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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3법(인허가제·공공건축법·건축사법)’ 줄탁동시(啐啄同時)

기사승인 2020.02.03  13:5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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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서울 용산구 한복판에서 4층짜리 상가건물이 무너졌다. 벽이 부풀어 오르고 균열이 보여 주민이 구청에 민원을 제기한 지 한 달만이었다. 담당 공무원은 현장을 보고도 붕괴를 감지하지 못하고 그냥 돌아섰다. 안일한 대처, 안일할 수밖에 없는 전문성 때문이었다. 부족한 전문성은 심의로 메우고 있다.

같은 해 9월에는 동작구 상도동에서 유치원 한편이 무너져내렸다. 옆 공사장으로부터 지반 침하를 우려해 구청에서 전문가를 모아 공사 계획서를 심의하긴 했다. 이후 정부는 현장 감리를 늘리고 지자체는 조례로 심의 단계를 더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이런 식으로 늘어난 건축 관련 심의만 최대 40여 개. 공무원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단계별 심의위원은 최대한 보수적으로 건축물을 살펴본다. 책임은 소재 파악이 어려울 만큼 파편화한다. 건축물 탄생에 조금 더 앞 단계로 가보자.

2018년 10월 세종 신(新)청사 설계공모에서도 일이 터졌다. 당선작 발표 직전 심사위원장은 사퇴했고 발주처 직원은 심사직에 남아 자신이 일하기 좋은 안을 뽑았다. 실력 있는 건축사들은 심사 불신에 먹고 살만 해지면 공공설계공모는 기피하게 된 지도 꽤 됐다.

최근 취재 현장에서 바라본 건축계는 그나마 있던 권한을 점차 뺏기는 모양새다. 안 좋은 사건만 모아 놓은 게 아니라 사례의 흐름은 대체로 유사하다. 규제는 점점 건축사를 옥죄고 건축사는 줄어드는 권한을 붙잡고 끌려들어 간다. 새 판에서는 하위를 차지하는 건 건축사. 이는 건축물을 짓고 유지하는 시스템에서 건축사가 주도권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잘못이 반복된다는 건 거기 앉은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체계를 뜯어고쳐야만 한다는 뜻이다.

다행히 국회와 국가건축정책위원회로부터 새로운 건축 시스템이 나왔다. 일명 ‘건축 3법(인허가제·공공건축법·건축사법)’이다. 좋은 설계안을 뽑지도 못하고 최악으로 시공된 공공건축물은 번득이는 아이디어가 심의를 거칠 때마다 평범함 이하로 깎여 밋밋해져 왔다. 소중한 재산권과 밀접하기 때문에 갈수록 제사보다 젯밥에 공들이는 사회적 낭비가 반복되던 터다. 경제·사회 수준에 비해 뒤떨어지는 건축의 질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건축의 틀이 마련된 것이다.

우선 인허가와 심의 권한을 공무원에서 전문가로 옮겨오는 건축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그간 공무원은 심의로 권한만 위임하며 책임을 덜어왔다. 하지만 이제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지역건축안전센터에서 건축물의 허가와 승인을 맡는다. 나아가 기존 법에 앞선 공공건축특별법도 준비 중이다. 최근 정부가 생활SOC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작은 공공건축물이 일상에 밀접하게 될 예정이다. 주민이 이용하는 공공건축물은 특별히 더 공정한 심사를 통해 설계안을 뽑도록 한다. 또 짓는 과정에서 설계안의 공공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설계의도 구현’ 개념도 도입된다. 공정한 설계 공모 시장에 실력 있는 건축사들을 모으고 탁월한 공공건축물들이 늘어난다면 국민도 건축의 눈을 키울 수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건 새 시스템에서 건축사가 판을 다시 아우를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시스템을 가장 잘 통괄해 낼 수 있는 건 건축 전문 자격을 가진 건축사가 적격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여기에 건축 3법의 마지막인 건축사법 개정안이 걸려있다. 전제는 권한 만큼의 책임이다. 건축사 윤리 강화를 위해 징계권을 가진 중심 단체의 존재가 필수 불가결하다. 당국은 세 법안을 반드시 함께 실행해야만 새로운 건축의 틀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하지만 건축 3법은 아직 국회 소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했다. 21대 국회에 법안 통과를 기대해야 할 지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당사자인 건축사에게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하는 바다. 현재 세 법만으로는 현장 작동이 어려울 수 있다는 건 사실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건축계가 대안 없는 훈수만 두기에는 사회는 급변하고 있다. 도장만 찍으며 수가 탓만 하다간 인공지능에도 설계 능력이 따라잡힐 시대가 얼마 남지 않았다. 건설사·시행사·신탁사는 물론 이제 은행까지 소형 건축물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건축계가 주도해 공공성을 띤 건축의 틀을 갖추는 게 시급하다. 이 틀에 구조·전기·소방 등 타 직능 단체와 협의해 나가는 건 다음 순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건축사법 개정안에 맞춰 건축계는 협회 의무 가입 및 징계권을 위해 단체 재조립이나 상위 기구 마련까지 검토해 둬야 한다. 뒤늦게 현실 가능성을 따지느라 무용지물이 될 게 아니라 건축사협회부터 적극적으로 마스터플랜 구성을 위해 건축계에 손을 내미는 게 출발점이다. 나아가 새 틀 안에서 건축사의 공적 역할은 더 강화된다. 더이상 개인 사업자, 예술가가 아니라 사회 안전망에 가장 큰 톱니바퀴라는 건축사의 공공적 인식이 커져야 한다. 새로운 ‘게임의 룰’에서 주인공이 될 것인가, 용역 업체로 남을 것인가, 건축계는 기로에 서 있다.

이재명 기자 서울경제신문 건설부동산부

<저작권자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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