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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설계업 허용’ 또 다시 수면 위로, 공정위 올해 업무계획에 반영

기사승인 2020.03.16  16: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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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공편의식·수익개선 수단으로 건축설계 접근…안전문제, 획일화 건축물 양산해 세계적 트렌드와도 안 맞아”

지난 3월 6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경쟁제한적 규제 개선의 일환으로 건축설계업을 시공사에게 허용하는 내용이 담긴 ‘2020년 공정거래위원회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설계·시공겸업 문제는 비단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지난 1997년 규제개혁, 또 2005년 국무조정실 주관 규제개혁 장관회의에서 ‘건설업계가 건축 설계업에 참여하는 것’을 건설 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규제합리화 방안 중 하나로 추진키로 하는 등의 요구가 있었다.

공정위가 이처럼 설계와 시공 겸업에 적극적인 이유는 건설업계의 줄기찬 요구가 한 몫하고 있다.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설계·시공 겸업을 문제화한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기자와의 유선통화에서 “경쟁이나 진입을 제한하고, 사업활동을 저해하는 분야를 개선하는 것이 기본적인 업무 추진방향이다”고 전제하고 “지난 10여 년간 관련 업무를 추진하면서 건설분야의 개선 촉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접수됐고, 수렴하는 차원에서 업무발표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구체적인 안을 마련한 것은 아니고,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와의 협의과정도 필요하다”고 원론적인 답변을 밝혔다.

과거에도 그렇지만 건설업계는 민간공사에 건설업체의 설계 겸업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 등 해외 사례, BIM 기반 실시간 협업 시스템 구축, AR/VR 등 시공과정에서 개발된 핵심기술과 공정 노하우가 설계에 적절히 반영되어야 건설기술 수준 향상이 이뤄진다는 논리, 또 해외발주자가 요구하고 있는 기획과 관리까지 담당하는 건설사업관리(CM)로의 전환을 위해 설계 겸업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연 초 건설업계 현황을 밝히는 자리에서 한 메이저 건설사 임원은 “현재 건설산업 시장은 개별 건물의 시공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생산성 확대를 위한 근로여건 개선, 자본조달은 물론 현장시공 최소화를 위해 모듈화 등 다양한 수준의 이해관계자와 협업을 해야 하고, 간소화해야 하는 변화와 혁신이 요구되는 시대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해외로 눈을 돌려 프랑스의 경우를 살펴보면 건축설계와 시공의 실질적인 겸업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한국행정연구원에 따르면 프랑스는 건축사가 시공업체에서 근무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이 경우 건축사협회 소속자의 지위를 가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Ordredes architectes’의 회원 등록자격을 상실하고, 건축사 건축 계약 권한도 상실된다.
일본 역시 건축설계와 건축시공을 분리해 발주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다만 민간공사의 경우에 제한적으로 설계시공 일괄방식(Design-Build)이 활용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 현재 건축사 업무내용을 담고 있는 건축사법 19조에서 건축사는 건축물의 설계와 공사감리에 관한 업무를 수행한다고 정하고 있고, 동법 23조에서 건축사가 건축사업을 하려면 건축사사무소의 개설신고를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건축사업계는 해묵은 논쟁이자 전문자격사 고유업무를 훼손당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건축사는 “매번 논리와 이론을 갖춰 대응을 하고 있지만 ‘규제개선’이라는 명목의 불도저식 정책추진이 반복되고 있는 현실에 환멸을 느낄 지경이다”면서 “정말 이 문제만 생각하면 피로감이 느껴진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건설업체에 설계업을 허용하게 된다면 시공편의식 설계, 또는 수익개선을 위한 수단으로 설계에 접근하려 할 것이고, 이는 건축안전문제와 더불어 고품격 건축을 추구하려는 세계적인 트렌드에 뒤떨어진 획일화된 건축물만 양산될 것이 뻔한 상황이다”면서 “또한 차별화된 설계안을 내놓더라도 이를 빌미로 분양가를 높여 잠재적으로는 부동산 시장의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도 다분하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학 건축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건설업이라는 거대권력이 그 파워를 가지고 논스톱서비스를 하겠다는 의도라 대단히 우려스러운 일이다”면서 “교육과정, 다시 말해 학제가 나눠져 있다는 말은 함께 있으면 합리적이지 않기 때문이고, 그런 면에서 설계와 시공은 사고의 과정과 일을 행하는 프로세스가 완전히 다른 경우가 아닌가”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공간구현에 초점을 맞추는 설계와 경제성과 공정기술 등에 근간을 두는 시공은 행위과정에서 일련의 정보를 제공하게 되는데 건설사의 경제성 등의 의도가 우선돼 설계로 이어진다면 왜곡된 정보가 대중화될 경향이 높아 문제가 되는 것이다”면서 “건축시장의 혼란을 야기할 사안인 만큼 반드시 무효화 되거나 저지되어야 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대한건축사협회 관계자는 “건설사 설계업 허용문제는 본질적으로 보자면 규제개선과 하등의 관계가 없고, 설계·시공 겸업을 업계 칸막이로 보는 시각에도 오류가 있다”면서 “세계적으로도 학제가 별도로 존재하고, 건축사가 설계하고 이를 건설사들이 시공하는 것이 국제표준이고 현실임을 자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4차 산업혁명시대에 건축사들의 창의성은 도시설계와 도시문제를 해결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면서 “산업의 경쟁력 제고가 목표인 공정위는 건축의 질 보다는 최저가만 강조하는 국내 공공건축 발주 관행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고 일갈했다.
끝으로 그는 “건축사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고삐를 다잡아야 할 중차대한 시기에 기능의 축소와 혼란을 야기할 일들이 벌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건축사들의 단합이 요구된다”면서 “건축사 의무가입제도 실현은 설계·시공겸업 등의 업권 수호와 건축문화의 창조자인 건축사의 역량 강화를 위한 첫 걸음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박관희 기자 lookpia@naver.com

<저작권자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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