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석 교수의 ‘건축을 말한다’라는 책이 상당히 화제가 됐었다. 많은 통계를 언급하면서 건축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역할을 설명하고 있다. 토목 시장보다 훨씬 큰 건축 시장에 대한 언급은 우리의 일반적인 상식을 깨뜨린 대표적인 수치화 자료였다. 건축 시장이 토목보다 훨씬 크다는 언급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 시스템은 여전히 토목을 중심으로 행정과 제도가 작동하고 있다. 특히 박 교수의 언급 중 주목할 부분은 건축 시장이 철저한 내수 시장이라는 점이다.

사실 발전소나 정유소 같은 특수 시설이 아니면 우리가 흔히 일반 건축이라고 말하는 분야의 해외 진출이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반대로 해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순도 100% 해외 건축사나 건설사들이 국내에 진출하는 경우가 없다.

박인석 교수가 책에서 언급한 건축이란 우리가 늘상 만나는 거리에 있는 건물이다. 그것이 민간 발주가 되었건 공공 발주가 되었건 통계자료에 의하면 내수 중심의 거대 시장임을 알 수 있다. 건축 시장은 우리 일상에서 중요한 경제 활동의 근거지이며 생태계의 출발이다.

문제는 내수 시장의 중심인 건축 시장이 상당히 왜곡돼 있다는 점이다. 규모의 생산성과 수익성에 매몰돼 거대 기업 구조의 필요성이 언급된다. 그 결과 건축 경쟁력을 올린다는 목표 아래 거대 건설사를 지원하는 체제로 법규와 제도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실상 이들 거대 건설사들의 해외 건축 시장 진입은 미미하다. 그 이유는 건축은 엔지니어적인 건설과 달리 문화를 바탕에 둔 지식산업적 측면의 기획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들 대규모 건설사들은 시장 공헌도의 질적 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내수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고용성이나 산업 영향력이 일상 생활권과 멀어져 있기 때문이다.

4차 산업 혁명 시대지만 대부분 모든 산업들은 일상 생활권과 괴리돼 있다. 때문에 성장의 수혜를 보기보다는 실직이란 피해를 보는 구조다. 반면에 건축 시장은 생활 경제권의 중심에서 개인들과 직접적인 경제 관계가 형성된다. 단, 거대 건축이 아닌 중소형 건축에서 더욱 효과가 있다. 최근 일어난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은 전 세계 경제를 무너뜨리고 있다. 국내도 급속도로 생산과 투자, 소비활동이 위축되며 실물경기가 급속히 냉각되고 심지어 붕괴 직전의 위기감마저 느껴진다. 위기의 대상자는 생활 경제에서 생활하는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이다. 국민 대다수를 차지하는 이들은 생활 경제 붕괴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당사자다.

기실 바꿔 말하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일하는 생활경제를 일으켜야 한다는 점이고, 생활경제의 중심에는 작은 산업이 있어야 한다. 작은 산업이 무엇인가? 작은 산업의 중심에 있는 업역이 바로 작은 건축이다. 건축 유형으로 보면 다세대, 다가구 주택, 작은 근린 생활 시설 등, 바로 생활건축이다.

코로나19 전염병이 촉발시킨 생활경제의 붕괴가 점차 가시화 되고 있는 시점에서 혁명에 가까운 정책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생활 건축을 장려해야 한다. 이미 본지는 2018년과 2019년에 이어 수차례 이런 아이디어를 게재해왔다. 다시 한번 강조하며 정부에 요청한다. 2003년 종별 세분화된 일반주거지역을 단일 일반주거지역으로 전환해주기를……. 일본의 플랫 신축 대출처럼 소규모 생활건축을 담보로 신축 공사비를 저리 대출로 지원해주기 바란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다수인 서민 경제를 부축해야 한다. 건축사의 80퍼센트를 차지하는 소상공인 건축사도 예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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