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대익 건축사

건축사사무소에 처음 입사하여 수주본부에서 10년여 동안 주야장천 날밤을 세우는 시간을 보냈다. 그 틈에 건축사 자격시험에 합격하고 무슨 호기였는지 두려움이 없었던 것인지 고민할 시간도 없이 파트너와 의기투합하여 2018년 사무소를 개소하였다.

개소 후 당연시 겪게 될 힘겨운 상황들을 미리 짐작한 것일까? 8개월 동안 8개의 지역제한이 없는 제안공모에 설계공모안을 제출하고 쓰디쓴 패배감을 느꼈다. 그래도 운이었는지 가작이라는 성과지만 우리로서는 큰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결과물도 있었다.

그러던 중 이상한 점을 느꼈다. 나라장터에 올라오는 제안공모가 누구나 공평하게 참여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100%는 아니지만 적지 않은 용역들이 지역 건축사사무소만 참여할 수 있도록 지역제한이 걸려 있었다. 지역제한이 없는 프로젝트는 많게는 100여 업체가 참여해 현장설명회를 가득 메운 적도 있었다. 지역 사무소의 경쟁력을 우선적으로 키워주기 위해 제한을 한 것인가? 불순물이 없는 순수한 취지라면 좋다. 지역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고, 한편으로는 우리처럼 기댈 곳 없는 신진 건축사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이번에는 내가 속한 인천의 제안공모를 살펴보겠다. 일단 지역제한이 없어서 모든 사무소에게 공평해서 좋고, 월등한 실력의 디자인과 기능을 추구하는 듯해서 좋다. 인천 지역 참가자가 소수라서 아쉬운 감이 있지만 어쨌든 좋은 취지임에는 틀림없다.

관공서 건축 분야 관계자를 만날 기회가 있을 때 지역제한에 대해 물어본 일이 있다. “과거에는 지역제한을 했었지만 사무소의 참여율이 저조하고 작품성에 문제가 있어 현재는 제한을 풀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당시에는 어떠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처음부터 잘 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현재 인천에 상당한 실력과 능력을 갖춘 건축사사무소들이 있지만 지역제한이 풀린 탓에 그들이 뜻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줄었다. 작은 프로젝트라도 지역제한을 건다면 인천만의 경쟁력을, 디자인을, 자존감을 더욱 키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이기적인 작은 바람을 가져본다.

얼마 전, 인천 건축의 디자인 경쟁력을 드높이고 인천 건축의 상징적 인물을 띄우는 프로젝트인 ‘2019 Incheon Architect 5’에 5인의 인천 건축사들이 선정됐다. 좋은 취지의 이벤트라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과 더불어 언젠가 우리 사무소도 그 5인에 속하리라는 부푼 꿈을 안고, 나는 오늘도 지역제한이 없는 인천과 지역제한이 있는 타 지역의 제안공모 사이에서 모순되는 클릭 버튼을 눌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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