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축정책학회 9월 월례세미나 ‘건축 설계 시장의 현황 진단과 제도 개선 과제’

- 낮은 설계대가 및 설계변경에 관한 적정 보상 없어, 관련 가이드라인 개선 및 구체적 기준 필요

건축사들이 모여 현재 건축설계시장의 애로사항과 문제점을 진단하고, 개선방안 등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9월 25일, 사단법인 한국건축정책학회 9월 월례세미나가 ‘건축 설계 시장의 현황 진단과 제도 개선 과제’를 주제로 서밋갤러리에서 개최됐다.

◆ 인건비 상승률에 미치지 못하는
   설계비 상승률 등…
   설계대가, 일선 건축사사무소에
   절박한 문제
   ‘대가 없는 추가업무’ 역시
   큰 문제점

이날 핵심으로 떠오른 내용 중 하나는 단연 설계대가 부족과 그로 인해 파생되는 여러 문제점이다.
황성열 건축사(협력단체부회장, 주. 유엔피도시건축사사무소)는 “외국의 설계대가나 토목 등 공사비 대비 설계비가 낮고, 설계비에 해당하는 고유 업무에 대한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하며 “설계대가 비율을 상향 조정하고, 설계비에 해당하는 기본 업무와 추가 업무를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같은 프로젝트라도 발주기관별 대가산정 기준과 단가가 다른 점, 물가연동이 없고 설계변경에 관한 적정 대가가 보상되지 않는 점, 발주처의 설계비산정 예산내역서 미공개 등을 들어 △발주기관별 설계비 차이 없도록 제도화할 필요성 △대가 산출내역서 병행 적용 가능한 방안 검토 △설계변경에 관한 대가기준 필요성 △발주처의 설계비산정 예산내역서 공개 등 그 외에 다양한 개선방안을 내놨다.
문정주 건축사(디에이그룹건축사사무소)는 “설계대가, 일선 건축사사무소에서는 절박한 상황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현장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표현했다. 일례로, 2005년도와 2010년도 당시의 설계대가를 비교했을 때 오히려 30~40%가 마이너스였다는 것. 그는 “설계비 상승률이 인건비 상승률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건축주나 시공사에서 요구하는 업무량과 녹색건축인증제도 등의 인증 및 과도한 인허가절차, 발주처의 요구 증가 등으로 업무량은 증가하고, 이에 따른 인건비 감당을 위해 건축사는 마이너스 상태의 수주를 반복해 현상을 유지해야 하는 현실적 상황에 맞부딪힌다”면서, 일정단가 이상을 받기 어려운 이유 중의 하나로 ‘현실적 기준이 없다’는 점을 꼽았다. 정재희 교수(홍익대 건축공학부) 역시 “설계자 보호 차원에서 설계대가에 관한 명분화된 정확한 규정, 즉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비객관적 건축심의 문제,
   규제 완화 차원에서라도 개선돼야
   심의 프로세스 간소화 및
   구체적인 심의 기준 필요

