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통계자료를 보면 건축시장의 급속한 축소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읽을 수 있다. 경제 환경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고, 건축설계 시장의 왜곡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매해 지어지는 건축 용도에서 압도적으로 아파트 단지가 많기 때문에 여타 건축에 의지해 사무소를 운영하는 건축사들이 줄어드는 시장에 난투극을 벌이는 상황이다.
직원이 없는 1인 건축사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자격자 확대 정책에 따라 앞으로 건축사들 또한 급증할 것이 자명하다. 이런 초과 공급 시장에서 새롭게 유입되는 건축사들뿐만 아니라 기성 건축사들 역시 생존의 돌파구 찾기로 여념이 없다. 그중 가장 강력하고, 생존의 오아시스 역할을 하는 것이 공공건축이며, 공공건축의 참여 기회를 가지게 되는 설계공모는 가장 강력하면서도 공공건축 시장진입을 위한 최적의 창구가 된다. 더구나 정부는 2020년부터 설계공모 대상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설계공모 대상은 설계비 1억 이상으로 확대 했고, 향후 1억 미만도 하려고 한다. 분명 반갑고 민간 시장에서 열리지 않는 기회를 공공에서 갖게 되니 좋다.
건축사들 또한 공공건축에 거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거시적인 정책에 대한 세부적 지침과 운영 방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 정부기관 어디에서도 이를 준비하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아니면 담당자만 알고 있는 것일까? 대한건축사협회에서 나서서 이를 발언하고 요구해야 할 시점이다. 왜냐면...
설계공모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공정함에 대한 불신이다. 당선작은 무슨 로비를 했다던가, 어느 학교 인맥이라던가, 어떤 건축 집단 라인이라던가 하는 불온한 소문들이 지금도 여기저기서 들린다. 불신의 축적인데, 설계공모 확대로 인해서 이런 불신의 골이 더 깊어질 수도 있다. 설계공모의 불공정한 게임은 당선작에 대한 부정에서부터 시작한다. 당선작을 인정하지 못하고 거부하는 마음. 사실 그건 인간의 기본 욕구다. 당연히 자신이 경쟁에서 탈락되면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런데 건축계에서 당선작을 인정하지 못하는 풍토의 일상화는 왜 그런 것일까. 오랜 시간 누적되어온 불공정을 경험했기 때문이고, 당선되고 완성되어진 건축에서 수준의 질적 평가를 하기 힘든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공정성의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는 심사위원의 기회를 연간 쿼터로 제한해야 한다. 모든 심사위원은 당연히 실무경력자인 건축사로 제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최고의 제도가 될 수 있는 설계공모의 기회를 자칫 하면 공정성 시비로 없애 버릴 수도 있다. 참여 기회의 확대라고 하지만 오히려 독점의 기회로 작동할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연간 설계공모 당선 횟수도 제한해야 한다. 자기 책임 하에 설계를 진행해야 할 건축사가, 제조 공장처럼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우려는 참여자들의 에너지 낭비다. 설계공모는 참여하는 모든 건축사들에게 전력질주를 요구한다. 이런 전력 질주는 금전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노동면에서 피로하게 만든다. 여전히 많은 설계공모에서는 발주처의 윗선에게 보이기 편하게 많은 치장의 패널과 도면을 요구하고 있다. 과연 이런 절차가 필요한가?
당장 설계공모의 룰을 정해야 하고, 설계비에 따라서 표현의 기준을 정해야 한다. 10페이지 제안서로 왜 평가하지 못하는가? 충분히 가능하다. 아이디어만으로도 충분히 당선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소모적 설계공모 참여 에너지를 고갈시키지 않는다. 사실 더 큰 문제는 민간 시장에서도 설계공모를 남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노출되는 수많은 아이디어들은 저작권에 대한 일체의 지불 없이 도난당할 수도 있다.
더 많은 고민과 준비가 필요한 설계공모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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