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은 전국 건축사들의 단합과 가치 공유의 대행사인 ‘2019 대한민국건축사대회’가 열린다. 이런 행사는 의사나 변호사 등도 마찬가지다. 해외의 건축사들 역시 이런 행사를 통해 한 해의 수고와 노력에 대해 서로 응원하고 공유한다.
그리고 이런 모임은 국제적 연대로도 구축되어 있다. 위기가 아닌 적은 없지만, 2020년을 목전에 둔 우리나라 건축사들은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이한 느낌이다. 건축사 제도가 도입되고 정착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고, 여전히 많은 논란이 건축계에 현재 진행형이다.
건축사 제도가 만들어지고 50년이 훌쩍 넘은 지금, 건축사는 대한민국에서 제대로 존중받고 인정받고 있는가? 이런 자문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여전히 흔들리고 위상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스스로 개혁하고 변화할 시기를 놓쳐서 다른 협회들은 의무가입 복원이 오래전에 진행되었지만, 건축사들은 2020년을 앞둔 시점에서 설왕설래하면서 의회와 정부를 쳐다보고 있다.
세상 어떤 일도 100% 완벽한 준비로 진행되는 것은 없다. 실제 그건 가능한 일도 아니다. 그래서 개선이 중요하고, 혁신이 중요하고 변화가 중요한 것이다. 문제를 찾아 개선하고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의무가입은 그 첫 번째 관문이며, 일종의 수액을 맞는 것 같다. 의무가입이후에도 다듬어져야 할 것은 무수히 많다. 이해관계의 조정, 외부의 간섭과 권리 침해로부터의 대응, 건축사의 위상 강화, 설계비의 정상화, 더 나아가서 정부 정책 개발과 개선을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
건축사 대회는 이런 전략을 위한 모임이며 기회다. 건축사의 가치, 의미, 위상을 공유하며 동시에 권리와 이해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다. 이는 정치적이기도 하고, 권리 주장의 시간이기도 하다. 사실 건축사들은 더 적극적인 정치·사회적 발언과 행동이 필요하다. 우리가 겪는 현재의 대내외적 어려움은 바로 이런 발언과 행동이 부족했기 때문에 겪게 되는 소외 현상이다.
경영의 구루(Guru)로 존경받는 피터 드러커는 어떤 조직이든지 지속되기 위해서는 비전을 공유하고, 미션을 가지라고 한다. 국가의 단위부터 작은 구멍가게라도, 이런 비전에서 모든 일의 시작과 지향점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당장의 목표가 될 수 없을지라도 비전과 미션을 가지고 수많은 자기 혁신과 노력을 통하면 어느새 상당한 목표를 달성하게 된다. 우리나라 건축계도 만시지탄이지만 조금씩 건축의 가치와 의미를 공유하는 것 같다.
건축사 대회의 프로그램을 보면 이전의 엔지니어적이고 기술적인 치중에서 벗어나 비전에 대한 이야기도 시작하고 있다. 사실 건축사라는 호칭, 영어로 Architect라는 직업의 특성은 철학에 기반한 비전과 미션, 그리고 기술적인 해결로 완성된다. 그동안 우리는 건축의 특징을 쪼개고 나눠서 부분을 가지고 전체인양 이야기해 왔다. 그 결과 양적 성장이 엄청나게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전문 직업보다 사회적, 정치적 자리를 확보하지 못한 정책 의사 결정의 하위 구조에 머물러 있다. OECD 산업국가 상당수가 건축사들의 사회 참여나 발언은 주목한다. 그 이유는 바로 사회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비전과 정책적 발언을 아끼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건축사 대회가 주력하고, 주목해야 하는 것이다. 건축이 어려운 것이 기술과 철학을 공존시켜야 하는 점이지만 그래야 온전한 건축사(Architect)가 되는 것이다. 사실 건축사만큼 대안과 비전을 확보할 수 있는 전문직은 거의 없다. 우리 건축사들에게 강조하고 싶다.
Architects, be ambitio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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