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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행강제금 강화에도 여전한 ‘불법 건축물’

기사승인 2019.10.18  10:4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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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법으로 옥탑방 올리고, 발코니·다락방 만들고…주차장 막아 작업공간으로 활용하고…‘위법에 관대한 사회, 도덕 불감증 심각’

- 엄벌토록 법 개정됐어도 불법 건축 여전함은 지자체의 소극적 대응 때문…건축사 활용한 ‘신고 포상제’ 도입 필요
- 불법 건축은 건축사 윤리적 문제와도 연결…“선량한 건축사들에게 피해”

#1 서울의 A건축사는 최근 현장을 오가다 인근 건축현장에서 일명 집장사가 다중주택으로 허가 받고 집을 지어 실제 준공 시엔 다세대로 둔갑시켜 분양하는 사례를 목격했다. 원래대로면 다세대 신축 땐 주차면 4대가 필요하지만, 다중주택으로 집을 지어 주차면 한 대만 확보한 경우다. 증가된 면적만큼 이익을 챙기는 전형적인 불법 건축물 사례다.
불법 건축물 사례는 요즘 방송프로그램·잡지에서도 흔히 목격할 수 있다.

<본지 ’19년 5월 16일자 ‘구해줘! 홈즈, 불법 건축물 소개 논란’ 기사 참조>

#2 B건축사는 최근 ○○잡지 타운하우스 소개 글에서 “아이 놀이방으로 꾸민 다락을 성인이 허리를 구부리지 않아도 되는 높이를 구현해 서재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광고성 기사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주택을 평지붕으로 설계할 때 다락은 층고가 1.5미터 이하여야 하기 때문에 법대로라면 구현될 수 없는 일이다. B건축사는 명칭만 다락이고 3층으로 시공된 것인가 궁금해 건축물대장을 확인했는데, 예상대로 층수 기재가 안 돼 있었다. 결론적으로 층수 산정에서 제외되는 다락으로 인정받은 셈인데, 이 또한 불법이다. 해당 타운하우스는 무려 32세대에 달하는 단지였다.

올해 정부가 건물주의 불법행위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효과를 상쇄시킬 목적으로 이행강제금을 대폭 강화했음에도 불법 건축물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불법 건축물을 근절하기 위해 올해 4월 23일부터 ▲이행강제금 가중범위 상향, 부과횟수 제한 폐지를 골자로 한 건축법 개정안을 시행 중이다. 통상 지자체는 불법 건축물을 소유한 건물주에게 일정 기간 원상 복구할 기회를 주는데, 복구하지 않을 경우 건축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등 행정제재를 가한다. 영리목적의 위반이나 상습적 위반 등에 대해 금액 50%의 범위에서 가중할 수 있었으나 올해부턴 100분의 100의 범위에서 가중할 수 있고, 1년에 2회 이내의 범위에서 조례로 정하는 횟수만큼 반복부과하던 이행강제금이 누적기준 폐지로 시정될 때까지 계속 부과된다. 그동안 솜방망이 처분이라는 비판이 있었으나 처벌수준이 대폭 강화되어 관계자들 사이에선 웬만하면 불법을 해선 안 된다는 말이 오가는 상황이다.
그런데 왜 엄벌을 내릴 수 있게 법이 개정됐음에도 불법 건축물이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 걸까. 관계자들은 건축현장의 불감증이 여전하고, 철거에 불응해도 지자체가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작년 서울시가 위법 건축물 1064개 중 서울시나 담당 구가 건축법 위반으로 고발한 사례는 12건에 불과하다. 자치구 한 관계자는 “민선 구청장이 표를 의식해 건물주를 고발하기 껄끄러워 한다. 단속할 건물은 많지만, 담당 공무원 수는 적어 효과가 미미하다”며 “이행강제금도 재산을 숨기고 버티면 이를 찾아내기 쉽지 않을 뿐더러 점검 현장에서 건물주가 협조하지 않으면 건물 내로 출입이 어렵다”고 전했다.

◆ 작품성에 가려진
   건축사의 윤리의식…
   장기적으로 사회의
   윤리적 기강에 미칠
   해악 우려스러워

불법 건축 사례는 주택설계 작품을 주로 다루는 전문잡지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잡지를 구독하는 일반인들에게, 그리고 포털사이트 내용이 불특정 다수에게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불법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러한 윤리적 기강 해이는 위법을 하더라도 책임과 처벌을 면하려 애쓰고, 교묘한 법리구성으로 법망을 피하려는 ‘법치의 악용’으로까지 번진다. 포털에 불법건축물을 검색하면 ‘양성화’라는 단어가 연관검색어로 뜰 정도이며, 관련 내용 댓글을 보면 잘못된 걸 고치기보다는 책임을 회피하는 것에 몰두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다.

C건축사는 “법치를 악용하면서 처벌만 피하면 그만이라는 의식이 강해서인지 불법 건축물을 소유하고 있더라도 양성화기간이 뜨면 그때 양성화하면 된다는 의식도 건물주들의 도덕 불감증에 한 몫하는 것 같다”며 “건물의 주차장을 사무실로 사용하는 사진·도면이 잡지에 여과 없이 게재되거나 가설 구조물을 설치해 불법으로 사용하고, 심지어는 건축상까지 수상하는 웃지 못할 일이 건축판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준공 후 집장사들, 건물을 사용하는 건축주가 임의로 불법을 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설계자가 의도를 갖고 사용승인이 떨어지자마자 불법을 할 수 있도록 도면에 기본 밑작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건축사들은 불법 건축 문제는 동료 건축사에 대한 윤리적 부분과도 연결되기 때문에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선량한 동료 건축사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사회적 신뢰를 깍아 먹는데 미칠 해악으로 작용한다는 의견이다.
D건축사는 “일부 도덕 불감증에 걸린 건축사들 때문에 전체 건축사들의 명예·신뢰가 실추되어 사안의 심각성이 있다. 장기적으로 윤리적 기강에 미칠 해악이 우려스럽다”며 “바르게 업무를 수임해 일하는 동료건축사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불법 건축은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건축사도 “한 클라이언트는 사무소를 찾아와 불법 건축 사례를 갖고 왜 안되냐는 식으로 따지기도 한다. 이행강제금 제도가 대대적으로 강화됐음에도 불법 건축물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면 결국 지자체가 소극적 대응으로 단속을 안 해서다. 건축사가 관여해 불법건축물 공익신고로 포상금이 지급되게 한다면 아마 1년도 안 돼 불법 건축은 싹 사라질 것”이라며 “불법자격대여, 불법건축물 등 시장질서를 무너뜨리는 위법에 대해서는 더 엄히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영호 기자 yhduck1@hanmail.net

<저작권자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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