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비재 시장에서 메가 히트상품을 찾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저성장 구조가 고착화되고 나만의 개성을 반영하는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시장의 판도를 뒤흔드는 메가 히트 상품보다는 롱테일 식의 다양한 상품이 고객들의 개별적인 욕구를 만족시키는 구도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런 시장의 변화 속에서도 드물게 메가 히트 상품이 등장하곤 한다. 대표적인 게 맥주 시장을 재편하고 있는 ‘테라’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에 따르면 테라의 큰 성공 뒤에는 일이관지(一以貫之)한 브랜드 컨셉의 힘이 자리 잡고 있다.

테라는 한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라거 시장에서 판을 뒤흔드는 신제품을 출시한다는 목표 하에 하이트란 브랜드를 아예 숨기고 ‘청정 라거’라는 컨셉을 전면에 내세우는 도전을 감행해 성공한 사례다. 사실 ‘청정 라거’라는 컨셉 자체만으로는 새롭거나 혁신적이라고 보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제품과 브랜드 구축, 광고 등 마케팅 전 영역에서 이런 컨셉을 철저히 밀어붙였다는 측면에서 마케팅 역사에 족적을 남길 만한 프랙티스를 구축했다고 볼 수 있다.
우선 테라를 준비한 팀은 5년간 발품을 팔아 맥아 성분과 주질 테스트를 거쳐 청정한 호주 트라이앵글 지역의 맥아를 100% 사용했다. 또 브랜드도 흙, 대지, 지구를 뜻하는 ‘테라’로 결정해 청정 및 자연주의 이미지를 더했다. 제조 공정 역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리얼 탄산만을 100% 담기 위해 기술과 장비를 새로 도입해 특유의 탄산 맛이 오래 유지되도록 해 청량감을 강화했다.

패키징도 청정한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맥주업계 최초로 녹색병을 사용했고 토네이도 모양의 패턴을 적용하는 등 도전적 시도를 이어갔다. 광고 역시 ‘이 맛이 청정라거다’란 카피와 함께 모델 공유가 테라를 마시다가 광활하고 청정한 보리밭으로 이동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여기에 일부 해외 맥주에 좋지 않은 성분이 들어 있다는 뉴스나 일본 제품 불매운동, 테슬라(테라+참이슬 폭탄주) 인기 등 운까지 겹치면서 테라는 유례를 찾기 힘든 메가 히트 제품으로 부상했다.

마케팅에서 제품이나 서비스의 컨셉을 잡는 것은 가장 어려운 과업으로 여겨진다. 소비자들은 제품의 다양한 특징이나 장점을 모두 인지하는 게 불가능하다. 단 하나의 확실한 컨셉만 겨우 기억할 뿐이다. 따라서 소비자들의 뇌리에 남을 만한 독특하고 차별화된 컨셉을 만들어내는 것은 마케터의 지상 과제로 볼 수 있다. 테라의 사례는 하나의 컨셉을 제품과 브랜딩 마케팅 활동에 일이관지하게 적용하며 진정성있게 제품에 구현하기 위한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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