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건축사협회 건축부조리신고센터, 관련 사안 정식 접수해 대응조치 적극 추진
불공정·갑질 분노한 건축사업계, 설계자에게 ‘무한책임 강요’ 보이콧 움직임 확산

시흥시는 시흥문화원 관련 지난 설계공모 당선자와의 마찰을 뒤로 하고, 최근 설계공모를 재공고 했다. 사진은 지난 시흥문화원 당선작 조감도(자료=J건축사사무소,가명)
시흥시는 시흥문화원 관련 지난 설계공모 당선자와의 마찰을 뒤로 하고, 최근 설계공모를 재공고 했다. 사진은 지난 시흥문화원 당선작 조감도(자료=J건축사사무소,가명)

경기도 시흥시가 최근 시흥문화원 설계공모 관련 불공정·갑질 논란에도 3월 11일 시흥문화원 건축설계 공모를 재공고 했다. 시흥시에 따르면 문화 및 집회시설 용도의 연면적 2,878제곱미터 규모의 시흥문화원 제안공모가 공고됐다.

지난 2월 본지 하반기호에서 기사화 됐던 J건축사사무소가 수행했던 바로 그 프로젝트이자, 작년 10월 설계 업무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한 후 또다시 시흥시가 벌이고 있는 설계공모다.

본지가 이번 설계공모 지침 내용을 살펴본 결과, 지난 설계 업무 추진 당시 필로티 면적을 외부공간이라는 이유로 연면적에서 제외하고, 이에 따른 공사비 산정에서도 제외하며 벌어진 문제를 차단하기 위해 ‘옥외 필로티 면적 제외’라고 표기했다.

하지만 제안공모 지침서에서는 “설계자가 제안하는 수직성을 고려한 옥외 필로티는 제안 면적 및 구성 내용에 대해 우리 시와 별도 협의 후 결정할 예정(공사비 포함)”이라고 밝히면서 옥외필로티 활용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따라서 이 점이 기존 J건축사사무소가 당한 사례처럼 설계를 수행하는 건축사사무소에게 족쇄이자 부담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전문가들은 법적으로 산입되어야 하는 필로티 면적이 빠진 경우이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기존에는 다목적 강당을 5층으로 하라는 식의 각 층마다 지침이 있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층수가 아예 제시되지 않았다. 설계공모에서 보기 힘든 사례로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는 층수 지침에 따라 수직 필로티가 필수적이었음에도 임의로 필로티를 만들었다고 책임을 전가한 바 있는데, 논쟁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 층수지침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공사비에 대한 지적도 있다. 앞선 업계 관계자는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 시행령 제20조(공공건축 사업계획서에 대한 사전검토 등)에 따르면 공공건축 심의를 통과한 이후 부지면적 30퍼센트 이상 증감하거나, 공사비 예산이 30퍼센트 이상 증감하는 경우에는 변경된 사업계획서에 대한 재검토를 요청해야 하는데 공사비 규모를 91억 원 수준으로 맞춰 재심의를 피하는 꼼수행정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지난 기사에서도 언급했듯이 공사비의 경우 3.3제곱미터당 1200만 원이 적정 공사비라면 현재 제시된 제안 공모의 경우 3.3제곱미터당 1045만 원 수준이다. 문화시설의 경우 서울시가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하고 있는 금액은 1300만 원이다.

91억 원의 공사가 제안공모로 진행되는 부분과 일정 역시 석연치 않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설계공모로 이뤄져야 하는데 제안공모로 진행되고 있고, 이에 더해 공고 후 1주일 만인 3월 18일 신청, 4월 2일 제안서 제출일정을 맞출 수 있는 건축사사무소는 찾기 어려울 것”이라며 “짜고 친다는 의혹이 제기되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각한 문제이자, 설계공모에 참여한 건축사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던 과업지시서의 내용은 여전했다. 과업지시서 ‘설계의 책임 및 손해배상’ 부분에는 “수급인은 설계납품 후 설계변경사항이 발생할 경우 별도의 대가 요구 없이 설계변경을 이행하여야 하며, 건축물 준공 시 시공자의 준공도면에 대한 확인, 검토 및 전산처리(세움터 접수 인증 포함)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기도에서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A 건축사는 “설계변경에 대한 대가를 원천봉쇄 하는 것은 물론, 시공사의 업무를 건축사에게 일임하는 전횡도 답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건축사업계에서는 해당 설계공모에 대한 ‘보이콧’ 움직임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소임과 책임을 회피한 채 설계자에게 무한 책임을 지우는 시흥시 갑질에 맞서야 한다는 ‘강경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시흥시 시의원을 역임한 바 있는 모 건축사 역시 바람직한 건축문화 확립을 위해 메신저 역할을 자처했지만 서로의 입장차이만 확인한 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건축사협회 건축부조리센터 관계자는 “최근 건축부조리신고센터에 관련 사안이 정식으로 접수됐다. 건축부조리신고센터는 건축사 자격 관련 부조리와 업무 관련 윤리 제보도 가능하지만 허가권자 및 발주관청 불공정 행위에 대해서도 제보와 신고가 가능하다”며 “관련 제보를 검토해 발주기관의 불공정·갑질 행태 근절하는 데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공모와 관련해 시흥시 담당자와의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이 이뤄지지 않아 입장을 들어 볼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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