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건축계가 지난 수십 년간 관여 하지 않던 분야다. 이유는 모르겠다. 대한민국이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농업국가에서 산업국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주택난은 지난 반세기 우리나라 건축 정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문제였다. 어떤 건축보다 가장 많은 관심의 대상이었고, 건축을 관장하는 정부 부처의 주요 업무였다. 주택난은 부동산 문제의 핵심이었다. 부동산 문제는 근본적으로 수요 공급 법칙의 왜곡에서 벌어진 상황이었고, 가장 중요한 부분은 가격이었다. 초기 산업화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 해결되지 못하고 내내 정부를 괴롭혀 왔다.
온갖 정책을 실행했지만 사람들이 만족할 만한 결과는 얻지 못했다.
그렇지만 냉정히 보면 이런 수십 년의 과정 속에서도 알게 모르게 개선되면서 진전을 이루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 건축계는 단 한 번도 우리 사회의 가장 뜨거운 감자였던 부동산을 언급한 적이 거의 없었다.
사회가 요구하거나, 정책이 주문하면 대응할 뿐이었지 건축계가 선제적으로 대응하거나 대안을 제시한 적이 없었다. 건축설계라는 직업적 특성 때문인지도 모른다. 건물 의뢰인이 사업을 하겠다고 생각을 정리하고 토지를 준비해 오면 그때 대응하는 직업이어서 그런지 모르겠다. 종이에 상상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는 설계는 사실 학생들의 졸업작품으로 치부된다. 결과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 건축적 상상력은 그다지 필요치 않았을지도 모른다. 더구나 작가주의를 지향하는 일단의 건축계 그룹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에게 부동산 문제의 중심이 되는 ‘공급되는 주택’은 작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건축계가 외면하는 사이 ‘공급되는 주택’은 부동산의 영역으로 독자성을 확보해 가면서 커져갔고, 별도의 의사 결정 구조를 가지게 되었다. 작가주의이던 아니던 건축사들은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하지 못했고, 그들이 ‘공급’하기로 결정된 이후에야 수주하기 위해 동분서주 했다. 사실 참여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한 번도 적극적으로 방향을 제시하고 언급한 적이 없었다.
그 사이 도시계획이 분리되고, 부동산 개발이 분리되고, 금융권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의사결정의 기획과 집행 모든 과정에서 건축사들은 보이지 않았다. 이제는 우리나라 건축계 모두가 ‘공급처’의 사인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그들이 어떤 도시를 개발할지, 어떤 주택을 공급할지, 어떤 주택건축을 제안할지... 과연 부동산은 건축사들이 다루면 안 되는 분야일까?
그렇지 않다. 부동산은 건축으로 완성되고 건축이 좋은 제안을 하면 바뀔 수 있다. 건축이 관여하고 중심이 되면 부동산은 매력적인 모습을 갖추게 된다. 더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게 된다.
더 이상 부동산은 건축계가 외면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이제라도 건축사들이 전면에 나서서 새로운 도시를 위한 부동산 이야기를 해야 한다. 부동산을 시각화하고 성과물로 만들어내는 것이 건축이기 때문이다. 건축이 주도된 부동산은 도시 경쟁력을 이끌 수 있다. 항상 우리 건축의 교과서가 되는 사례들을 보라! 어느 것 하나 건축이 주도하지 않은 것이 없다.
프랑스 파리의 수많은 사례들을 보면 왜 건축사들이 사회 문제에 대해서 언급하고 주장하고 발언해야 하는지 알게 된다. 이젠 수줍게 뒷줄에 서서 차례가 오길 기다리면 안 된다. 건축사들이 나서야 도시구조가 바뀌고 도시 경쟁력이 구축된다. 언제까지 해외사례를 부러워만 할 것인가? 건축사! 부동산에 대한 건축의 대안을 제시하고, 도시 경쟁력 개선에 앞장서 보는 것이다. 더 많은 아이디어를 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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