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영에서 소통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소수의 천재급 기획자의 통찰만으로 복잡하고 돌발 상황이 자주 발생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하는 게 불가능해졌다. 고객 및 시장과 직접 대면하고 있는 일선 직원들의 생각과 아이디어가 경영진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면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는 인식도 커지고 있다.

그래서 많은 한국 경영자들도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는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조직문화 개선의 핵심 과제로 소통 확대를 추진하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우리가 지향하는 조직문화는 ‘사일로’ ‘불통’ ‘독단’이다”라고 말하는 경영자는 없다.

그런데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 조직들은 소통 측면에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워크숍도 하고, 회식도 하고, 소통을 위한 다양한 회의도 기획하고, IT인프라를 도입해 손쉽게 직원들이 의견을 올릴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SNS도 활용해보고, 기업문화 전담조직을 운영하기도 한다. 이런 노력들은 대체로 소통의 양을 늘리는데 확실한 기여를 한다. 그렇지만 진짜 제대로 직원들이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조직은 많지 않다. 지극히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생계를 의지하고 있는 직장에서 동료나 상사의 감정을 조금이라도 상하게 할 가능성이 있는 말을 굳이 꺼낼 이유가 없다. 심지어 조직을 살릴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다 해도 “맡은 업무나 잘 하라”는 말을 들을까봐 입 밖에 꺼내지 않는 조직원들도 많다.

소통의 양이 아무리 많아도 질이 개선되지 않으면 조직의 성과는 잘 개선되지 않는다. 소통에서는 양보다 질이 훨씬 더 중요하다. 소통의 질은 다음과 같이 측정할 수 있다. 첫째, 상급자와 하급자 간 대화의 비율이다. 소통을 위해 아무리 회식, 워크숍, 간담회 등을 많이 하더라도 모임에서 상급자와 하급자의 발언 비율이 90대 10이라면 소통이 제대로 됐다고 보기 어렵다.

둘째는 대화의 내용이다. 우리의 시장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다거나 우리가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문제가 있다거나, 최근 고객 서비스 과정에서 실패사례가 발생했다는 등의 불편한 사실을 말할 수 있는 조직이야말로 진짜 제대로 된 소통이 이뤄진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하급자가 상사에게 불만을 제시할 수 있다면 소통이 질이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많은 조직원들은 이런 불편한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하길 꺼려한다. 과거 페르시아에서는 패전소식을 전한 전령을 죽였는데, 결국 제국이 멸망하고 말았다. 지금 당장 불편한 이야기라도 두려움 없이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소통의 질이 개선된다. 특히 불편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 진심으로 리더가 고맙다는 마음을 전달해줘야 한다. 리더가 지속적으로 이런 노력을 지속하면 소통의 질은 점차 개선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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