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K21에서 ‘건축’, 기타 중점분야로 분류

· 건축 전문인력육성에 관한 긴급토론회서 건축계 한 목소리,
· “국가 교육 정책에서 소외된 ‘건축’ 수용 불가”
 건축 분야 인재양성 지원 대책 마련 촉구

▲ 1월 2일 건축사회관 국제회의실에서 ‘건축분야 전문인력육성에 관한 긴급토론회’에서는 건축계가 한 목소리로 4단계 BK(Brain Korea)21 사업계획안의 원안 수정을 통해 건축 분야의 인재양성을 위한 지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왼쪽부터 김용식 현대건설 전무, 김수민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 박준석 한양대학교 건축공학부 교수, 박홍근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전봉희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최창식 한양대학교 건축공학부 교수, 강현구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건축이란 단어를 쓰는 건 지금의 기성세대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 “연구에도 참여하지 못하는 학문이 되어 버린 상황에서 미래 인재양성은 언감생심 가당치도 않다”, “BK21 사업에서 사실상 소외된 건축은 후속세대 양성의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새해 벽두, 건축을 대표하는 3단체는 최근 공개된 4단계 두뇌한국(BK, Brain Korea)21(이하 BK21) 사업계획(안)에서 건축분야가 철저히 소외됐다고 평가했고, 4단계 계획안이 예정대로 확정된다면 건축분야 대학원생 대다수는 사업의 지원을 받을 수 없거나, 타 분야 대비 지원의 범위가 매우 좁아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 4단계 BK21 사업계획안에서
   건축은 기타중점관리 분야로 빠져

1월 3일 서울시 서초구 소재 건축사회관 3층 국제회의실에서는 건축분야 전문인력육성에 관한 긴급 토론회가 개최됐다. 대한건축사협회, 대한건축학회, 한국건축가협회가 주최하고 대한건축학회가 주관한 이날 토론회는 시종일관 교육당국에 대한 성토의 장으로 이어졌고, 4단계 BK(Brain Korea)21 사업계획안의 원안 수정을 통해 건축 분야의 인재양성을 위한 지원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로 뒤덮였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12월 3일 관련 공청회에서 4단계 BK(Brain Korea)21 사업계획안이 공개 되면서 비롯됐다. 이날 공개된 사업계획안에는 1, 2, 3단계까지 사업단 선정계획에 포함되어 있던 건축분야가 서로 연관성이 없는 13개 학문이 묶인 기타중점관리 분야로 빠지고, 지원 사업단 규모는 8개 내외로 한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축 관련 단체 및 학회들은 일제히 4단계 사업을 포함, 앞으로 핵심기초학문인 건축분야가 BK21 사업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것이 기정사실화 된 것이고, 이번 4단계 사업계획안이 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분개했다.

사실 교육당국은 이보다 앞서 2019년 6월에 진행된 공청회에서는 건축분야가 소패널로 구성돼 독립된 지위를 가질 것이라고 밝혔었다. 그런 태도를 보이다가 몇 달 뒤 열린 공청회에서 돌연 기타 중점분야의 하나로 건축을 분류해 학계 및 산업계에서는 명백하게 건축 학문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BK21’은 핵심 학문분야의 연구역량을 제고하고 학문후속세대 양성을 목표로 국가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석·박사급 연구인력 양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난 사업들을 통해 건축분야 역시 수혜를 받고, 성장해왔음을 부정할 수 없다. 특히 정부는 올해부터 이뤄질 4단계 BK21 사업은 스마트시티 등 신산업 변화에 맞춘 연구인력 양성을 위해 매년 석·박사 인력 1만9,000명 이상을 지원해 교육과 연구의 질적 수준을 제고시킬 계획이다. 이를 위한 사업예산의 총 규모는 2조9,000억 원이고, 사업기간은 오는 9월부터 2027년 8월까지 7년이다.

▲ 4단계 두뇌한국21 사업에서 건축분야는 학계 및 업계의 바람과 달리 기타 중점분야로 빠져 있다.


