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의 급등으로 집 장만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국토연구원에 의하면 내 생애 첫 집 장만시점이 43.3세로 과거보다 많이 높아지고 있다. 내 집 장만은 일생일대 꿈의 실현이자 가장 큰 돈이 오가는 최대의 거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입 과정에서 꼼꼼히 살펴볼 기회조자 없이 돈에 맞추어 구입하는 것이 실상으로 대출상환금도 갚기도 전에 대규모 하자가 발생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우리는 이보다 하찮은 자동차를 살 때는 내외부의 디자인을 물론 연비도 따지며, 심지어 중고차로 되팔 때 비용까지도 신경을 쓴다.

마찬가지로 집을 살 때도 마땅히 주거에 필요한 연비나 내구성을 고려해야 한다. 건축비뿐만 아니라 건물이 존재하는 기간 동안의 광열비나 수선비, 설비관리에 필요한 보전비, 일반관리비 등을 비롯한 폐기에 필요한 경비까지 포함시키는 경영평가가 필요하다. 이때 처음으로 집을 장만하는 초기 건축비는 25%에 불과하며 나머지 75%는 수선비·공과금 등의 러닝코스트(Running Cost)가 차지한다. 러닝코스트 중에서 전기료와 난방비 등의 격차는 기밀과 단열 성능에 좌우된다. 기밀과 단열 성능이 나쁜 집은 에너지 손실이 많아 난방비가 늘어난다. 아파트를 선호하는 이유는 철근콘크리트 건축물이 다른 건축물보다 신축적 성향이 높아 러닝코스트를 제한 기획 설계·건설비 등 초기비용으로 산정할 때 유리하기 때문이다.

아파트는 기밀·단열성이 좋아서 냉난방 효과가 높다. 그러나 기밀·단열기술은 보온 소재의 발달로 이제는 콘크리트와 다른 건축물과 그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과거 목조는 춥고 유지관리가 어렵기 때문에 콘크리트 아파트로 눈을 돌렸던 사람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주거환경 재료로서 목조는 인간에 대해 쾌적하고 친환경적이다. 환경적 측면에서 인간을 자연과 격리시키지 않고 공생할 수 있도록 이어주고, 다음 세대로 이어질 환경 회복 비용에 대한 지불청구서를 넘겨주지 않는다. 이제 아파트 수요의 확대와 자산 가치로부터 눈을 돌릴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준공 후부터 해체 폐기될 때까지 아파트는 건설비의 약 3∼4배의 비용이 소요된다고 한다.

신축 시장에는 초기 구입비용이 중요하겠지만, 건설 이후의 비용을 고려해야 하는 스톡 시장에서는 구입 후의 유지 보수 및 수선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한편 우리보다 초고령 사회에 먼저 진입한 일본에서는 아파트 건축 연수의 증가로 지진에 대비한 재건축에 당면해 있지만, 건축주의 고령화로 관리비 체납 등이 재건축 또는 리모델링의 발목을 잡고 있어 심각한 주택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노인 가구의 증가, 관리비나 수선 적립금 연체 증가가 조만간 가시화되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기술의 진보로 지금까지 철근콘크리트나 철골이 아니면 지을 수 없었던 건물이 목조로 가능해지면서 대형 목조건축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목조로도 고층아파트 등의 주거시설이나 공공건축, 상업용 건물이라도 기밀·단열성이 우수하고 내화·방음성능 등이 제대로 확보된 건물을 만들 수 있다.

목조는 콘크리트에 비해 건설비용·공기·보조금 등 많은 비용적인 장점이 있다. 또 건축비용, 러닝코스트 삭감, 감가상각 기간 단축이 가능하므로 경제적으로도 유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활성화가 되지 않는 것은 목조가 건축적으로 극복해야 할 재료적인 문제점을 제도적으로 해결 못했기 때문이다. 질 높은 생활 문화의 재구축을 목표로 목재에 대한 정확한 최신 정보나 구체적인 기술 정보 제공, 안전하고 쾌적한 목조건축의 추진, 뛰어난 목조건축을 사회 자산으로서 승계하는 도시건설, 건축사·기술자·기능자·연구자를 키우는 사회교육 시스템의 확립을 위한 전문가 집단의 구체적인 동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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