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로 바뀌는 부동산정책…시장왜곡 심화, 도시경쟁력 정체에도 영향 / 도시 재개발 활성화·새로운 도시구조 창조 위한 대안 고민해야 / “도로로 구분된 각각의 공동주택은 건축사들의 다양한 참여가능”

<도시기능 회복, 새로운 공간 창출의 해외사례_독일 함부르크 하펜시티>
엘브필하모니콘서트홀로 유명한 독일 함부르크의 하펜시티(Hafencity)는 낡은 항만도시를 가장 ‘힙’한 문화상업지구로 되살린 ‘항만 재개발 사업’으로 손꼽힌다. 유럽에서 가장 큰 도시개발·건축 프로젝트였던 하펜시티 프로젝트는 신구의 조화를 이룬 도시 안의 또 다른 새로운 도시의 모습을 하고 있다. 수자원을 적극 활용한 미래형 주거단지를 조성하고, 옛 항구의 창고를 문화시설로 변모시켰다.

출퇴근 시 자동차로 잠실이나 반포, 구룡터널을 이용하려면 몇 시간이 걸린다. 이들 지역의 공통점은 재건축 아파트 단지 밀집 지역이라는 점이다. 1970년대 서울 인구가 급증하자 정부 한강 이남 개발에 따라 대체 주거지로 형성된 곳이다.
이들 주거지는 개발 당시만 해도 개인 차량 수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도로를 오히려 줄이거나 만들지 않았다. 그러나 차츰 시대가 바뀌어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가구당 차량 대수가 늘어났고, 이로 인해 생긴 주차난과 건물 노후화는 재건축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

2000년 즈음부터 시작된 재건축은 부동산업계의 뜨거운 감자였다. 시대에 따라 추진된 대표적 재건축 아파트 단지는 2000년대 초 대치주공1단지 재건축(타워팰리스, 대치센트레빌 등), 2008년 서초구 반포동 주공 2·3단지 재건축(반포자이, 래미안퍼스티지), 2017년 신반포 1차 재건축(아크로리버파크)이 꼽힌다. 강남권 고급 주거지 변천사이기도 하다.
현대도시의 상징인 고층아파트는 토지효율성을 높이고 주변 지가를 높인다. 그러나 에너지 측면에의 비효율성, 교통혼잡이 유발되기도 하는데, 현재 도시 재건축사업이 진행될수록 이 문제는 더욱 부각될 여지가 있다. 현재까지는 집값 상승에만 문제의 시선이 집중돼 있지만, 아직 사회적으로 거론되지 않은 문제가 있다. 바로 건축·도시적 문제다.

주택단지를 개발하려면 당연히 입주민의 생활을 배려해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런데 국내는 재건축단지의 상품화, 거주환경보다는 투자 상품성에 치중된 개발이 주를 이룬다. 또 대단지 주택단지가 들어서며 폭증하는 교통량을 수용하지 못하는 도로 문제가 서울 자치구의 최대 현안이 되고 있다.
서울의 한 자치구 관계자는 “서울 강남권 기초지자체 최대 현안 중 하나는 새로 들어선 대규모 아파트 단지 주변의 교통문제다”며 “급증하는 교통량을 수용하지 못하는 도로로 교통체증이 심각해지고 있는데, 공간 가용성 비효율적 운용과 고지가의 토지가 주택으로만 활용되는 비생산적 토지운용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대규모 교통유발시설물을 교통혼잡 특별관리 시설물로 지정해 교통현황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대상은 중구, 용산구, 영등포구, 강남구, 송파구 지구 등이다.

◆ 도로 수용규모를
   고려해야 하는 도시 확장

과거 도시 주거난으로 개발된 베드타운이 중심이 됐지만, 공공인프라는 한계상황이다. 이중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도로의 수용규모다. 재건축 연한(30년) 도래에 따른 재건축 시 도로를 확보하지 못하면 오히려 교통유발지인 대규모 주거단지의 규모와 용적률을 낮춰야 한다. 아니면 일본의 ‘차고지증명제’처럼 대도시의 경우 차고지를 차량소유자가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이 모두 쉽지 않다. 사업성을 맞추려면 용적률은 올라야 하고, 차고지증명제는 현재 제도를 시행 중인 제주도를 제외한 지자체에선 차고지증명제를 시행할 근거법이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과거 2001년 서울시가 당시 국토해양부에 차고지증명제를 시행할 근거법의 법제화를 요청했으나 무산됐다. 2012년에도 재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고 자동차업계의 반발이 우려된다는 이유였다”며 “서울시의 차고지증명제는 2013년 발표된 ‘교통비전 2030’에 장기과제로 만들어져 있다”고 밝혔다.