◆ 4차 산업 성장 발판 되는
   건축의 중요성 간과

4단계 사업계획안을 접한 대한건축학회는 “건축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져야 할 시기에 오히려 기타 중점분야로 구성됐다”고 전제하고 “특히 분류된 각 분야들은 서로 연관성이 없고, 기타로 구분돼 그동안 근간이 되었던 학문의 저평가가 발생된다”면서 “기타 연구분야에 속해 교육연구단 보장을 받을 수 없고, 현 시점에 유행하는 학과에 대한 지원으로 학문간 불균형과 특정 학문 영역은 고사당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석정훈 대한건축사협회장도 이날 “4차 산업 등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정책의 핵심이 건축을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BK21 계획안은 우리의 기대와 다른 오늘날 건축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 측면이 있다”면서 “참담한 계획이 아닐 수 없고, 이럴 때일수록 건축인들의 지혜를 하나로 모아야 할 것”이라고 단합된 힘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인 김현아 국회의원 역시 “건축은 기계와 소프트웨어의 기술을 사용하지만 사람의 지혜가 접목되는 분야이고, 여전히 건축은 언론과 사회에서 공간에서 이뤄지는 콘텐츠 스토리 등이 주목받는 등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분야이다”면서 “비단 BK21 문제뿐만 아니라 법안 등의 입법과정에서도 지난한 설득과정이 요구되는 만큼, 건축 분야 전문가 여러분들의 좀 더 적극적인 활동이 필요하다”고 격려했다.

◆ 마이너 학과라는 불명예,
   BK21 지원 연구단 확보도 어려울 것

교육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 저평가되고 있는 우려는 실제 4단계 사업계획안이 시행될 경우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최창식 한양대 건축공학부 교수는 “이번 계획안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국가의 중점 학문분야에서 기타 학문으로 간다는 게 핵심이다”면서 “기타 중점분야는 수도권 8개, 지역단위 4개의 연구단으로 구성되는데 경쟁을 하다보면 건축은 하나도 가져오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기저에는 교육당국으로부터 건축 학문이 저평가 되어 있다”면서 “4단계안이 확정된다면 건축분야 대학원생 대다수는 지원의 폭이 없거나 타 분야 대비 매우 좁아지게 되고, 이는 결국 건축 전문 인력 양성 및 학문 분야에 적신호가 켜지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계속해서 “건축분야가 기타 중점분야로 빠지면서 마이너 학과라는 불명예를 얻게 되고, 향후 건축문화와 건축 산업 미래도 불투명해질 것이다”는 경고의 메시지도 전했다.

◆ 미래 세대에게 피해,
  “실력행사 통해서라도 방향 바꿔야”

BK21 사업에서 창의적 인재가 가장 필요한 건축분야의 소외는 아이러니하게도 신산업을 강조한 4단계 계획안과 정면으로 대치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신산업의 발전이 국익과 직결되는 국내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는 입장이다. 박준석 한양대학교 건축공학부 교수는 “새로운 세상은 새로운 생각을 가진 자가 이끌어 나간다”면서 퍼스트 무버의 역할을 강조하며 “이번 계획안은 퍼스트 무버의 역할이 중요한 건축이 계획에서 제외되는 것이자 지역산업으로 평가받게 된 일이다”고 밝혔다. 그는 “4차 산업혁명으로 융합교육 등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인공지능이 확대되고 있지만 AI는 과거 데이터를 통해 도면 등을 흉내 낼 수 있는 수준이지 창의적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지는 못한다”면서 “건축은 창의적 인재, 퍼스트 무버의 존재가 가장 필요한 과목이다”고 강조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강현구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이번 일은 미래 세대의 큰 누가 될 수도 있는 사안이다”고 말하고 “오늘 논의된 내용들을 모두 기록해 다음 주 세종시에 내려가 당국자들에게 우리의 뜻을 전달할 계획이다”면서 “경우에 따라서 실력행사를 해서라도 계획안의 방향을 바꿔야 할 것이다”고 보다 강도 높은 일련의 과정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논란이 되고 있는 BK21 4단계 기본 계획은 1월 중순 내지는 2월 중 최종 확정 및 공고될 예정이고, 오는 3월경부터 본격적인 기획신청서를 접수받아 9월 1일부터 본격적인 사업이 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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