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계 전문가들 모인 ‘2019 대국민 건축 토론회’

▲ 홍성용 대한건축사협회 편집위원회 편집국장이 ‘도시주거! 부동산에서 건축의 가치로 승부하라!’는 주제로 미래도시가 나아갈 주거의 방향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한건축사협회가 주최하고 국토교통부, 교육부,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서울특별시, 한국건축단체연합 등 23개 기관이 후원하는 ‘2019 대국민 건축 토론회’가 28일 서울 코엑스 B2홀에서 개최됐다. 토론회의 화두는 장기적인 사회이슈인 ‘부동산’이었다.

토론주제는 ▲4차 산업혁명에 맞는 도시구조 재편을 위한 국가적 도시개조 전략 제언 ▲기존 도시구조안 해결 위한 재생전략 정비 및 도시기능 회복이었다. 사회는 박원근 대한건축사협회 미래전략단 단장이, 좌장은 김도년 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 교수가 맡았다. 토론은 홍성용 대한건축사협회 편집위원회 편집국장이 발제한 ‘도시주거! 부동산에서 건축의 가치로 승부하라!’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6인(▲서수정 건축도시공간연구소 지역재생연구단 단장 ▲김용순 LH토지주택연구원 주거복지·경영연구실 실장 ▲김승배 피데스개발 사장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건설·부동산 애널리스트 ▲김용수 자유한국당 국토교통위원회 전문위원 ▲김철흥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국토교통 수석전문위원)의 참석자들이 순서대로 의견을 발표했다.

정부, 연구원, 민간기업, 국회 등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참석자들은 과거 산업사회에서 만들어진 제도가 미래세대의 요구에 부응하기 어렵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제도의 ‘변화’를 촉구하는 한편, 재생도시에 성공한 외국의 사례를 통해 미래세대가 원하는 주거건축물, 사용자의 삶에 초점을 맞춘 주거도시 등 다양한 관점에서 방안을 모색했다.

▶홍성용 대한건축사협회 편집위원회 편집국장=산업화시대의 정책목표는 주거 물량을 해결하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주거의 표준화 방식이 발달되고 건축비의 원가를 상당부분 절감할 수 있었다. 당연히 건축의 의미는 소홀하게 다뤄졌다.
현재에는 모든 주거정책과 국민의 관심이 ‘부동산’에 집중돼 있다. 주거가 지나치게 상품화되어 있다. 이는 도시의 연결성 해체, 무리한 재건축 개발, 건축물의 다양성 저해 등의 문제점을 낳고 있다. 현대는 초개인화시대다. 주거도시에서 원하는 욕구가 과거와 같지 않다. 도시계획의 목표 또한 과거와 달라야 한다. 주거가 쇼케이스에 그쳐서는 안 된다. 그 안에 생활이 담겨있어야 한다.
현재 유럽, 미국, 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는 작은 단위의 도시에 개별화되고 분리된 건축물들을 지어서 사용자의 삶을 연결시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도시를 사용자 중심의 도시로 바꾸려고 하는 것이다. 밥을 먹고 직장에 가고 공원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집에 돌아오는 것이 하나의 도시에서 걸어서 십 분 내에 해결이 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참고하면 좋을 사례다. 단, 사람에 대한 욕구를 섬세하게 관찰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서수정 건축도시공간연구소 지역재생연구단 단장=우리 연구소에서 조사한 국민인식도에 따르면 호감도가 가장 높은 건축물로 ‘주거건축물’이 뽑혔다. 국민인식도가 가장 낮은 건축물은 ‘공공건축물’이었다. 아마도 국민들이 대규모 아파트 단지의 편리성을 선호하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가 나왔으리라고 추측된다. 도시를 현대에 적합한 공간으로 개편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사회적 인식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사실 아파트 단지에서 탈피된, 작은 구조들을 살린 소규모 도시를 만들 수 있는 제도나 기술은 어느 정도 구축돼있다. 아직 시장 활성화가 안 되어 있을 뿐이다. 사회적인 공감대와 합의점을 끌어내는 것이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대에 적합한 도시로 개편하기 위한 작업은 미래세대를 위해서는 현재 필수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획일화된 건축구조로는 미래세대의 요구에 대응하기 어렵다. 현재 청년 중심의 쉐어하우스, 1인 가구 등 다양한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서 미래세대가 원하는 주거형태의 방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새로운 시도들이 자연스럽게 현실에 정착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과거에 지어진 노후된 주택들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노후된 주택을 리모델링하는 것이 새로 건축물을 짓는 것보다 에너지 절감 효과가 더 높다고 한다. 노후된 건축물들의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이 또한 숙제이다.
 

