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명철 건축사

도대체 무모(無謀)한 것인지, 용감했던 것인지……. 지난달 21일 부산에서 리모델링하던 2층 단독주택이 무너졌다. 붕괴된 건물 잔해에 인부 5명이 매몰되었다가 3명은 다행히 구조됐으나 2명은 안타깝게도 사망했다. 언론에 보도된 사진들을 보면서 추측컨대, ‘시멘트벽돌조’ 또는 ‘블럭조’의 벽체 위에 철근콘크리트 평지붕을 얹은 주택으로 보인다. 붕괴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도 볼 수 있는데 그것을 보면, 전조현상 없이 급작스런 붕괴의 모습을 보인다. 그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구조에 대한 안전진단과 철거계획 없이 무자격자에 의하여 공사가 이루어진 것을 의미한다고 보여진다. 구조에 대한 안전진단이 없었다는 것은 또 무엇을 말하는가? 해당 리모델링 공사는 건축사의 참여 없이 인테리어 업체나 지역 집수리 업체가 공사를 진행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공사에 건축사는 왜 참여하지 않았을까?

소규모 건축물의 수선(修繕)행위이므로 법(法) 밖에 존재하는 공사였기 때문이다. 건축사가 참여하였더라면 철거부위의 구조검토를 통하여 먼저 구조보강을 해놓고, 잭서포트(jack support)도 받쳐놓은 상태에서 철거나 해체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현장에 관여했을 것이고, 철거나 해체가 불가능 부분은 다른 방안을 강구하였을 터이다. 그랬더라면 저러한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언론의 보도들을 보면서 ‘건축신고행위도 없었을 테니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건축사로서 할 수 있는 것은 없었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일이 종종 발생하는 우리나라 건축현장의 현실을 볼 때 ‘법 밖에 존재하는 소규모 공사였다’라고 치부(置簿)하고 지나치기에는 인명피해 앞에서 건축전문가로서 너무나도 송구하다. 공사를 맡긴 의뢰인이나 공사를 맡은 업자나 ‘사소한 건축행위’로 여겼을 터인데, 피해는 사소하지 않았다. 사소한 건축행위는 있을지언정 사소한 인명은 없다.

▲ 파사드(facade)의 대부분을 해체하는 모습인데, H형강으로 구조보강을 한다고는 했으나, 아이스케일(eye scale)상 규격이 100×100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 형강으로 받쳐 놓았으며 가로로 놓인 H형강 상부에는 사춤도 없다. 노란선 박스 안은 더욱 위태위태한데, 해체하고 남겨진 벽돌 몇 장이 박공의 일부를 지지하고 있다. 처마 끝을 지지하는 구조재는 아예 없다.
▲ 이틀 후 다시 촬영한 것인데, 어머나! 위태하게나마 박공을 지지하던 벽돌벽의 일부마저 사라져 버렸다. 부산의 단독주택 붕괴사고는 내 얘기가 아니란 듯, 공사는 오늘도 꿋꿋하게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사고가 종종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건축과 관련한 법에서 안전에 대한 규정들을 살펴봤을 때, 소규모 건축물은 많은 부분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소규모’의 기준은 무엇인가? 라며 자를 들이밀면 한도 끝도 없는 논의가 나올 테니, 그것은 넘어가기로 하자. 분명한 것은 위의 사고도 ‘소규모’ 건축물의 안전에 대한 간과(看過)에서 비롯되었다고 나는 확신한다. 여기서 간과란 소규모건축물의 수선행위가 법 테두리 안에 있지 않아서 안전관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규모라서 문제가 되는 과정은 이런 것이다. 언론에서는 위 사고를 ‘리모델링 공사’였다 라고 말하고 있지만 건축법상의 ‘리모델링’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었고 ‘개축’이나 ‘대수선’행위에 버금가는 공사였으나 규모와 범위가 건축법상의 규정에 이르지 못하는 ‘수선’정도였을 게다. 설령 공사규모가 개축이나 대수선에 해당했다 했을지라도 “어! 그러면 건축사가 관여해야 한다”라고 했을 리도 만무하다. 자본주의 역사가 깊지 않아서 오늘의 투자가 당장 오늘의 이익으로 보여야 하는 투박한 비용수익곡선을 갖는 대한민국의 건축물 수선시장(修繕市場)에서, 건축사의 관여는 쓸데없이 공사비용만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여겨지기 일쑤니까 말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부산 단독주택 붕괴사고’와 같은 일이 우려되는 공사현장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발견된다. 사진은 지난 2월 하순경, 필자의 사무실 인근에 있는 어느 식당의 수선공사 현장을 직접 촬영한 것이다. 해체공정의 모습이 위태위태한데, 이러한 것을 보면 어떠한 수준의 업체가 공사를 하고 있는지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예상도 필요 없었다. 굴삭기 뒤로 자랑스러운 ‘인테리어 공사 중’이라는 현수막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다.

사진 속의 상가는 인근에서 꽤 유명한 식당으로서 혹시 독자 여러분 중 누군가가 필자와 식사를 하러 오셨는데, 지역에서 유명한 저 식당을 그냥 지나치거들랑 이유는 묻지 마시라. 밥 먹다 매몰되고 싶지 않기 때문이며, 필자를 찾아주신 손님도 보호하고자 하는 이유일 테니 말이다.

우리 건축사들은 업무대가의 크고 작음을 떠나서 ‘국민의 건축생활 안전’을 가장 일선에서 관리해야 할 전문가라고 생각한다. 소규모 수선현장에도 중심 잡힌 꼿꼿한 지식인이자 실천가인 우리 건축사들의 시선이 실질적으로 향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가 정비되기를 바란다. 사소한 건축행위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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