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남국 소장

코로나 19 바이러스 확산으로 전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충격파를 가늠하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많은 리더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지만 이런 불안을 외부로 표출하는 것 역시 조직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까. 경영학 연구 가운데 이런 극도의 불확실성에서 큰 도움이 되는 것이 바로 센스메이킹(sense making)이다. 저명한 조직이론가 칼 웨익이 제안한 센스메이킹(sense-making), 즉 ‘의미 파악’, 혹은 ‘의미화’란 개념이 무척 유용하다. 칼 웨익은 대규모 화재와 같이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위기상황 등을 연구하면서 급변하는 상황 자체를 이해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활동이 무척 중요하다는 통찰을 얻었다. 즉, 과거에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이라면, 과거 지식에 기초해서 상황을 판단하지 말고,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얻은 다양한 정보를 수집해서 의미를 파악하려고 노력하는 센스메이킹이 가장 중요한 생존 도구라는 설명이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소개된 센스메이킹 실제 사례를 보면 어떤 방식으로 불확실성에 대처할 수 있는지 감을 잡을 수 있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제1원전의 방사능이 유출된 사건은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런데 후쿠시마 제1원전으로부터 10km정도 떨어진 후쿠시마 제2원전 역시 쓰나미로 큰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위기를 극복했다는 사실은 그리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란제이 굴라티 하버드대 교수 등에 따르면 후쿠시마 제2원전의 마쓰다 소장은 쓰나미가 덮친 후 여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센스메이킹을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 그는 우선, 한 발 물러서서 상황을 파악했다. 마쓰다 소장은 과거 경험으로 섣불리 상황을 진단하지 않았다. 대신 조용히 화이트보드를 가져와 여진의 빈도와 규모를 기록했다. 여진의 강도나 빈도가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조직원 모두가 확인한 후 밖에 나가 상황을 파악하고 대비책을 마련했다.

끝없이 과업의 우선순위와 해결 방안을 계속 수정하는 것 역시 센스 메이킹의 필수 요소다. 직원들이 현장에서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마쓰다 소장은 작업 우선순위와 필요한 보급품 리스트를 정리했다. 그는 화이트보드에 원전 그림을 그려놓고 복구 전략을 직원들과 함께 논의했다. 새로운 정보가 생기면 즉각 직원들과 공유했고 이를 토대로 복구작업의 우선순위와 방법을 계속 수정했다. 결국, 현장에서 복구작업을 하다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조직원들은 스스로 우선순위를 수정하고 창의적인 방법을 고안해내며 문제를 해결하여 치명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과거 경험에 의존해서 상황을 진단하지 않고 한 발짝 떨어져서 데이터를 수집하며, 다양한 정보를 조직원과 공유하며 현장에서 우선순위와 방법을 자율적으로 수정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 전례 없는 불확실성에 직면한 리더들이 꼭 참고해야 할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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