▶김용순 LH토지주택연구원 주거복지·경영연구실 실장=선진국들의 사례들을 살펴보면서 부럽다 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다양한 건축문화를 발전시키는 데 ‘시장’이 장애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많은 수요자들은 ‘가격’을 중시한다. 잠깐이기는 했지만 시장가격이 안정되었을 시기에 단독주택이나 타운하우스와 같은 새로운 건축물에 대한 수요가 반짝 나타났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시 아파트다. 건축계에서 다양한 시도를 주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요자들은 미적 기능이나 에너지 효율보다는 여전히 ‘집값이 오를 것인가’하는 데에만 관심을 갖고 있다.
시장 때문에 아직까진 크게 활성화되지 않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흐름은 변할 것이다. 외국의 사례를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수요자들의 특성에 맞게 변형시켜 적용해야 할 것이다. 아파트가 우리나라 식으로 진화되어 왔듯이 말이다. 또 기존에 지어진 아파트들을 터부시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다양성을 구현할 수 있도록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현재 우리도 노후화된 임대단지들에 새로운 디자인을 시도하는 등 도시의 다양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대적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제도의 개선도 시급하다. 지금의 제도들은 대량생산으로 주거를 공급하던 과거에 만들어진 것들이다. 아직까지 소급 불안이 있긴 하지만 이제 주택의 절대 부족 시대는 거의 끝이 났다. 새로운 수요에 대비해야 한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사장=부동산은 누구든지 그 가치가 올라가기를 바란다. 이러한 인식을 이용해서 ‘건축 가치’가 올라야 ‘부동산 가치’가 올라간다는 인식을 새롭게 만들면 좋을 것 같다. 소득이 적은 과거에는 건축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재원이 충분하기 때문에 가치 있는 건축물을 기획할 수 있다. 질 높은 건축물은 엄청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좋은 건축물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에 공간 소비 효율이 늘어난다. 그러면 부동산 가치 역시 당연히 올라간다. 예전에는 건축물을 생각할 때 층수, 평수 이런 것들을 먼저 떠올렸다. 반면에 현재는 교통의 편리성, 조망, 층고 등 관심사가 달라지고 있다. 최근에 삼각형, 사다리꼴, 북향 등 다양한 주거용 오피스텔들을 개발했는데,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았다. 거주민들의 주거만족도도 높다. 그동안 생각해왔던 소비자의 선호도가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2030세대는 과거와 다른 새로운 가치를 선호한다. 문제는 환급성이다. 건축의 가치를 생각하면 평면이 독특해 환급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부동산 중시하는 수요는 선호하지 않을 건축물이다. 부동산을 선호하는 우리나라에서 주거의 가치가 높은 건축물들이 잘 발달할 수 있도록 고민이 필요하다. 중간 시장을 키울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큰 시장, 작은 시장만 있지 중간 시장이 없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과 같이 특화된 수요자들을 위한 아파트를 지으려고 기획한다 해도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소중 단위의 건축물을 세우는 것이 쉽지 않다. 여러 제도의 규제들 때문이다.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 과거 정책들을 깨뜨리는 데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 공간과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소비자로 들어왔고 계속 늘어나는 작금의 환경을 볼 때 과거 제도들을 과감히 벗겨낸다면 우리나라도 서서히 멋진 도시로 재탄생할 것이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건설·부동산 애널리스트=우리나라는 소위 아파트공화국이다. 국민 자산의 70퍼센트가 부동산이며, 소득 증가율보다 주택가격 상승률이 더 높다. 과거 주거가 부족할 때 정부는 공동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함으로써 주거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었다. 단체 구매가 가능한 공공주택의 특성 덕분에 주거비 또한 상당부분 해결되었다.
한편 이 같은 정책은 오늘날 부동산 투기 등 여러 문제로 이어졌다. 과거에 지어진 아파트들은 후대가 쓸 공간을 상당부분 점유하고 있고, 도시의 생산성을 낮추는 데 장애물이 되고 있다. 특히 서울의 주거지들은 다른 용도로 발전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상황에 따라 나중에 해체해야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현재 1인 가구, 2인 가구, 무주택가구들이 늘고 있는데, 이러한 세대들을 위해서라도, 아름다운 도시를 위해서라도, 건축계와 정부, 국민이 뜻을 모아 미화된 투기적 성격의 부동산 시장을 개선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김용수 자유한국당 국토교통위원회 전문위원=그동안 주거공간을 너무 경제적인 관점으로만 본 것은 아닌지 반성한다. 집은 투자가 아닌 생활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 집값을 잡는 것도 좋지만 주거를 혁신적인 공간으로 재개발하기 위한 노력도 진행되어야 한다.
지금 도시재생에 성공한 나라들이 많다. 이들은 공동체 간 소통이 원활하도록 도시를 설계해 생활의 인프라를 원활하게 만들었다. 당연히 시민들의 삶은 훨씬 여유로워졌다. 우리 역시 도시를 재검토해서 획일화된 도시를 각 지역의 환경과 조화를 살려 삶의 연결성이 높은 도시로 차근차근 바꿔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도시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건축사들을 참여시켜야 한다. 재건축과 재개발과 같은 문제는 건축물 각각의 디자인을 특화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만들어 해결하겠다. 담을 없앤다거나 독특한 개발을 기획할 때 인센티브를 주는 정책도 고려하고 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사장되지 않도록 과거의 정책을 과감히 없애고 관료주의를 유연하게 하여 건축사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여백을 남겨놓겠다.
 

▶김철흥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국토교통 수석전문위원=우리나라에서 주택의 가치를 첫 번째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주거란 생활편의성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투자성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이 현실이다. 국민들에게 건축 본연의 큰 담론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주거나 오피스 공간이 앞으로 이런 식으로 발전해나가야 할 것이다 라고 이야기를 하는 시간을 먼저 갖는 것이 좋겠다. 그러지 않고서 어느 날 갑자기 건축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 국민의 정서가 건축적 가치로 전개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세종시에 기네스에 등재된 대규모 건축물이 있다. 이 건축물이 외형적으로는 건축적 가치가 상당할지 모르지만 나는 거기서 생활할 때 불편했다. 건축물이 외형적 가치를 위주로 설계되다보니 실제 이용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거의 없었다. 언젠가는 창문이 없는 공간에서 생활한 적도 있다. 이처럼 건축물에 대해 건축사와 실제 건축을 사용하는 사용자의 입장이 다를 수 있다. 이 자리에서 우리가 부동산의 가치, 건축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처럼 국민들이 생각하는 건축의 가치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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