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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토지구조를 건축적 시각으로 재편하라”

기사승인 2019.10.02  15: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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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주거지역 종세분화’ 대도시 적용이 타당한 지 의문, 오히려 지가·집값 상승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서울을 대표하는 교통요충지 중 공덕역은 서울 지하철 5호선과 7호선, 경의선, 공항철도 등 4개 노선 환승역인 ‘쿼드러플 역세권’이다. 광화문·여의도·상암 등 주요 업무지구나 명동·서울역 등 도심 접근성이 뛰어나 주택수요가 많은 곳이다. 때문에 최근 이 일대의 소규모 재개발사업도 잇달아 추진된다. 하지만 이 지역 상당 부분은 토지면적 대비 2배∼2.5배까지 건축할 수 있는 일반주거지역이다. 특히 역 인접지역이 2종 일반주거지역(토지면적의 2.5배 건축)으로 묶여 있다. 서울 마포구 백범로 일대 간선도로 역시 주거지역이다. 토지를 집약적으로 이용해야 할 역세권 인근 토지가 활용 폭이 좁고, 효율성도 낮게 방치돼 있는 셈. 현 시대 집적의 경제를 통해 토지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여 도시 중심부일수록 ‘고밀도 압축 개발’이 필수지만, 건축물을 지을 때 용도, 건폐율, 용적률, 높이 등에 대한 토지이용규제는 이를 전혀 반영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도시는 빠르게 발전해 가지만, 우리 도시계획은 고정관념 속 과거의 행정규제에 머물러 있는 건 아닐까.

A건축사는 “초연결 시대인 4차 산업혁명에서 도시는 모든 기술·서비스를 구현하는 강력한 플랫폼이다. 건축이 민간에서 정보통신기술 등 신산업과 협업해 사회 변화를 빠르게 반영하고 있는데 반해, 아직까지 우리나라 도시계획 행정은 과거의 용도별 지역지구를 답습해 시장변화를 전혀 리드하지 못하고 있다”며 “행정이 시대에 전혀 유효하지 않은 방식으로 집행돼 토지의 효율성과 가치, 그리고 생산성 측면에서 전혀 도움이 안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교통이나 실질적 경제활동 규모가 확장되는 지역 일대 토지가 용도지역 중 일반 주거지역으로 남아있는 게 이런 비효율적 토지이용의 단적인 예다. 서울 강남의 핵심 상권인 강남구 신사동과 논현동도 마찬가지다. 이들 지역 모두 거의 준주거지역처럼 상업지역화가 이뤄졌지만, 아직까지 제1종·제2종·제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묶여 있다. 이런 식의 용도지역 구분은 전국이 매한가지다.

▲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 가장 옅은 노란색은 3종, 중간 노란색은 2종, 가장 진한색은 1종 일반주거지역

▲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 가장 옅은 노란색은 3종, 중간 노란색은 2종, 가장 진한색은 1종 일반주거지역

토지이용 측면에서 이런 상황은 경기도 내 수원 구도심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용도지역·지구 선정을 살펴보면, 행궁동 상당수가 상업지역으로 그 규모가 엄청나게 확장돼 있지만, 인접지역은 제1종 일반주거지역에 머물러 있다. 행궁동을 포함한 수원 구도심이 수원화성 세계문화유산 등재로 문화재 인근 경관을 해치지 않기 위해 건물의 층수를 엄격하게 제한한 점도 있지만, 고궁 옆 행리단길(수원 행궁동 카페거리)이 생기며 지역이 빠르게 발전하는 동안 행궁동의 시간은 과거에 멈춰버렸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 <경기도 수원 내 구도심>

사례 모두 도시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입지임에도 토지이용 규제에 발목이 잡혀 낮은 생산성과 효율성하에 저차원적 기능밖에 하지 못하고 있는 곳이다.

◆ 국토연구원 “50년 넘은
   용도지역제 개편해야” 주장

사실 우리나라 토지이용 규제 상 ‘용도지역제’는 도시화가 빠르게 이뤄지던 시기에 만들어져 요즘 상황과 맞지 않다.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도 1962년 도입된 50년 넘은 용도지역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연구보고서(용도지역제의 문제점과 향후 개선 과제)를 작년 2월 발표했다. 

도시 공간을 주거·상업지역 등으로 나눈 현행 ‘용도지역제’ 대신 구(區)별로 필요에 따라 토지이용 계획을 짜서 운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지방 등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에선 도심 개발을 억제하기보다 대중교통이 모이는 곳을 중심으로 고밀도 압축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방의 경우 도심 공동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인구를 끌어 모을 수 있는 신규개발이 필요하지만 현행 용도지역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현행법상 지방자치단체가 용도지역을 변경하려면 도시기본계획 자체를 바꿔야 한다. 이 과정에만 최장 3년 가까이 걸려 상황 변화에 맞는 유연한 제도 운영이 어렵다.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한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도시지역 인구비율은 91.84%(’18년 기준 도시계획현황 통계)다. 대다수 국민이 도시에 거주하는 만큼 인구구조,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적극 반영해야 하지만, 현행 용도지역제에선 인구감소, 도심 노후화에 따른 개발 등 상황변화에 따른 유연한 대처가 어렵다”며 “도시계획 개념의 대폭적 수정과 새로운 개념 도입이 필요하다. 도시 전체의 도시기본계획을 수립해 운용하기보다는 소규모 지역별로 토지이용계획을 짜는 것도 한 방법이다”고 제안했다.

C건축사도 “현행 용도지역 구분은 과거 도시화가 빠르게 이뤄지던 시기에 유효했던 제도다. 현재 도시 매커니즘과 수요에 부합해 재편돼야 하는 게 맞다”며 “특히 현행 주거지역이 1, 2, 3종 일반주거 지역으로 구분돼 대도시에 적용돼야 하는 지 의문이다. 토지가 효율적으로 활용되지 못하니 규제로 인해 지가가 상승하고 주택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면서 집값 폭등으로까지 이어진다. 땅의 용도와 건물의 높이, 용적률 등을 규제하는 기준도 명확하지 않아 도시계획 개념의 대폭적 수정과 새로운 개념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신산업과 협업해, 4차 산업혁명 시대
   모든 기술·서비스가 구현되는 토양인
   ‘건축’을 중심으로
   토지이용 규제 재편돼야

지역 수요에 맞는 탄력적인 토지이용을 위해선 토지이용 규제가 건축적 시각으로 재편돼야 한다는 의견도 높다. 건축이 신산업과 협업하며, 자율주행차·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시대의 모든 기술·서비스가 구현되는 토양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다른 관계자는 “과거 20세기 공장 역할을 앞으로는 21세기 도시가 담당하게 된다. 건축이 정보통신기술 등 모든 기술과 서비스가 구현될 수 있는 테스트베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도시의 자본의 순환되고, 다양한 관계가 촉진되도록 도시공간 재편 시 건축을 중심으로 근본적 혁신이 이뤄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장영호 기자 yhduck1@hanmail.net

<저작권자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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