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건축사자격시험 합격 통지는 나에게 엄청난 성취감을 안겨줬다. 하지만 그 성취감도 잠시 건축사 자격증 수여식에 참석한 후 건축사라는 자격의 무게감을 동시에 느끼며 앞으로 건축사로서 나아가야 할 올바른 길에 대해 깊이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됐었다. 그 이유는 바로 ‘건축사 윤리선언서’ 때문이었다. 이제 막 건축사로서의 삶을 시작하는 나에게 윤리 선언서의 내용은 건축사로서 사회적인 역할과 공공의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과 부담으로 다가왔다. 다만, 그 책임과 부담이 마냥 무겁게만 느껴지지는 않았다. 건축사로서 첫 발을 떼려는 사람들에게 윤리선언서는 직업의식을 갖고 어떻게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지 그 기준을 알려주는 지침이 되어주는 역할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사실 건축사로서 가져야하는 윤리의식이란 매우 추상적일 수 있다. 그래서 만약 건축사 새내기들이 경험 많은 선배님들의 현장 노하우나 건축사로서의 기술적인 측면들만 먼저 배우고 익혔다면 이 윤리선언서의 무게감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넘어갔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바라 본 건축시장은 몇 년 새 침체기가 지속되어 가고 이 안에서도 상호간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잘되는 곳은 잘되지만 안 되는 곳은 직원하나 쓰는 일조차 어려움을 겪는 현실이다. 이런 상황이기에 건축사 윤리의식 강조는 지나치게 이상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사실 젊은 나이에 건축사가 된 사람들은 수입이 다소 적더라도 경험을 쌓아가며 내 것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 여길 수 있겠지만, 뒤늦게 건축사자격을 취득한 분들에게는 수입이 따라오지 않는 상황에서 윤리의식을 먼저 내세우며 건축사로의 소명을 강조한다는 것이 가슴에 와닿지 않을 수 있다. 건축사 모두가 느끼는 시장의 현실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대한민국 건축사다. 나름의 무게감과 책임감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모두가 갖고 있을 것이다. 수익을 쫓다보면 분명 더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가는 일이 다반사다. 그러나 만약 사무소 경영, 수익에 급급한 나머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직업윤리를 간과한다면 분명 직업전체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팽배해질 것이며 이는 다시 건축사에 대한 불신으로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올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사실 지금도 이런 일들은 왕왕 벌어지고도 있지 않은가.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열심히 그때 해야 할 일을 하면서 일에 쫓기며 세월을 보내야 할까? 그렇게 약간의 부를 축적한다면 우리는 건축사로서 만족할 수 있을까? 건축사가 되는 과정에서 추구했던 것은 돈이 아닌 건축사로서의 이상적인 가치에 목표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상적인 가치와 목표는 때론 우리에게 물질적인 행복이나 만족감을 덜 줄 수도 있겠지만, 이상적인 가치가 목표가 되고 그것에 조금씩 다가갈 때 우리는 직업인으로서의 성취감을 얻을 수 있고, 사회로부터 인정받는 전문가로 발돋움하게 될 것이다. 이제 우리 스스로 건축사로서 윤리의식의 중요성을 깨닫고 그 무게감을 느끼며 함께 미래로 나아가길 희망한다. 마지막으로 나는 동료 선배 건축사들에게 동의를 구해본다. 윤리선언서 9.번에 다음 선언서를 추가하자고 말이다.
“9. 건축사는 건축사로서의 자질과 윤리의식을 스스로 판단하고 반성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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