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으로 인한 가시적 변화,
머지않은 15년 후에는 현실로
앞으로 건축학과 학생들이
어디에서 무엇으로 건축설계를 익히고,
어떤 역할을 찾아야 하는지
건축계 모두가 머리 맞대야


4차산업혁명, 인공지능의 낯선 이름은, 벌써 3년이 지나버린 인간 지적역량의 최고로 손꼽던 바둑에서 알파고라는 컴퓨터시스템이 이세돌에게 완승한 사건으로 익숙한 이슈가 되었다. 인공지능이 현재의 세상을 모두 바꿔버릴 힘을 갖게 될 거라는 우려와 영화 터미네이터의 공포가 결국은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주고 있기도 하다.
알파고, 이세돌 대국 이후 벌어진, 조금은 덜 알려진 이야기로, 알파고 후속 버전인 ‘알파고 제로’가 있으며, 알파고에게 입력되었던 바둑의 규칙과 이전에 알려진 모든 기보를 바탕으로 학습된 결과물인 컴퓨터시스템을 넘어, ‘알파고 제로’에는 단지 바둑의 규칙만을 알려주고 스스로 학습하도록 하였으며, 독학 36시간 후, 기존 알파고의 실력을 뛰어넘고, 바둑 세계랭킹 1위인 중국의 커제 9단을 전승의 기록으로 꺾고, 바둑분야에서 은퇴하였다고 한다. 이제 더 이상 인간과 바둑으로 승부하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 되었기 때문이리라. 이후 바둑계에서 벌어진 일은, 이세돌의 은퇴뿐만이 아니라, 바둑에 대한 신비감이 줄어들어 바둑입문자도 축소되었으며, 전통적으로 바둑영재들의 양성수단이었던 바둑 고수들에게 사숙하는 시스템이 붕괴되었다고 한다. 대신 구글 딥마인드 CEO와 연구원은 '인간의 지식 없이 바둑 마스터하기'라는 논문을 네이쳐 학술지에 발표하는 것으로 바둑에서 인간과 컴퓨터시스템의 관계는 종결되었다고 한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모든 분야에서의 지적역량을 뛰어넘는 상황을 특이점(singularity)라고 부르고 있고,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그 시점을 2045년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과연 그 정확한 시점이 언제인지, 지금부터 그 시점까지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하여 수많은 예측과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2013년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연구결과로는 인공지능으로 47%의 직업군이 없어질 것이고, 대부분 지적서비스를 담당하는 화이트칼라 직업이 이에 해당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이런 변화의 시대에서 과연 건축사의 설계업무에는 어떤 변화가 올 것인지 궁금하다.
예술적 창작품의 하나라고 우리 건축계에서 믿고 있는 건축물의 설계에 대한 솔직한 생각은 아마도 아주 적은 비율의 결과물을 제외하고는 법규해석, 대지이해, 프로그램의 분석과 수없이 많은 기존의 사례를 바탕으로 잘 숙련된, 자격을 갖춘 건축인들이 만들어 내는 결과물이 현재 우리 건축설계업무의 상당부분이 아닐까 싶다. 이런 지적작업을 바둑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높은 수준의 월등한 작업이라고 확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말과 개념만 있었던 자율주행자동차도 초기의 수많은 센서와 이들의 정교한 컴퓨터 조정으로 해결하려던 실패의 시간들은 최근 머신러닝의 도입 후 인간과 동등한 주행성능을 갖춘 자율주행을 성취하여 실용화를 확정한 상황이라고 한다.
이러한 인공지능과 관련된 다른 분야의 진전과 성취에 미루어 보면, 이미 인공지능이 건축설계업무의 대부분을 대체할 분위기는 이미 우리의 예상을 앞질러 지나쳐가고 있는 상황이 아닐까 싶다. 단지 상대적으로 사회적 부가가치가 적은 영역이어서 인공지능 연구자들이 건축설계분야에 집중하고 있지 않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 시기를 넉넉히 잡아도 인공지능 특이점이 온다는 2045년 기준으로 10년 전쯤인 2035년, 지금부터 15년 후쯤에는 당연히 우리 업역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 생각하는 게 맞을 거라는 느낌이다. 더 이상 바둑 선생님, 고수의 문하를 찾아가지 않는 바둑계의 상황과 같이 과연 우리 건축학과 학생들은 어디에서 무엇으로 건축설계를 익혀야 하는지, 이미 대체될 것이 분명한 인공지능 건축설계의 상황에서 어떤 역할을 찾아야 하는지 우리 건축계의 모두는 절실한 마음으로 머리를 맞대야 하는 시점이라 생각된다. 물론 아직 다 풀지 못한 설계 스케치와 스터디 모형으로 늦은 밤을 보내야 하는 당장의 현실은 피할 수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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