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김한섭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공주택본부장

작년부터 ‘계획설계 분리공모, 공공주택 설계공모대전’에 나선 LH
공공주택 설계공모 참여 문턱 대폭 낮춰

“참신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중·소규모 건축사사무소 많이 참여해달라”

‘주거문화’ 패러다임 바뀔 때…개성화·디자인화·열린 개방형 단지 추구해야

‘도시재생 뉴딜’에 공공디벨로퍼 역할 수행…건축사 참여가 성공 열쇠

“올해도 공공주택 설계참여경험이 없는 건축사에게 참여기회를 제공코자 작년보다 계획설계 분리공모를 확대·추진합니다. 공공이 주도해 설계수주 기회에 다양성을 부여하고, 능력 있는 중·소규모건축사사무소가 중견건축사사무소로 도약할 수 있도록 도와야한다는 의견에 공감합니다. 전문성을 살려 공공디벨로퍼로서 주거복지 로드맵, 3기 신도시 건설, 도시재생 뉴딜 등 정책과제를 차질 없이 수행하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작년부터 ‘계획설계 분리공모, 대한민국 공공주택 설계공모대전’과 같은 건축사업무 관련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수용해 공공주택이 국민 모두가 살고 싶어 하는 품격 있는 공간이 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설계와 디자인, 품질, 주거서비스 등 공공주택의 전반적인 수준향상을 목표로 한다. 

김한섭 LH 공공주택본부장(건축사)은 7월 16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LH가 국내 가장 큰 발주기관이자 룰 메이커로서 건축사업계 경쟁력을 견인하고, 주거문화 발전에 일조하는 데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Q 거시적으로 국가 재건 및 부흥을 지향점 삼아 LH는 그간 서민 주거 안정 등 국내 건축정책에 큰 역할을 해왔습니다. 80, 90년대 몇 가지 건축적 대안을 모색하며, 분당의 주거단지의 경우 건축에 대한 실험적 시도로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건축에 대한 앞으로의 주거단지 계획을 말씀해주신다면.

아시다시피 1989년 1기 신도시를 시작으로 2000년대 중반 2기 신도시를 조성하던 시기는 물량위주의 주택공급으로 입면·디자인 단순화 등 획일화된 아파트가 양산됐습니다. 결과적으로 위례인지, 하남인지, 동탄인지 잘 구분이 안 될 정도가 된 거죠. 이런 문제인식하에 작년부터 과감하게 임대아파트의 개성화·디자인화를 추구하고, 지역사회와 열린 개방형 단지를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간 판교신도시, 강남 세곡, 세종특별시 등에 새로운 건축적 시도를 했습니다만, 앞으로 소형주택 수요증가, 1∼2인 가구 및 노령인구 증가 등의 주거트랜드를 반영해 3기 신도시부터 도시·건축·시설물 등을 통합적으로 계획하고 이를 기반으로 도시공간을 계획하는 도시건축 통합계획을 점진적으로 확대 추진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단절된 주거단지에서 가로공간 중심의 열린 주거단지로, 개인 공간중심에서 지역공동체 중심의 공유도시로, 사업성 위주의 계획에서 환경부하를 저감하는 미래지향적 스마트 주거단지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Q 작년 LH가 ‘계획설계 분리공모’를 도입했던 것처럼, 최근 SH공사도 고덕강일의 경우 택지매각 방식으로 건축설계 공모방식을 택하는 시도를 했습니다. 공모방식 다양화 측면에서 고무적이라 생각하는데, 어찌 보시는지요.

작년 설계과업범위·공모방식 다양화를 위해 LH가 도입한 ‘주택설계용역 계획설계 분리공모’는 추진 당시 내부적으로 여러 갑론을박이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돌이켜보면 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디어는 있지만 전체적인 프로세스를 수용하기에 한계가 있었던 중·소규모 건축사사무소에겐 좋은 기회가 주어진 셈인데, 기회를 봐서 이를 더 확대할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고덕강일 SH 사례는 기존 택지공급 방식의 틀에서 벗어나 시대의 요구를 반영한 좋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가격입찰 방식은 수익창출이 우선되다 보니 단지 전체의 조화라든지 녹지축, 통경축, 건물의 밸런스, 도로의 연결부분에서 아쉬운 부분이 많았죠.

LH도 2013년부터 택지매각에 따른 과열을 방지하고 도시건축통합의 마스터플랜에 따른 일관된 도시경관을 만들고자 세종시 매각용지를 대상으로 건축설계공모 택지매각방식을 도입한 바 있습니다. 현재까지 36필지 약 1,800,000제곱미터(28천세대)를 매각했고, 이를 지속 추진 중에 있습니다.

Q 지난해 도입된 ‘LH 주택설계용역 계획설계 분리공모’ 개념을 확대해 좀 더 단지를 세분화하면 더 많은 건축사들에게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공동주택 단지 내 상가 세부 디자인을 개별 건축사에게 맡기는 방식입니다.

