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auri 국가한옥센터 한옥포럼 ‘산업으로 본 한옥’

한옥의 산업화로 접근성 높이고, 현대식 한국형 주택 만드는 것도 활성화의 한 방법

한옥의 산업화를 통해 현대식 한국형 주택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10월 11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 회의실에서 ‘산업으로 본 한옥’을 주제로 ‘2019 auri 국가한옥센터 한옥포럼’이 개최됐다. 건축도시공간연구소(auri) 국가한옥센터는 한옥 정책과 한옥 문화 공감대 형성을 위해 2011년부터 매년 다른 주제를 갖고 한옥포럼을 개최해왔으며, 이번 포럼은 한옥 산업화가 추진된 다양한 분야 이야기를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박소현 auri 소장은 “2000년대 후반부터 우리나라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한옥이 재조명되면서, 한옥의 우수성과 가치를 확산하기 위한 정책과 사업이 추진됐다. 이와 함께 기존 한옥을 보전, 활용하며 새로이 한옥을 보급하기 위해 ‘한옥의 산업화’가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으며, 이를 위한 다양한 움직임이 있었다”면서 “이에 한옥기술개발 현황과 한옥의 주요 구조인 목구조의 성능 강화와 활용성을 높이기 위한 목재개발 이야기를 들어보고, 한옥산업화를 위해 추진됐던 정책을 되돌아보며 향후 추진 방향을 모색하고 한옥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방안을 이야기해보자 한다”며 포럼을 열게 된 취지를 밝혔다.

◆ 한옥, 현대에도 충분한
   생명력을 가질 수 있는 건축 양식
   한옥 R&D 연구성과 및
   한옥 산업화 정책 돌아보는
   시간 가져

먼저 남산골한옥마을 서울남산국악당과 전남 고산윤선도 유물전시관 설계로 한국건축문화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하고, 한옥아파트 디자인공모전(LH) 및 전라감영복원 설계공모 등에 당선된 바 있는 김용미 (주)금성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가 ‘지금까지 지어진 한옥, 앞으로 지어질 한옥’을 주제로 기조발제에 나섰다. 김용미 대표는 “현대식 한국형 주택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한옥의 불필요한 요소를 생략하고, 더 간단한 시공법을 개발해 제작비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옥은 현대에도 여전히 생명력을 가질 수 있는 건축양식”이라고 주장했다.

이어진 주제발표에서는 김상협 명지대 한옥R&D센터 연구교수가 ‘한옥기술개발 현황과 방향’을 주제로, 한옥의 우수성과 현대 건축물에 요구되는 성능의 접점을 찾기 위해 추진된 한옥기술개발 현황 등 10년간 연구해온 한옥 R&D 연구성과 내용을 간략히 발표했다. 이후 이한식 (주)경민산업 대표는 목재의 종류와 형태 및 장단점, 국내 목조주택의 현황 및 단점, 이를 위한 노력과 한옥 발전을 위한 중층화 등 ‘목조건축의 산업화 동향과 발전방향’을 중심으로 발표했다. 마지막으로 이종민 auri 국가한옥센터장은 ‘한옥 산업화 정책과 추진과제’을 주제로 한옥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 성과, 비전을 짚었다.

주제발표 후에는 전봉희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를 좌장으로 발제자와 토론자들의 논의가 이어졌다.
기조발표를 진행한 김용미 대표는 한옥의 산업화에 “한옥이라는 고정관념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면서, 머릿속에 한옥의 전통 선이 남아있기 때문에 산업화로 컷팅된 목재의 날카로운 선을 한옥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기단과 초석 등을 생략해도 문제가 되지 않지만, 건축주는 알면 알수록 더 장식을 추가하길 원하고 사람들은 심플한 한옥을 한옥으로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면서 “산업화된 한옥을 사람들이 한옥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시대가 아직 한옥의 산업화를 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이종민 국가한옥센터장은 “개인적으로 산업화된 한옥과 한옥의 산업화는 다르다 생각한다. 산업화된 한옥은 우리가 알고 있는 한옥의 결과를 간소화하는 것이고, 한옥의 산업화는 꼭 우리가 아는 한옥의 모습을 띄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저희는 그간 산업화된 한옥을 추구해왔다고 생각하며, 10년 간 한옥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기술이 발전돼온 시점에서 이제 한옥의 산업화로 나아가 미래를 그려야 한다”고 말했다.

◆ 긴 공사 기간·경비 문제 등으로
   줄어든 한옥 수요,
   산업화의 걸림돌
   보급의 현대화 등
   접근성 높이는 것이 급선무

이한식 (주)경민산업 대표는 기업가 입장에서 한옥이 활성화되지 않은 이유에 대한 견해를 제시했다. 10년 전과 지금 소요되는 비용은 비슷한데, 단열을 위한 시스템 창호 등 부가적인 비용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목재에 들어가는 비용은 적어지고 목구조가 부실해졌다는 것이다. 이한식 대표는 “어차피 첨단장비는 계속 들어와야 하는데 그렇다고 한옥이 계속 비싸질 순 없으니 장식을 좀 줄이는 등 다른 곳에서 방법을 찾아야 한다. 목구조 주택에서 구조가 90%를 차지하지만, 금액적으로는 10%”라고 말했다.

한옥 시공을 주로 하는 강석목 (주)고진티엔시 대표는 한옥의 단점으로 주택에 비해 긴 공사 기간과 그로 인한 경비 소요를 문제로 꼽았다. 강 대표는 “한옥의 산업화는 수요가 있으면 당연 진행되지만, 수요가 없기에 정체됐다고 생각한다. 산업화의 측면에서 기존 전통한옥의 범위에서만 생각하면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면서 전통건축 등 비계의 문제를 해결해 보급을 현대화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정연상 안동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다양성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인력양성프로그램 등의 교육을 받는 분들은 현대건축을 하는 분이 90%”라면서 “그들은 한옥을 하나의 요소로 쓰고 싶은 거다. 앞으로 한옥의 핵심을 통해서 전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그것으로 산업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기존에 지어져있는 한옥이 안동에만 3,000채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정리되지 않으면 새로운 것에 대한 욕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기존에 관리가 되지 않는 한옥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예시를 주면 한옥을 짓고자 하는 사람들이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헌중 (사)한국목구조기술인협회 회장은 “시장에 맡기지 않고 연구 주도적으로 해온 것이 되레 시장을 막아버렸다”고 주장했다. 김헌중 회장은 30년 간 관에서 지원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목조주택이 국내 도입돼 발전된 것을 근거로 “누구나 한옥을 쉽게 지을 수 있도록, 줄어든 수요를 해결하기 위해 건축사와 상의할 수 있는 수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옥설계전문인력양성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조선건축사사무소의 윤대길 건축사는 “꼭 전문적이지 않더라도, 건축사라면 자국의 건축양식 정도는 기본적으로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배경을 만드는 것이 산업화의 배경이 되는 가장 기본적인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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