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및 IT산업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그런데 건축물은 왜 이처럼 혁신적으로 발전하지 않을까? 세계를 일신할 정도의 건축 자재 및 건축 가구 형식이 개발되지 않는 이유가 뭔지 나름 생각해 보았다. 건물은 생필품이 아니기 때문에 그 변화가 느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 수백 년에 걸쳐 서서히 변화하는 역사적으로 성숙한 산업이 건축이다. 그만큼 스케일이 크고 수명이 길다. 혁신 효과를 확인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이미 건축된 건축물은 궁극의 모습에 도달했는지도 모른다. 지금까지도 그러했지만 앞으로도 건축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은 건축 재료라고 생각한다. 구약성서 창세기에는 인간은 돌 대신 벽돌을 만들었고, 석고 대신 아스팔트를 개발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철은 마천루와 탑, 거대한 현수교를 만들었으며 콘크리트는 건축물에 곡면적인 변화를 주었다. 지난 세기 건축사들은 콘크리트나 철강으로 건축미적인 효과를 표출하는데 어려움이 없었기 때문에 여기에 안주해 있다. 이는 20세기의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의 시대적 요구에 이들 재료가 부합했기 때문이었다. 또 시대의 흐름과 함께 합성화학 물질로 처리된 건축재에 지배됐다. 그러나 화학물질에 의해 인간이 건강장해를 일으키고 지구규모의 환경 파괴로 돌아오고 있다. 더 이상 건물이 인간을 위협하고 건축 산업이 생물이나 지구생명권을 위협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고 있다. 인간사회의 건축 시스템을 생태계 전체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순환형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세계는 목재 중심의 생태건축으로 회귀하고 있다. 목재가 현대의 건축재로 과감하게 부상하고 있다. 목재는 인간생활이 시작되면서부터 사용한 가장 오래된 인류의 친구다. 목재가 지구 사랑과 뜻을 같이 하고 있다. 목재를 가까이 두면 생활에 여유를 느낀다는 사람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아쉬운 것은 목조건축을 전문으로 하는 건축사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즉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목조건축을 전문 교육하는 건축학과가 없다. 목조건축은 일반건축과 다르다. 목재는 천연물이자 유기물이기 때문이다. 썩고, 벌레 먹고, 뒤틀리고, 갈라지고, 또 불에 타기 쉬운 재료다. 이를 극복해야 제대로 된 건축물이 태어난다. 목재의 결함을 환경에 맞도록 구조적으로 풀어서 해결하는 것은 건축사들의 몫이다. 이제 국내에서도 목조건축을 제대로 보급할 수 있는 체계적인 전문교육이 필요하다. 목조건축을 설계하면서 목재의 성질을 이해 못하는 건축사는 돌팔이다. 돌팔이 의사에게 목숨을 맡길 수 없듯이 목조건축 전문가가 아니면 설계에서부터 철저히 배제시켜야 한다. 전문가 집단에서 목재를 가르치지 않으면 목조건축은 하자투성이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시대적 요구로 선진국을 중심으로 건축 재료는 목재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또 목조건축을 전문으로 하는 건축사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새로운 유토피아를 위해 같이 동참할 목조건축 기반기술 교육이 절실하다.

저작권자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