◆ 공용도로량 확보 못하면 용적률 낮춰야

본지 8월 1일자 ‘부동산 문제, 건축으로 접근하자!’ 제하의 기사에서는 도시 재개발 활성화 및 새로운 도시구조 창조를 위한 개발권 거래개념으로서 이른바 ‘용적률로 도로 등 공공용지를 매매교환’하는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현 제도하에서는 이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시뮬레이션을 해보자. 현재 서울 일부 지역의 경우 전용면적 85제곱미터(30평형) 아파트가 25억대를 형성하고 있다. 대지지분이 통상 36제곱미터 정도로 3.3제곱미터(평)당 지분 가격은 2억대인 셈이다. 대부분 15층 안팎 중층 높이에 용적률이 200%안팎인데, 이 상황은 재건축 시 공간구조 두 가지 측면에서 변화 요소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구당 주차대수와 도로 확보다.

가구당 주차대수는 강화된 주차장법에 따라 단지 내에 확보한다 쳐도, 문제는 물리적으로 늘리기 어려운 도로량이다. 도로를 손대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교통발생 근거를 줄여야 하기 때문에 용적률을 낮춰야 하지만, 그럴 경우 재건축 사업은 불가능해진다. 도시개조의 필요성이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상황에서 대안은 도로량을 늘리는 일인데, 현실적으로 이를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은 공공이 용적률 상향 대가로 도로를 확보하는 방법뿐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잠실일대는 제2롯데월드가 들어선 후 도로규모가 크게 개선되지 않아 극심한 교통정체에 시달린다. 재건축으로 가구수가 늘어날 경우, 도로의 교통량 수용불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용적률로 도로를 매매교환하는 보완 조치가 필요하다”며 “포화상태인 교통난을 완충할 획기적 대안을 찾기 힘든 상황에서 현재로선 이 방법이 가장 현실적인 대책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남권 재건축 사업에 참여한 B건축사는 “부동산억제책만 적용되는 사이 시장왜곡이 심각해지고, 도시 경쟁력은 정체 또는 답보상태에 빠졌다. 도시가 집적과 네트워크의 공간 구조로 전환돼야 하는데, 공동체적 도시 구조는 외면한 채 민간과 행정권력의 대립구도로 진행, 국가경쟁력을 강화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되고 있어 안타깝다”며 “개발사업으로 도시의 기능을 회복하고, 새로운 공간을 창출한 해외사례를 참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20세기 도시구조에 21세기 용량을 담는 재건축 해외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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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브필하모니콘서트홀로 유명한 독일 함부르크의 하펜시티(Hafencity)는 낡은 항만도시를 가장 ‘힙’한 문화상업지구로 되살린 ‘항만 재개발 사업’으로 손꼽힌다. 유럽에서 가장 큰 도시개발·건축 프로젝트였던 하펜시티 프로젝트는 2001년 첫 삽을 떠 아직도 개발이 진행 중이며, 2025년∼2030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부지가 2.2㎢에 달하며, 신구의 조화를 이룬 도시 안의 또 다른 새로운 도시의 모습을 하고 있다. 수자원을 적극 활용한 미래형 주거단지를 조성하고, 옛 항구의 창고를 문화시설로 변모시켰다.
하펜시티는 말 그대로 최첨단 건물들의 경연장이다. 세계적인 건축사들의 각축장이 되어 램 쿨하스, 데이비드 치퍼필드 등이 모여 오래된 항구의 창고들을 리모델링해 박물관, 오피스빌딩과 주택, 호텔, 상점으로 변모시켜 새로운 랜드마크를 만들어냈다. 그중 제일 ‘핫’한 곳이 엘브필하모니(Elbphilharmonie) 플라자다. 2017년 1월 개관했고, 함부르크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잡으며, ‘엘피(Elphi)'란 애칭도 얻었다. 엘브필하모니플라자는 1960년대에 지어진 코코아 저장 창고를 그대로 두고 윗부분만 변경해 파도 물결을 형상화한 초미래형 건축물로 변신한 콘서트하우스다.
하펜시티에선 독일에서 가장 높은 목재 아파트 프로젝트(19층) ‘빌트슈피체(Wildspitze)’ 개발도 한창이다. 글로벌 생활용품업체인 유니레버(Unilever)의 본사 건물과 독일 유력 주간지 슈피겔(Spiegel)의 신축 건물도 하펜시티에 둥지를 틀고 있다.
참조=www.hafencity.com/en/home.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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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선 유서 깊은 건물들이 재개발 붐을 타고 현대식 복합단지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영국 런던 텝스강변에 있는 배터시 화력발전소도 마찬가지다. 1930년대 지어진 이 발전소는 비틀스의 뮤직비디오와 대표적 프로그레시브 록밴드인 핑크플로이드의 앨범 재킷에 등장했던 건물. 1983년 가동이 중단된 후 현재 발전소 외벽과 굴뚝 4개를 그대로 살리며, 주변 사무실·상점·주거시설 등이 밀집된 거대한 복합신도시로 탄생 중이다. 화력발전소 건물과 함께 그 주변도 개발되어 새로운 현대식 빌딩들이 들어서고 있다. 사업비만 약 13조6천억원이 들어가는 프로젝트다. 