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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을 소비하다 = 집 = 장소로서의 안전기지

기사승인 2019.08.01  14: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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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휘 논설위원(디디스튜디오 건축사사무소 대표, 서울시 공공건축가)

저성장 경제로 해석되기도 하고 부동산 규제 정책의 영향일 수도 있지만 주택 매매 거래 감소세는 최근 3년간(2016년~2018년) 매년 10%씩 감소하는 것이 뚜렷하다고 한다. 종자돈을 모으기에는 너무 올라버린 집값에 대한 반응일 수도 있고, 부동산 투자를 하기에는 수익실현 기간이 길어진 이유도 있겠지만 거래의 감소는 개념의 변화를 일으키는 동력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2011년과 2015년 사이 아파트 구입자 비중을 보면 45세 이상의 비중은 늘어난 반면에 45세 이하의 비중은 줄어들었다. 축적된 자산이 부족한 젊은 세대가 구매층이 되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기도 하지만, 때문에 집을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는 늘어나고 있다. 

심리적 안전기지 psychological secure base 라는 심리학 용어를 통해 ‘집’이 우리에게 주는 역할을 돌아 볼 수 있다.

영국의 심리학자 존 볼비는 부모가 아이에게 안전기지가 되는 것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유아는 태어나서 부모와 애착관계를 형성해야만 모든 발달을 시작할 수 있다. 자신이 보살핌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만 성장하면서 마음껏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탐색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부모는 이런 애착관계에서 ‘안전기지’가 되는데 어렵고 힘든 일이 있더라도 언제나 돌아가서 응원을 받고 회복할 수 있다는 안정감이 형성된 아이는 두려움 없이 미지의 세계를 마음껏 돌아다닌다. 어른에게도 혹시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하면 된다는 사고가 지배적인 사회가 안전기지가 더 견고한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집은 그 동안 4050세대에게 안전기지였는가라고 자문해본다.

요즘 ‘볼드저널’ 이라는 잡지가 주목 받고 있다. 잡지는 스스로 ‘Life Lessons For Modern Fathers’라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삶의 지혜를 소개해왔다. 그동안 볼드저널의 다른 주제를 보면 창간호에서는 놀이에 특별한 재능이 있는 아버지들, 2호에서는 아빠들의 특별한 휴직, 3호에서는 아빠들의 사춘기, 4호에서는 글·그림·사진으로 가족의 일상을 기록하다 그리고 5호에서는 집을 다시 생각하다 등으로 패션지와 여성지가 주류를 이루는 잡지시장에서 ‘아버지’를 화두로 내세우면서 삶에 물음표를 던지고 문제의식을 불러일으킨다. 성취지향적인 대한민국의 어른사회는 삶의 중심을 모두 은퇴 이후 후반부로 미루어온 사회이다. 실패는 허락되지 않고 어른에게는 안전기지가 없는 것이 상식이었다. 볼드저널이 완판되는 현상을 보면 삶의 중심을 현재로 이동시키려는 ‘용감’한 자들의 성장이 보인다.                                                          

미술시장에도 이런 변화가 포착된다. 지난해 미술시장은 전년대비 24.7%가 성장했는데 작품의 평균가는 5년 전보다 감소했다고 한다. 중·저가 미술시장이 확대되는 것으로 분석한다. 특히, 평균 300만원 수준의 작품 경매규모는 지난해에 전년 대비해서 71.3%가 커졌다고 한다. 미술시장의 성장이 투자수요뿐만 아니라 보통사람들이 즐기는 수요도 함께 성장한다는 것은 ‘용감’한 자들의 진입으로 보인다. 일례로 요즘 전세계적으로 아트토이가 성장하고 있다. 팝 아트 작가들이 판화를 만들어 대중들이 소유하게끔 했던 것과 유사하게 일본 장난감 회사 메디콤 토이(Medicom Toy)사가 2001년부터 기획한 베어브릭(Be@rbrick)이 어른들을 위한 장난감으로 아트토이의 대명사가 되었다. 특히 값 비싼 작품가를 기록하는 미술의 대가들이나 디자이너들과 컬래버레이션이라는 형식으로 작업한 베어브릭은 값싸게 인기작가의 한정판 작품을 직접 소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가 오르고 있다. 장난감을 통해서 미술이 대중에게도 수집 가능한 품목이 된다는 것은 투자로서의 물품이 아니라 애착관계를 형성해서 나를 응원하는 물건으로서의 안전기지가 생기는 것이다.

집이라는 장소는 4050세대에게는 안전기지를 경험하자 마자 떠나버린 향수이다.

고도성장기 이전의 집은 가족이 삶을 살아내는 ‘안전기지’였다. 언제라도 돌아갈 수 있는 터전이었고 어머니, 아버지와 형제들이 밖에서 무슨 일을 겪고 오더라도 품을 벌려 맞아주는 장소로서의 안전기지였다. 고도성장기를 지나는 동안 집은 은퇴를 향한 ‘안전자산’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경제적 자산의 역할이 더 중요해지면서 핵심권역에 위치한 투자성이 있는 ‘집’이 환산가치의 기준이 되었고, 안전기지는 안전자산이 되면서 애착관계보다는 경제적 보험으로서의 지위를 얻게 되었다. 

4050세대는 고도성장기를 지내면서 그 동안 집은 곧 돈이어야 한다는 사회구조의 공식에서 살아왔지만 최근 경제적으로 이 공식이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집을 다시 ‘삶의 배경으로서의 안전기지’ 역할로 부활시키고자 하는 공감이 늘어나고 있다. 관심을 불러 모으는 매체의 역할도 있지만 경제구조의 변화 없이 이런 관심이 지속될 리는 없다. 아트토이가 삶 속에서 재미를 통해서 불러일으키는 애착관계형성과 마찬가지로 집이 가져야 할 삶의 배경으로서의 역할을 다시 주목하는 용기 있는 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가족이 주가 되던 시절의 집이나 동네의 골목길 정취를 되살리는 것이 목표가 될 필요는 없다. 억지로 맞추어 왔던 기성복 형식의 주택이 누구에게나 어울리지는 않는다는 점을 인정하고 각자에게 올바른 형식의 삶의 배경(집)을 찾아보거나 만들어보는 용기를 응원한다.  

집은 그 동안 안전한 투자자산이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다만 투자의 효과가 예전 같지 않아지면서 안전자산은 되지만 투자자산의 역할은 줄어들고 있다. 바야흐로 성취지향에서 삶 자체가 중심화두가 되는 용기 있는 자들이 늘어나면서 집은 다시 심리적 안전기지가 되는 시대로 돌아가고 있다. 집을 포함하는 골목이나 동네도 이러한 흐름과 역할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고 미화하는 것이 아니라 집, 골목과 동네는 삶의 배경이 되어 애착관계를 형성하고 심리적 안전기지의 역할을 했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집이 자산으로 환산되면서 잃어버린 심리적 역할과 마찬가지로 골목과 동네도 학군과 핵심권역으로 환산가치가 매겨지면서 잃어버린 심리적 역할이 있다. 집이 심리적 안전기지로 돌아오기 위해서 애착관계 형성이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로 동네도 심리적 안전기지의 역할이 다시 살아나려면 애착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공감과 장치와 세월이 필요하다. 바야흐로 건축이 소비가 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제는 이 소비가 올바른 소비가 되어 삶의 중심을 지원하는 배경이 되게 하고 애착관계를 바탕으로 하는 안전기지의 역할을 집에 다시 부여하자.

노휘 논설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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