단지 내 부대복리시설도 분리해 공모하는 것도 보다 많은 건축사분들의 다양한 의견을 한 곳에 결집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LH가 매년 소화해야 할 주택물량이 실로 엄청납니다. 가령 올해의 경우도 232개 블록에 12만6700호에 달합니다. 분리공모를 해서 여러 의견을 모으다 보면 시간이 지체될 수밖에 없어 자칫 물량을 소화하지 못할 경우 정부의 주거복지 로드맵에 차질이 생길 수 있습니다.

작년엔 계획설계 분리공모(2단계 공모) 제도를 도입해 장기임대주택 8개 블록 6,104호를 대상으로 약 137억원 분리공모를 추진했습니다. 그 결과, 103개 설계사무소가 응모해 경쟁률 최대14대 1, 평균 6.3대 1을 보이는 등 건축사사무소의 큰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올해도 공공주택 설계참여경험이 없는 건축사에게 참여기회를 늘리고자 작년보다 대상 블록을 확대했습니다. 단지 내 상가와 같은 공동주택 부대시설은 사업승인절차, 단지 아이덴티티 확보를 위한 토탈디자인 적용측면에서 공동주택 설계와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점이 고려돼야 해서 여러 면에서 검토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분리공모제는 더욱 발전시켜 나갈 좋은 제도라고 생각하며 단계적 확대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Q 한국 건축 시장 특수성 탓에 중·소규모 건축사사무소들이 일을 수주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결국 우리나라에서 사무소 규모가 일감 수주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해외에선 소규모 건축사사무소에서 세계적 건축사가 나타나는 일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도 업계 경력(창업시간)을 기회 부여의 기준으로 삼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공공이 주도해 설계수주 기회에 다양성을 부여하고, 능력 있는 소형건축사사무소가 중견건축사사무소로 도약할 수 있도록 도와야한다는 의견에 공감합니다. LH가 어찌 보면 국내 가장 큰 발주기관이자 룰 메이커로서 업계 경쟁력을 견인하고, 건축문화 발전에 일조하는 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 합니다.

LH가 추진하는 연간 공모 중 약 10%를 신진, 창업건축사 등에게 할당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45세 이하의 신진건축사 특별공모뿐만 아니라 창업건축사(2년 이내 창업한 건축사), 미 당선건축사, 여성건축사를 대상으로 특별공모를 추진하고 있는데, 그 폭을 넓히는 것뿐만 아니라 LH만의 공공건축가 제도를 만드는 것도 검토 중입니다.

Q 도시재생 등 도시를 재구성 하려는 노력들이 많습니다. 도시의 질을 바꾸는 새로운 시도에 LH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또 어떤 성과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LH는 주거복지 로드맵, 3기 신도시 건설, 도시재생 뉴딜 등 정책과제가 차질 없이 수행되도록 새로운 사업실행 모델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사실 도시재생 사업의 성과는 주민들의 삶을 얼마나 긍정적으로 변화시켰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민참여가 중요하나 현실적으로 주민이 시행자가 되어 추진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LH와 같은 공기업이 공공디벨로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자체, 지방도시공사와 협력해 도시재생사업을 실행할 수 있는 지역맞춤형 재생모델을 발굴하고, 사회적 경제조직과 협동조합 등의 민간주체 교육으로 지역의 역량을 키우는 역할을 수행할 것입니다. 

실제 정부가 2017년부터 지금까지 모두 189곳의 사업지구를 선정해 재정지원을 하고 있는데, LH가 이 중 40% 이상인 82곳에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에만 28개 사업이 인·허가, 16개 사업이 착공 예정이며, LH참여형 가로주택정비사업도 12개 조합과 공동추진 중입니다.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를 위해 전세자금 지원제도를 신설하는 등 주거복지 서비스 확대를 통한 소규모주택정비 활성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LH가 지향하는 우리나라 공동주택의 미래 모습이나 목표가 궁금합니다.

사회가 각박해지고 이웃과 소통이 어려워진 건 지금의 아파트 문화하고도 무관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여태까지 아파트를 많이 짓는 데에만 골몰했다면, 이제는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지 ‘아파트 문화’를 발전시키는 데 주력해야 할 것 입니다. LH가 현실적으로 단기간에 많은 양을 소화하다 보니 다소 아쉬운 부분도 있었습니다만, 큰 방향은 그렇게 나아가고 있는 것만은 사실입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도시재생 뉴딜에서 건축의 역할에 아쉬운 면이 있습니다. 도시재생이 지역에 필요한 생활SOC 또는 주택을 개량하는 일인데, 결국 이것은 그 지역의 건축사가 해야 할 일들입니다. 도시재생 뉴딜이 건축사분들과는 동 떨어진 일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실 수도 있겠지만, 건축사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 도시재생 뉴딜은 성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울러 3기 신도시는 개발계획 초기부터 건축(건축사)이 참여해 사람중심의 도시계획, 신도시 간 색깔을 갖도록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건축사분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참여해주시길 바랍니다.

대담 홍성용 본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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