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동남아 관광지로 베트남이 인기를 끌고 있다.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여 전쟁을 했던 아픈 기억도 있지만 우리와 같은 민족 간의 분단, 중국의 주변국으로서의 아픔과 목조건축과 같은 건축적 동질성도 많이 가지고 있는 나라이다. 지금은 중국과 같은 개방방식하에 1986년부터는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한 개혁개방 정책으로 시장경제 체제로 개방이 시작되었고, 건축적으로도 베트남은 내게도 친숙한 나라이다. 한국관광객에게 특히 인기를 끄는  비결은 저렴한 관광비용과 가까운 거리 덕분인 것 같다.
지난 10월 18일 서울대 목천강연회가 있던 날 서울대학교 미술관 강연을 기다리면서 스크린에 투사된 Tropical Space의 롱안하우스의 중정의 수(水) 공간, 빛 그리고 열대의 후끈한 공기와 그 공간의 추억들이 한 번에 내게 몰려왔다. 베트남의 건축에 관심이 없던 나에게 4년전 Terracota Studio를 웹진에서 처음보고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고, Terracota Studio라는 친구가 날 부르는 듯 했다. 그 후 몇 번의 답사와 여행을 통해서 Tropical Space의 두 부부 건축사와 만남을 갖고, 시공 현장을 동행하면서 베트남의 기후와 환경,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서 그들이 만들어가는 건축과 친구가 되어 갔다.
서울대 목천강연회가 열리는 2주 전쯤 로테르담 마켓톨에서 치즈 맛을 보고 있을 때 Tropical Space로부터 서울대학교 초청 강연을 하러 서울에 온다는 연락을 받았다. 언젠가 한국에 오면 꼭 연락하겠다고 인사를 나눈 지 1년 반이 넘어서였다. 사무실 매니저인 Boo와 다시 연락해서 목천강연회에 참석 후 가능하면 내가 살고 있는 강릉에도 방문하기를 바랐으나 Dhaka에서 열리는 ARCASIA FORUM 일정 때문에 아쉽지만 강연의 참석과 다음날 오전을 같이 보내는 것으로 베트남에서 온 친구 건축사와의 짧은 만남에 만족해야 했다. 서울대 목천강연회에서는 공식일정으로 인사만 나누고, 다음날 아침에서야 식사와 차를 함께 할 시간을 가지면서 그동안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한국에 도착해서 방문했던 서울대학교와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의 지하공간과 서울마루 공간에 대해 무척이나 좋은 인상을 가진 것 같았는데 구조물 대부분을 지하에 배치하고 지상으로 최소한의 기능만 부여한 것에 대해서 크게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한국의 방문이 처음이라 편리한 교통 특히 지하철과 건축물의 재료들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내가 처음 Tropical Space에 방문했을 때 나 역시 도시를 가득 메운 모토바이크 소음에 혼란스러웠는데 롱과 응온 두 부부 역시 서울의 느낌도 다르지 않았으리라 본다.
Tropical Space의 작업을 본 후 대부분의 사람이 질문을 하는 내용을 보면 왜 벽돌이 외벽의 주재료로 사용되는 것인지 궁금해 하는데 우선 오래전부터 벽돌은 건축물을 짓는데 구하기 쉬워 사용할 수 있는 재료이고 또한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적은 비용으로 집을 지을 수 있는 좋은 재료라는 답을 내릴 수 있다. 기존의 베트남의 건축에는 철근콘크리트 구조에 칸막이나 외벽에 붉은 벽돌을 사용하고 미장이나 다른 재료를 사용하여 마감하였으나 Tropical Space에서는 철근콘크리트구조에 마감 재료로 붉은 벽돌을 사용한다는 것에서 다름이 있다. 열대의 기후에서 기계적인 냉방이 아닌 자연환기를 통해서 친환경적인 건축을 위해 남북으로 바람이 흐르는 공간을 두고 동서에는 주로 상하부를 연결하는 계단 공간을 통해서 켜를 만들고 중앙에는 중정을 두어 기계적 장치없이 자연환기를 시켜 친환경 주거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그 환기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 외벽 및 내벽의 벽돌 쌓기가 구멍뚫어 쌓는 영롱쌓기 방식을 다양하게 변형하여 사용하는데 벌레들이 집으로 쉽게 들어오지 않을까하는 의문이 생기지만, 그들의 생활 방식을 보면 금방 고개가 끄떡여질 것이다. 외측벽면으로 영롱쌓기가 되어 있고 바람이 수직으로 흐르는 길을 만들면서 그 공간에 모기나 해충이 싫어하는 허브식물 화분으로 1차적 방지를 하지만,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모기나 벌레에 대하여 민감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단지, 침대를 디자인 할 때 사각의 틀을 만들어 모기장을 칠 수 있게 만들어 잠을 잘 때는 모기장을 치고 자는 것이 그들이 모기나 해충을 대처하는 방법이다 보니 우리로서는 이해 할 수 없을 것이다. 한국의 관광객이 하노이, 호치민, 다낭 등을 가더라도 리조트에 가서 머물다 오는 것이 대부분이라 그들의 생활양식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베트남 북부 하장을 모토바이크로 여행하다보면 게스트하우스에서 천으로 숙소를 칸막이한 곳도 많은데 벌레에 물린 기억이 없다. 그들의 건축은 지역성을 가득히 담고 있고 소박한 아름다움이 나의 마음을 그리고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라 여긴다.
건축과 친구가 된다는 것은 다른 지역의 건축사와 건축으로 친구가 되고 국가의 경제력이나 경쟁력이 아닌 그들의 문화 즉, 지역성을 마음으로 서로가 이해하고 그 독특함에 매료 되는 것이라 본다. 베트남 역시 대도시에는 현대적인 건축물들로 가득차가고 있지만 Tropical Space와 같이 자신만의 건축이야기를 할 수 있는 나의 친구 건축사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다시 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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