’상 시행자를 ‘건축사’로 규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두 번째, 물리적으로 환경을 개선하려면, 현행 ‘소규모주택정비법’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가로주택정비사업도 현행법상 가로로 둘러싸인 기준을 완화해야하고, 자율주택정비사업도 호수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 소규모재건축사업은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방안을 놓고 재논의 돼야 한다. 어느 지역이 개발될 때 부딪히는 문제는 ‘도시계획 시설’이다. 내부 이면도로에 있는 불량주거지의 차량이 닿지 않는 블럭은 개발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가장 중요한 도로 및 주차장 기준을 해결할 수가 없다. 주차장은 특히 도시재생 추진과정에서 완화 또는 자치구에서 조성해줘야 하는 최대의 이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어느 지역이 개발되기를 바란다는 건 욕심이다.

세 번째, 일조권 문제다. 일조권이란 햇빛을 받을 권리다. 조망권과 달리 건축법 등에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어 법적인 권리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경관적 측면에서는 문제가 있다. 정북방향 일조권 사선제한으로 경사지붕이 적용돼 동네환경이 망가지고 있다. 각종 불법도 일조권 때문에 생긴다. 경사지로 인허가를 받고 대부분 확장하여 사용하는 상황이다. 일조권 재논의가 이뤄져 좀 더 미래 지향적이고, 경관적 측면에서 현 시대에 적합한 방향이 고민돼야 한다.

Q 재건축·재개발의 대안으로 떠오른 도시재생의 한계와 과제, 생산적인 도시재생의 길로 갈 수 있는 방안으로 생각하는 바가 있다면.

도시재생은 과거 재건축·재개발 위주의 대규모 개발에서, 저층 주거지로의 개발로 대전환을 이루는 방편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대규모 개발을 원한다. 수익이 크기 때문이다. 더욱 비싼 값에 처분할 수 있고, 환금성이 좋으며 살기도 편해서다. 하지만 서울의 모든 주거지를 아파트로 채울 수는 없지 않나. 저층 주거지의 장점은 보다 인간적인 스케일, 편안함일 거다. 여기에 건축사의 역할이 있다.

지금 도시재생으로 저층 주거지 개발이 이루어지려면 여러 한계가 있다. 소수라도 저항이 있게 되면 진행 자체가 어렵다. 이러면 정부 차원의 지원도 문제가 된다. 도시 재생이 화두이기 때문에 관심을 갖지만, 시간이 지나도 계속 그럴지는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

생산적인 도시재생이 되려면 지역에 기반을 두는 전문가 집단이 있어야 하고, 건축사가 선봉 역할을 해야 한다. 도시를 만드는 것은 많은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라서 지속적 관심과 꾸준한 작업이 이뤄져야 하는 게 관건이다. 그런 점에서 1만명이 넘는 지역건축사와 협업은 매우 어울리는 조합이다. 지역의 도시 재생에 관심을 갖고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격이다.

Q 현재 추진되는 도시재생 사업 중 바람직한 모델을 꼽는다면.

“아직 이곳을 가보세요”라고 추천할 만한 도시재생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도 성수동이 앞으로 좋은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지금 준공업 지역이라서 일조권이 없기 때문에 부동산 가치가 매우 올라가 있다. 앞으로 지금의 준공업 기능이 없어지고, 입지적 조건도 좋기 때문에 잘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도로도 넓고, 노후 주거지가 아니라서 개발할 수 있는 여건이 매우 양호한 편이다.

사실 도시 재생은 과거에도 많았다. 대학로도 도시설계를 통해 효과가 큰 도시재생이었고, 인사동 등 여러 곳이 있다. 바람직한 도시 재생의 모델은 주거와 상업, 환경, 자연이 어우러지고, 다양한 활동들이 가능해야 한다.

Q 도시재생을 위한 건축사의 새로운 역할을 찾는다면.

도시재생은 바로 건축사의 일이다. 지금까지 건축사가 자리 잡고 역할을 할 여지가 없었다면, 이젠 적극적으로 지역의 도시 재생에 관심을 갖고 지역건축사회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역에는 많은 분야의 전문가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과의 교류가 활성화돼 도시가 새롭게 탄생될 때 비로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서울시에서는 동네건축가, 마을건축가 제도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양한 전문가들이 활동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이를 조율할 수 있는 건축사의 사회적 역할과 공공성 측면에서 새로운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된다.    

장영호 기자 yhduck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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