지역 명소였던 역사 유물이 현대식 건물로 탈바꿈하는 것은 재개발 사업이 가져올 커다란 수익 덕분이다. 개발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지만, 마땅한 부지가 없다 보니 옛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사업이 활발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참조=https://batterseapowerstation.co.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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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의 수변도시는 토론토의 동쪽 수변 작은 지구를 ‘디자인 경제가속지구’로 만들어 일자리 창출과 토론토가 직면한 여러 도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계획됐다. 도시문제를 새로운 해결책으로 접근하기 위해 연구원, 기업, 시민단체부터 정부 기관까지 합심하여 중심지구를 기준으로 도시혁신을 이루고자 계획된 프로젝트다. 개발 첫 단계 부지는 5핵타르 규모의 부둣가이며, 이후 두 번째 단계로 62핵타르 규모의 수변 전반에 걸쳐 작업이 이뤄진다. 수변도시계획은 7개 영역에 중점을 둔다. 대중교통 시스템의 강화, 도로, 공원, 공공시설물 배치, 지속가능 건축을 위한 건축촉진 정책 등 새 기준마련, 현 시세보다 낮은 가격의 주택 공급,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찾는 사회 복지 시설 마련, 그리고 도시 내 적절한 데이터 사용을 위한 디지털 혁신이다. 토론토 수변도시 개발은 5개 디자인 원칙을 갖는다. 다양성의 존중, 교통, 장소, 서비스의 원활한 접근성, 주택이나 상가들의 적절한 가격, 시스템적인 벽을 허물고 모두에게 동등하게 주어지는 기회, 그리고 공동체로서의 소속감이다. 토론토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2040년경 4만4천개의 직업과 매해 1천4백2십만 달러의 경제적 효과를 바라고 있다. 또 2천5백여 개의 제조업과 목제산업의 촉진·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참조=www.sidewalktoronto.ca/plans/the-river-distri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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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배터리파크시티 개발사업은 도시의 기능을 회복하고 새로운 공간을 창출한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 맨하탄 남부 월스트리트와 마주한 배터리파크 시티는 단지를 열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개방형 독립 주거단지를 구성했다.
배터리파크시티 개발사업의 구상은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사업은 맨하탄 남부를 확장시키고 사람들을 도심에 살도록 장려하며 공원과 더불어 열린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계획됐다. 1968년에 37핵타르에 달하는 지역에 걸쳐 이뤄진 이 사업은 균형잡힌 커뮤니티를 개발하고, 이를 위해 허드슨강 유역에 있던 낡은 기둥들을 제거해 생긴 공간에서 시작됐다. 이 사업을 통해 상업, 주거, 상가, 그리고 공원이 잘 어우러지는 커뮤니티를 창조하고자 했다. 다양한 인종이 잘 어우러져 유지되고, 환경적 그리고 기술적인 면도 세세히 살폈다. 2018년까지 30개의 주거용 빌딩이 지어졌으며, 현재 추가적인 건축계획은 없고, 현재의 상태를 잘 유지하는 것 또한 이 사업의 중요한 포인트다.
참조=https://bpca.ny.gov/about/who-we-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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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치 : 프랑스 파리(Massena in Paris), 자료 : 월간 건축사 2019년 2월호


메세나 플랜은 한 도시에 주거, 오피스, 그리고 대학교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밀도가 높고 그리고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에 어떻게 적절히 대응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에서 시작됐다.
크리스티안 드 포트잠파크(Christian de Portzamparc)가 이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그는 80년대에 발전시킨 ‘열린 구역’ 컨셉을 확장해 ‘열린 도로’를 다각화하고 더욱 분명하게 했다. 건물들은 독립적으로 떨어져 있으며, 건물들은 모든 방면에서 햇빛이 들어오도록 했다. 다양한 프로그램과 부피감, 그리고 소재가 이 거리 전체에 적용됐다. 현대 사회는 평균과 우수함, 그리고 특별함과 평범함이 잘 어우러지는 것이 도시의 활력과 진화를 위해 꼭 필요하다. 파리의 메세나 플랜은 이것을 잘 실행시킨 한 예로 볼 수 있다.
참조=www.christiandeportzamparc.com/fr/projects/quartier-mass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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