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 가운데 흥미로운 점이 있다. 기성세대의 경우 이념에 따라 조 후보자에 대한 평가가 크게 엇갈린다. 하지만 젊은 세대, 특히 밀레니얼과 Z세대의 대다수가 비판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신문의 칼럼니스트가 자녀와 함께 조 후보자 이슈를 토론했는데, 부모의 의견과 달리 자녀들은 “빼박”(빼도 박도 못할 일)이란 표현을 쓰며 신뢰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이념의 영향력이 매우 큰 한국사회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젊은 세대가 다른 세대에 비해 공정성을 훨씬 더 중시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요즘 대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출석을 세 번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출석을 한 번만 부르면 지각하거나 일찍 수업을 빠져나가는 학생들과 충실하게 3시간을 모두 참여한 학생들이 같은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공정하지 않다는 시각이 깔려있는 것이다. 기성세대 입장에서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공정성 관련 이슈들이 밀레니얼이나 Z세대에게는 매우 중요한 이슈로 다뤄지기 때문에 세대 간 갈등의 소지가 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다양한 조직에서 세대 갈등이 심각해지고 있는데, 그 핵심에는 공정성 이슈가 자리 잡고 있는 경우가 많다.
왜 젊은 세대는 이런 성향이 생겼을까. 이들이 유별나거나 특별해서가 아니다. 사람은 상황의 영향을 받는다. 기성세대도 만약 비슷한 환경에서 자라났다면 비슷한 성향을 갖게 됐을 것이다. 때문에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젊은 세대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봐서는 안 된다.
밀레니얼이나 Z세대는 아시아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기회의 문이 좁아지는 것을 온몸으로 체험했다. 특히 산업 구조의 고도화로 일자리 자체가 줄어든 데다 그나마 비정규직 일자리를 찾아낸 사람들도 비정규직 보호법의 영향으로 2년마다 직장을 옮겨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경우가 많다. 한국 사회에서는 각종 규제 등으로 벤처 창업도 만만치 않다. 파이가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공정하지 못한 방법으로 누군가 다른 사람의 이익을 차지해가는 것에 대해 민감해지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조직 운영과 관리에서 공정성이라는 키워드를 고민해봐야 한다. 요즘 밀레니얼 세대는 애써 들어간 직장도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그만둔다. 이로 인한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기업에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인사 평가와 채용, 보상, 승진, 일처리 등 전반에 걸쳐 새로운 세대들의 기준에 부합하는 공정성을 확보하고 있는지 많은 조직들은 자문해봐야 한다. 그리고 이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새로운 제도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업의 미래는 불확실성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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