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대여 업체 현장 가보니

자격대여 업체 법인 만들어 법적인 문제 교묘히 피해가
한 업체가 지역물량 싹쓸이…수주 물량만 100건
자격대여 문제 등에 건축사협회가 조사 할 수 있어야

 

▲ 지난 8월 23일 대한건축사협회 조사위원회가 A지역 자격대여 근절을 위한 실태조사에 나섰다.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려 건축사업무를 수행하며 저가 덤핑수주로 시장질서를 해치는 ‘건축사자격대여’를 뿌리 뽑기 위해 대한건축사협회가 나섰다.
건축사협회 조사위원회(위원장 김용대)는 지난 8월 23일 조사·징계권한이 있는 국토교통부와 함께 충청남도 A지역, B지역 등을 대상으로 자격대여 근절을 위한 현장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조사위원회는 작년부터 상설점검반을 구성해 건축시장 현장 실태조사에 나서고 있다. 건축사법에 규정한 자격대여의 기준이 모호하고, 조사권이 보장돼 있지 않기 때문에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워 실태조사를 통해 법리적 정리, 자격대여 기준을 확립하기 위해서다. 올해 들어서만 이번 조사를 포함해 총 세 차례에 걸쳐 실태조사가 이뤄졌으며, 이후에도 전국을 대상으로 신고 받은 각 지역 자격대여 업체를 조사하게 된다.

지난 8월 20일 개정·공포된 ‘건축사법’ 개정에 따르면 앞으로 건축사 명의 등의 대여금지를 위반한 건축사 및 그 상대방과 알선행위를 한 자에게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벌칙이 강화됐다. 종전에는 건축사에게만 징계가 가해졌지만, 앞으로는 건축사뿐 아니라 그 상대방과 알선 자에게도 벌칙이 주어진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8월 2일 ‘건축사 명의대여 더 이상은 안 됩니다’ 제하의 보도자료를 통해 “무자격자에 의한 건축사업무 수행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건축물의 안전성과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 지역 건축사
   자격대여 업체 알고 있지만,
   해당 관청 “증거 가져와라”

본지도 8월 23일 이번 조사위원회의 실태조사에 동행취재를 다녀왔다.
실태조사를 나간 A지역의 자격대여 업체는 간판부터 건축사사무소 명칭 없이 ‘측량, 설계, 건설용역, 기술자문’ 문구뿐이었다. 사무소에는 건축사자격 등록증, 건축사자격증 원본 아닌 사본이 게시돼 있었는데, 누가 보더라도 여러 정황상 자격대여 업체임을 확연히 알 수가 있었다.
A지역의 한 건축사는 “이 지역 두 곳이 자격대여를 한다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지만, 신고·적발할 방법이 없다. 해당 관청에선 자격대여 했다는 증거를 가져오라는데, 무슨 권한으로 조사해 구체적 증거를 가져가나. 지역특성상 농가주택, 무허가 축사 일이 많은데 자격대여 업체가 갖고 있는 물량만 100건이다. 덤핑처리해 일을 수주한 셈인데, 제대로 일이나 하는지 의문이다”며 “이 지역 건축사 모두가 도매금으로 욕을 먹게 생겼다. 헛웃음만 난다”고 전했다.
B건축사도 “자격대여 업체 모두 상법상 법인을 만들어 법적인 문제도 교묘히 피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실태조사에 동행한 대한건축사협회 관계자는 “각 지역 자격대여 업체 조사 관련해 조사위원회가 지역건축사회에서 적극 활동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전국 17개 시·도건축사회, 134개 지역건축사회와 협조해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며 “현재 건축사의 이미지를 해치는 문제행위에 대해서도 회원사들도 그저 협회를 탈퇴하면 그만이라 시장에 만연한 자격대여 문제 등에 건축사협회가 조사라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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