인허가 및 심의 문제도 수차례 언급됐다. 담당 공무원이 건축전문가가 아닌 행정직인 경우가 대다수인데다가, 주관적인 인허가 및 심의 기준이 많고, 건축전문가가 아닌 심의위원에 의한 재설계가 발생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는 것. 건축 비전문가가 다수 참여하는 심의, 심의 종류와 업무의 중복 및 제출 관련도서의 과다 부분, 발주기관과 인허가 및 심의기관에 따른 진행 프로세스 차이도 문제로 꼽혔다. 첫 번째로 발표한 황성열 건축사의 이와 같은 현황 진단에 참석자 모두 동감했다.
개선 방안으로는 △건축전문가에 의한 행정이 이루어지도록 건축계 노력 필요 △불허 전제의 건축행정 업무기준 변경 △과다 심의도서 간소화 및 심의 내용 기준 설정 △중복심의 삭제 및 심의위원 자격 강화 등등이 나왔다.
정재희 교수는 “심의 관련 불만은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공공성 차원에서 심의는 필요하지만, 다분히 주관적이고 규정에 없는 의견에 황당함을 넘어 좌절을 겪기도 한다. 법 규정이나 가이드라인에 근거하지 않은 비객관적인 건축심의 문제는 규제 완화 차원에서 반드시 개선돼야 할 사안”이라며 “건축법 및 지방자치단체 조례, 규정, 지침 등에 해당하지 않는 항목을 근거로 심의를 보류하거나 재심의해 건축주 측에 피해를 발생시키는 심의기준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인허가 과정 등에서 겪게 되는 불합리성 역시 거론돼, 사람들의 인식과 태도를 이끌 수 있는 가이드라인의 중요성이 다시 대두됐다. 문정주 건축사는 “규제와 심의가 늘어날수록 건축사사무소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첨언해 심의 프로세스 간소화의 필요성이 다시금 과제로 떠올랐다.

◆ 건축설계공모 심사자격 강화 및
   건축사 보호할 수 있는
   제도 마련돼야

설계공모 심사의 문제점도 언급됐다. 외부 평가위원의 전문성 우려, 적정 설계기간의 기준이 없어 몇 년의 설계기간 차이가 발생하는 문제, 한 달 여의 긴 심사위원 공개 기간으로 작품 외적인 평가가 발생할 수 있는 문제 등이다. 개선 과제로는 심사위원 전문성 기준 강화, 인허가와 심의 및 일정 개선 등 다양한 안이 거론됐다.
이의영 건축사(A+CM 건축사사무소, 협력단체 이사)는 “국토부 건축설계공모 운영지침에 명시된 심의위원 자격 중 ‘건축도서에 대한 해독이 가능한 자’ 등 낮은 수준의 건축설계공모 심사자격이 계획적 측면을 컨트롤할 수 있는 상위레벨 자격으로 조정 및 보완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작품을 준비하는 시간에 비해 실질적인 심사 시간이 부족하다”면서 “심의위원뿐 아니라 실제 작품을 계획한 사람이 함께 토론할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승기 건축사(강남건축사사무소)는 당선 후 사업승인 접수 직전까지도 계약이 되지 않는 경우에 관한 문제를 지적하면서 “사업의 진행과정에 변수가 생기는 경우 건축사를 보호할 수 있도록 당선 후 일정기간 내 의무적 계약을 하는 등의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건축 설계 시장의 문제점
   모두 공감
   개선 방안 추진 위해 힘 모아야

이날 회의는 본문에 언급된 ▲설계대가 ▲심의 및 인허가 ▲설계공모에 관한 문제 외에도 미래에 대한 안정성 및 급여와 복지의 부족, 사회적 인정 배려 부족 등으로 인한 설계인력의 수요공급 불균형. 복잡한 추가 업무 발생으로 인한 설계 난이도 증가 등 사회적으로 건축인들이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여러 현실적 사안과 관련 대안 등 수많은 의견이 오갔다. 언급된 내용 외에 발표자와 참석자들 간에도 더욱 긴밀한 내용이 논의됐다.
이날 거론된 건축 설계 시장의 문제점은 모두 익히 공감했으며 ‘누구나 알고 있는 해당 문제점들의 개선 방안을 큰 맥락에서 어떻게 추진해 나갈 것인가’가 또 다른 중점 과제로 떠올라, 제도 개선을 위해 건축계의 힘을 합치자는 데에 의견이 모아졌다.
이상정 한국건축정책학회 명예회장은 “언급된 내용을 토대로 학회지를 통해 정당한 정책 제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부성 한국건축정책학회 회장(서울과학기술대 교수)은 “여러 가지 내용이 논의됐는데, 깊이 있는 내용은 함께 관심을 갖고 정리해나가면 좋을 것 같다”면서 “학회에서도 개진된 의견을 적극적으로 듣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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