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흡 동국대학교

온돌은 우리에게 기원전부터 전승되어 온 민족 고유의 주거문화다. 생태환경을 활용한 바닥 난방에는 우리의 생활 습관이 녹아있다. 온돌을 생활양식으로 하는 좌식문화에서는 머리는 차갑게 하고 몸은 따뜻하게 하는 두한족열(頭寒足熱)을 중시했다.

이는 따뜻한 기운은 아래에서 위로, 찬 공기는 위에서 아래로 자연스럽게 흐르게 하여, 몸의 에너지 흐름을 평형상태를 유지시키는 조상들의 뛰어난 삶의 지혜다. 이런 전통적인 고유문화가 현대사회로 오면서 주거양식의 변화로 바닥보다 의자에 앉아있는 시간이 긴 입식문화로 변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의 건강 상태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입식문화에서는 바닥 난방을 하지 않기 때문에 찬 공기가 바닥으로 내려간다.

두한족열을 유지하는 자연 순환원리와 상반된 공기 흐름이 만들어 진다. 심할 경우 머리와 발의 온도 차이가 10℃이상으로 나는 두열족한(頭熱足寒) 현상이 나타난다. 이 때문에 몸의 에너지 평형에 이상이 생기고 있다. 극단적인 예를 들면, 차가운 곳에 오래 머물면 발이 시리다. 시간이 지나면서 처음에는 발가락에서부터 시작한 시림이 점차 발바닥 전체로 이어지며 극기야 발가락이 끊어질 것 같은 통증으로 바뀐다. 우리 몸은 바닥 냉기에 열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저항하면서 에너지를 많이 사용해야 한다. 바닥으로부터 전해오는 차가운 냉기와 싸워야 하므로 집중력이 떨어지고 불쾌감도 증폭된다.

우리 몸에서 부정적인 스트레스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만약 이러한 환경이 우리 아이들 학교 교실에서 발생되고 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학생들은 집중력이 크게 감소하면서 주위가 산만해지고, 선생님의 가르침이 제대로 귀를 기울일 수 없는 교육환경으로 이어질 것은 자명하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입식문화에서 발 시림은 교실의 바닥 재료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나아가 학습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일본 문부과학성은 보고하고 있다. 이들은 겨울철 난방이 없는 교실에서 콘크리트와 목재 바닥에서 아동들의 발의 피부 온도를 비교했다.

바닥으로부터 5cm 부위의 피부 온도는 콘크리트 바닥의 45%가 10℃이하를 나타낸 반면, 목재 바닥에서는 10℃보다 훨씬 높았다. 발의 온도가 17℃이하가 되면 불쾌감을 느끼고 12℃이하에서는 극한의 발 시림을 감지하며, 7℃이하에서는 통증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콘크리트 바닥은 5분이 경과하면서부터 통증은 더 심해지며 학생들의 집중력이 크게 떨어지는 등 급속도로 학습효과가 저하되었다. 한편 여름철 에어컨의 찬 공기가 아래로 내려가며 머리 부근은 적당히 시원하지만 하반신은 춥다. 이때 학생들의 학습효과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콘크리트, 염화비닐시트와 목재 바닥에서 발바닥, 발목, 장딴지 부분의 피부온도 변화를 조사한 바 있다.

목재는 발바닥과 발목, 장딴지까지 피부 온도 변화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콘크리트와 염화비닐시트 바닥은 시간이 경과할수록 피부 온도가 낮아지고 발바닥과 발목 부분의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두열족한 현상이 나타났다. 반면 목재 바닥은 학생들 신체 리듬과 동조하면서 포용력이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이것이 목재를 교육환경에 적극 권장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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