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가을이면 지역건축사회마다 건축문화제를 개최하느라 고생이 많다. 대전광역시건축사회에서도 올해 11회째 행사를 며칠 전 치러냈다. 다른 해와는 다르게 대전건설건축자재협회와 합동으로 ‘건축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대전도심에서는 제일 큰 광장인 엑스포 시민광장에서 그전보다 몇 배 큰 규모로 4일 동안 진행했다. 총 네 부문 스물 한개 코너로 구성한 이번 건축문화제는 전시부문으로 대전광역시건축상전·초대작가전·대학생작품전·공공디자인수상전·대전건축사진공모전·어반스케치전을, 교육부문으로 학술포럼·디자인캠프·어린이건축학교를, 시민참여부문으로 아치·돔 만들기와 건축종이모형만들기·DIY소가구만들기·모빌만들기·건축이해하기·건축탐방·어반스케치를, 사회봉사부문으로 건축컨설팅·진학상담·취업상담코너를 두었다. 대전광역시건축사회에서는 진학과 취업상담코너를 몇 년 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차근차근 그 내용을 다져 나가고 있는데, 이런 흐름은 지역 건축사사무소들이 처해있는 구인난에서 기인되었다고 할 수 있다. 대전지역에는 다섯 개 대학에 건축학과가 있고 두세 개 대학에 건축 관련 학과가 있는 만큼 타 지역에 비해 해마다 배출되는 건축설계관련 전문 인력이 많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졸업생 중 지역 건축사사무소에 취업하는 비율은 정확한 통계를 내보지는 않았지만 대략 30%도 안 되는 듯하다. 이 비율은 지역 출신 학생의 비율과 거의 일치한다고 보면 정확할 것이다. 집이 대전인 학생만 대전에서 취직한다고 보면 된다. 나머지는 대부분 서울에 취직하기를 원한다. 이는 비록 대전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지역건축사사무소는 항상 인력난에 허덕인다. 이를 극복해보고자 올해 건축문화제의 취업 상담코너에서는 지역 중견업체인 (주)아이팝엔지니어링, (주)신화엔지니어링종합건축사사무소, (주)디엔비건축사사무소, (주)도원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에서 취업·홍보부스를 설치 운영했다. 이와 더불어 지역건축사들을 소개하는 포트폴리오카드를 만들어 전시 배포했다. 이는 구인난과 더불어 겪고 있는 또 다른 어려움에 대처하기 위함이다. 지역에서 지역의 건축사를 잘 알지 못하고 또한 서울의 건축사보다 상대적으로 설계능력이 부족하다고 여기는 건축주들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다. 설계비도 지역건축사보다 훨씬 비싸게 줘야 한다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지역의 실력 있는 건축사들조차도 쉽게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래저래 삼중고를 겪으며 어렵게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요즘 건축계의 이슈가 되고 있는 공공건축가 선정에서도 주역이 되어야 할 지역건축사들이 홀대받는 현실에 자괴감마저 든다. 지역 공무원들조차도 서울의 스타건축사들을 찾고 있다. 그 지역을 가장 잘 아는 지역의 능력 있는 건축사들이 소외되고 공공건축가 제도가 스타건축사를 도입하는 생색내기 제도로 그친다면 그 지역의 문화와 요구를 잘 반영한 지역 밀착형 공공건축물의 탄생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앞으로 지역의 건축문화제행사는 지역건축사를 위한 세밀한 전술과 전략을 가지고 준비되어져야 할 것이다. 그래야 지역건축사회 집행부의 수고의 결과가 의미 있게 지역건축사들에게 다가갈 것이라 생각한다.

저작권자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