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풀이되는 건축물 안전사고, 공사장 흙막이 붕괴로 기울어진 ‘상도동 유치원’…건축주가 감리자 지정하는 부실 ‘셀프감리’ 이대로 괜찮나

▲ 9월 6일 서울시 동작구 상도동의 신축공사장에서 흙막이 옹벽이 무너지며 인근 유치원이 기울어졌다. (사진 : 서울특별시건축사회)

국토부 “세대수 제한 없이 주거용건축물 허가권자가 감리자 지정토록 할 것”

최근 서울 동작구의 공동주택 신축공사 현장에서 흙막이 옹벽이 붕괴돼 인근 유치원건물이 기울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공동주택이 건축주가 감리자를 지정하는 부실 ‘셀프감리’로 조사되면서, 구멍 난 안전관리 시스템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국토교통부도 건축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허가권자 감리자 지정 대상에서 건축물의 세대수 제한을 삭제하고 도시형 생활주택과 주상복합건축물도 포함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사감리는 설계도서대로 제대로 시공되는지 지도·감독하는 업무로 이를 위해서는 감리업무의 독립성 확보가 핵심이다. 감리자가 건축주에 예속될 경우 실질적 감독기능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 국토부, “허가권자 감리자 지정 대상 건축물 확대...건축법 시행령 개정 방침”
 
동작소방서에 따르면, 9월 6일 밤 동작구 상도동의 공동주택 신축공사장 외부에 설치된 흙막이 옹벽이 무너지면서 옹벽 위에 있던 상도유치원 일부(30%)가 10도 정도 기울어졌다. 공사장은 6개동 49세대의 주택이 건축될 예정으로, 5월에 착공되어 흙막이 공사만 완료된 상태였다.

이 사고로 공사장 출입구와 유치원 주변의 주민들이 대피했으며, 자세한 사고 원인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대한건축사협회도 사태파악을 위한 현장조사단을 급파했다. 서울특별시건축사회와 동작구지역건축사회도 9월 7일 아침 발빠르게 사고현장을 찾았다.   

해당 공동주택(49세대, 총 면적 4,758제곱미터, 6층 규모)은 현행법상 ‘허가권자 지정 감리 대상’, 즉 공영(公營)감리 대상이 아니다. 현행 건축법 제25조(건축물의 공사감리)에 따르면 ▲ 건축주 직영시공 건축물(연면적 200제곱미터 이하) ▲ 분양목적 건축물 중 30세대 미만의 아파트·연립주택·다세대주택 등이 공영감리대상이다.

붕괴, 화재사고 때마다 지적되고 있는 부실 ‘셀프감리’ 문제를 동아일보(9월 10일자 보도)가 보도하면서, 국토교통부도 9월 11일 해명자료를 통해 ‘허가권자 감리자 지정 대상에서 건축물의 세대수 제한을 삭제하고 도시형 생활주택과 주상복합건축물도 포함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미 지난 8월 14일 ‘허가권자가 공사감리자를 지정해야 하는 대상 범위를 현행 ’분양을 목적으로 하는 건축물‘에서 ’주택으로 사용하는 건축물‘로 조정하고, 설계자의 설계의도가 구현될 수 있도록 건축물의 설계자를 건축과정에 참여시키는 건축법개정안이 개정·공포된 바 있다.

국토부는 “허가권자 감리 지정 대상 건축물을 일률적으로 면적을 기준으로 선정하기보다는 건축물의 분양 또는 임대 여부, 실제 부실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리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며 “건축법 시행령이 개정되면 이번 동작구 사고 건축물(도시형생활주택, 49세대) 유형이 허가권자 감리 지정 대상에 포함되게 되며, 경우에 따라 2,000제곱미터 이상의 건축물도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감리자 책임 막중한 만큼 부실시공 우려 시
   감리자가 공사 중단조치 등 권한 필요
   물 폭탄으로 약해진 지반의 흙막이
   안전 관리 방안 모색해야

하지만 건축관계자들은 되풀이되는 안전사고 구멍을 막기 위해선 허가권자 감리자 지정 대상을 보다 확대해 안전 사각지대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A 건축사는 “공사 감리는 비전문가인 건축주를 대신해 시공자를 감독함으로써 부실공사를 막기 위한 중요한 업무지만, 건축주나 시공자와 계약(건축주 지정)해서는 제대로 시공이 이뤄지도록 견제할 수 있는 환경이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B 건축사도 “사고가 발생하면 감리자 처벌 수위도 높고 책임이 막중한 반면, 현장에서 건축주나 시공자로부터 감리자가 자유로운 위치에서 제대로 감리할 수 있는 여건이 제도적으로 마련돼야 할 것”이라며 “설계도면대로 시공이 이뤄지지 않거나 자칫 부실공사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는 감리자가 공사중단 조치를 내릴 수 있는 등 안전과 공공성을 강화하는 최소한의 장치가 작동돼야 한다”고 말했다.

C 건축사는 “건축물은 개인의 재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여러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공공재이다. 정부가 나서서 국민의 안전을 위해 감리제도의 공공성 확보가 현실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사장 안전 관리 방안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D 건축사는 “이번 상도동 유치원 사고의 주원인으로 지목된 인근 공사현장의 흙막이 붕괴는 최근 국지성 호우의 영향도 있어 보인다”면서 “물 폭탄으로 지반이 약해지는데, 지질조사를 강화하고 흙막이 안전 관리 등 호우로 인한 공사장 관리와 관련한 방안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공무원 단속과 감독 기능이 필요하지만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므로 건축사 등 전문가를 활용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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