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해진 쓰레기장…생활SOC 인프라 주력

정부가 지난해에 도시재생 뉴딜사업 116곳을 선정하고 본격적인 사업 추진에 나섰다. 지역 주도, 소규모사업 중심, 지원 확대 등의 방침으로 기존에 지적받은 도시재생 정책의 문제점을 개선해 낙후된 지역을 정비하고 주거, 경제, 생활 SOC 등의 인프라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매년 10조원씩 5년간(2017∼2021년) 총 50조원을 투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도시재생사업이 실생활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주고 어떻게 삶의 질을 변화시키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현실로 크게 와 닿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가령, 주차공간이나 쓰레기장 같은 생활공간들 말이다. 이는 다소 예민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실생활에 꼭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진행 중인 혹은 진행을 앞둔 도시재생사업 사례들을 통해서 생활SOC 현황에 대해 알아봤다.

▲ 쓰레기로 몸살을 앓았던 서울금융고등학교 통행로가 정원으로 변했다. (사진 제공=서울시)

눈살 찌푸려지던 쓰레기장의 클린한 변신

지난해까지 서울금융고등학교 통학로는 항공기 소음과 쓰레기로 몸살을 앓았다. 주변 쓰레기장(250㎡)에 무단 투기된 쓰레기들이 많아서 악취가 끊이지 않았다. 설상가상 불법 주정차들까지 있어 학생들은 통학로 대신 찻길로 아슬아슬한 통학을 해야 했다. 그러나 ‘하늘길 초록동행 프로젝트’ 사업 덕분에 현재는 꽃과 나무가 함께 한 녹색정원이 됐다.

서울시는 국공항공사, 양천구, 환경조경나눔연구원과 협력해 이곳에 1,400 종류의 수목을 심고, 통학로에 차를 주차할 수 없도록 목재데크를 설치해 차도와 거리를 분리시켰다. 낡아서 부서진 담장은 보수했으며, 야간 시 자동으로 발화되는 태양광 전등을 곳곳에 설치했다. 비행기 소음이 발생하면 새소리와 함께 날개가 작동되는 철제 새는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조형물이다. 완벽하게 해소하기 어려운 항공기 소음을 역으로 이용해 재미를 준 발상이 독특하다. 자석 원리에 의해 저전력으로 작동되는 구조라 가성비도 좋다.

▲ 외관과 위생 상 불편했던 사북읍 쓰레기장이 깨끗하게 변화했다. (사진 제공=정선군 도시재생지원센터)

지난해 강원 사북읍에 설치된 클린쓰레기장 또한 도시재생의 성과다. 정선군 도시재생지원센터는 외관이나 위생상으로 열악했던 기존 쓰레기장을 자연친화적이면서 사용자의 편리성을 고려한 클린쓰레기장으로 바꿨다. 일 년 동안 주민과의 교류를 통해 얻은 데이터를 활용해, 음식물 쓰레기통 확대, 분리수거 칸막이 및 태양광 전기 설치 등을 조치했다. 정선군 도시재생지원센터 관계자는 "클린쓰레기장 설치 이후 주민들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에게 반응이 좋다"면서 "이는 도시재생사업 중 하나로, 이외에도 폐 공간을 활용한 커뮤니티 리모델링 사업, 골목길 벽화 사업 등 다양한 추가적인 사업을 추진·계획 중에 있다"고 말했다.

문화공간으로 돌아온 석유비축기지

▲ 과거 석유비축기지였던 공간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사진 제공=서울시)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 인근에 위치한 축구장 22개 크기의 석유비축기지는 ‘문화공간’이 되어 시민들 품으로 돌아왔다. 41년 간 철저히 일반인의 접근이 통제됐던 곳이 뜻밖의 장소로 탈바꿈한 것이다. 문화마당을 둘러싼 6개 탱크는 기존에 유류를 보관하던 분위기를 그대로 살려 역사와 개성을 드러냈다. 탱크들은 현재 공연장, 강의실, 카페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국내외 작가들을 초청해 가압펌프장 건물에 예술벽화를 작업하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도시재생사업들…인프라 구축 중요

이런 변화들 중에는 해외에서 성공한 도시재생사업을 참고한 것이 많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도시재생 지역인 스페인 발바오는 낙후된 곳만을 개발한 것이 아니라 도시 전체적인 측면에서 접근했기 때문에 사업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었다. 기하학적 디자인이 돋보이는 구겐하임 미술관을 랜드마크로 중심으로 문화예술기관을 비롯한 여러 공공시설들이 들어서면서 기존 공업도시는 문화도시로 완벽하게 탈바꿈됐다.

일명 ‘빌바오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 미국 뉴욕 하이라인 파크도 도시재생사업에 나섰다. 20년 간 방치돼 도심의 흉물로 전락한 철로에 대해 의견이 엇갈렸는데, 정부는 이를 철거하는 대신 잘 가꿔 보존하는 전략을 취했다. 무엇보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도시재생에 큰 힘이 됐다.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많은 지역사회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힘을 보탰다. 시민들은 철로 주변에 꽃과 나무를 심었고, 사진작가를 비롯한 유명인들은 그곳에서 사진전을 개최하는 등 하이라인을 알리는 데 기여했다. 그 결과, 우울한 철로였던 그곳은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공원이 됐다.

이처럼 성공한 도시재생사업의 키워드는 '랜드마크(건축물)', '개성' 그리고 '인프라'로 압축된다. 두 사례 모두 사람들이 많이 찾는 장소가 되면서 도시는 활력을 찾고 공공시설을 비롯한 생활시설의 인프라가 자연스럽게 구축됐다. 전문가들은 도시재생사업을 할 때 지역적 특색을 잘 살리되 생활SOC의 인프라 구축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홍성용 대한건축사협회 편집위원장은 지난해 말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2019 대국민 건축 토론회’에서 “도시재생에 성공한 나라들은 도시를 사용자 중심의 도시로 바꿨다. 밥을 먹고 직장에 가고 공원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집에 돌아오는 것이 하나의 도시에서 걸어서 십 분 내에 해결이 가능하다”고 설명하면서 ‘사용자의 삶을 연결시켜야’할 것을 주문했다. 김용수 자유한국당 국토교통위원회 전문위원 역시 같은 행사에서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한 나라들의 성공 요인으로 '생활 인프라'를 꼽았다.

마을도서관은 걸어서 15분 내에, 공원 산책이 취미 될 수 있도록

정부 역시 생활SOC 인프라 강화에 관심을 쏟고 있다. 올해부터 본격 추진되는 서울시 한강변 재생 사업은 생활SOC를 고려한 대표적 아이템이다. 보행로의 기능을 강화하는 동시에 문화예술시설을 접목해 시민들이 한강변을 보다 편리하고 안전하게, 그리고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말 ‘국가도시재생 기본방침’ 중 기초생활 인프라 국가 최저 기준을 반영한 개정안을 공고했다. 도시재생사업을 벌일 때 도서관, 어린이집 등 기초생활 인프라를 설계하는 최소한의 기준 권고안이 주된 내용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자동차 등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하는 지역거점시설의 경우 국공립도서관은 차를 타고 10분, 사회복지관이나 노인복지관 등 사회복지시설, 보건소, 응급실을 갖춘 의료기관, 문화시설, 공공체육시설은 20∼30분 내에 있어야 한다. 도보로 다니게 되는 마을시설의 경우 유치원, 초등학교, 도서관, 경로당 등은 걸어서 5∼15분 내에 있는 것을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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