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전례 없는 위기의 경제 상황에 뜬금없는 건설업계의 설계 겸업이 또 다시 언급되고 있다. 건설과 건축설계의 본질적 차이는 고래와 상어만큼 다르다. 벌써 몇 번째인가? 속된 말로 지친다. 이번엔 공정거래위원회다.

건축사협회의 설계 시공 겸업 반대에 대한 사설과 성명이 몇 번이나 나왔는지 모른다. 2007년에는 궐기대회까지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설계 시공 겸업을 업계 칸막이로 보는 시각이라면 당장 대학에 가서 눈으로 확인해 보기 바란다. 국가건축정책위원회의 위원들을 만나보기를 권하며, 건축대학의 교수들을 만나보길 권한다. 국내 관계자들을 믿지 못하면 국제건축사연맹인 UIA에 가서 건축 설계와 시공의 차이를 물어보기를 권한다.

이미 2003년부터 건축대학은 건설과 분리되어 별도의 건축대학으로 정착되어 있다. 출발부터 다르다. 건설사들의 설계 능력 운운은 그들의 시공 도면 작성 능력을 키우면 될 일이다.
공정거래위는 프리츠커 상이라고 아는지, 당장 컴퓨터를 켜서 찾아보기를 바란다. 프리츠커 상을 수상한 건축사들에게 설계 시공 겸업을 질의 해보라. 황당해 할 거다. 한 마디 더하면 싱가포르나 아부다비의 루브르 박물관 같은 세기의 명작 건축들이 있다. 노만 포스터나 쟝누벨 같은 거장들의 설계다. 그리고 이들 건축을 시공한 회사들은 우리나라 현대건설 같은 국내 건설사들이다. 이들은 거장들의 설계를 받아서 스스로 시공도면 작성 조직이 백여 명이 넘는 BIM 팀을 뽑아서 진행했다. 시공도면을 작성하고 쟝누벨의 승인 과정을 거친다. 그렇게 건축사의 업역은 기본적으로 창의성을 인정 받으며 그들의 설계를 바탕으로 한다. 그게 국제적 표준이고 현실이다.

건설사들이 장누벨이 될 수 있다는 착각은 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것은 국제적인 웃음거리 소재가 될 뿐이다. 국내 건축사들이 왜 힘겨워하는지 오히려 국내 건축 시장의 척박함과 잘못된 정책과 제도들을 고민해 주기를 간곡히 요청한다. 수퍼 발주처들의 갑질 계약부터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살펴보길 바란다. LH나 농협, 한전 같은 정부 투자 기업들의 계약서는 일방적이다. 민간 대기업 또한 말할 것도 없다. 이런 것이 불공정이고 공정거래위원회가 개선할 일이다.

다시 강조하는데 명백히 건축사 고유 업무인 설계와 건설사의 시공은 전혀 다른 일이고, 현재도 건축사의 창의 산물인 설계를 바탕으로 공사용 설계는 스스로 할 수 있다. 공사용 설계는 시공 도면으로서 시공을 위한 도면 작성의 책임 및 능력 배양은 시공사의 몫이다.
다시 확인 하는데 건축과 건설은 명백히 DNA 자체가 다른 종이다. 고래와 상어가 물에 산다는 정도의 공통점을 가질 뿐이다.

이젠 설계 시공 겸업의 황당한 주장은 사라지길 희망한다. 지금은 오히려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창의성이 경쟁력의 핵심이 되고 있다. 건축의 질보다는 최저가만 강조하는 대한민국 공공 건축 발주 관행을 혁명적으로 개선해주기 바란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진정 건축사 산업의 경쟁력을 위한다면, 건축사들을 옥죄는 최저가 덤핑과 능력 배제의 최저가 입찰부터 개선해주길 강력히 희망한다. 주 52시간과 최저임금제 등을 말하면서 설계비와 설계 기간 현실화는 외면하는 공정거래위가 이해 안 될 뿐이다. 도대체 건축사와 건축사보들이 어디까지 희생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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