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봉의 한옥생각

▲ 김준봉 논설위원

온돌은 우리 한옥의 핵심특징으로 순 우리말은 구들이라 부른다. 이 구들을 글로 쓰게 되니까 한자로 堗, 突, 溫堗, 溫突로 쓰게 되었고 해방이후 온돌이라는 한글로 두루 쓰이게 됐다. 그래서 온돌이 따뜻한 돌이라는 의미는 없고 구들을 번역한 한자 글이다. 큰 범주로 보면 온돌과 구들은 모두 우리가 만든 말로 서로 동의어이며 바닥난방을 지칭하는 같은 말이라 할 수 있다. 이 온돌은 현대건축이 추구하는 건강건축, 환경친화 건축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첨단 기술국인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의 나라에서는 바닥난방 방법을 연구하여 건축물의 난방은 물론 첨단기술제품 생산을 위한 항온 항습 공장에 도입하고, 종합병원의 물리치료실, 축사난방, 고속도로와 비행장의 제설용 등에 이용해 오고 있다.

필자가 중국 연변과학기술대학에서 교수시절 주말마다 학생들과 건축 답사를 하면서 민가연구를 했다. 중국 동북지역(길림성, 요녕성, 흑룡강성)의 민가 답사를 통해 중국 현지의 한족(漢族)집과는 확연히 차별되는 황토방 초가집 민가는 비록 중국의 집들보다는 규모면에서 크진 않지만 정갈하고 깔끔한 우리 전통 서민한옥에 금세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

한국의 온돌은 온기를 바닥에 가둬
지속시키는 매우 발달된 난방 방식…
연기는 빨리 빼내면서도 온기는
그대로 유지해
2천년 전통 ‘온돌문화’,
체계적으로 오랜 역사를 통해
전수된 곳은 한국이 유일

이 전통 한옥민가 요소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이 바로 구들-온돌이기에 일제 강점기 당시 만주의과대학시절 현규환 박사가 보건의학을 연구하면서 ‘온돌과 캉(고구려 입식형 쪽구들을 치칭하는 중국어)의 위생학적 연구’를 통하여 한반도 전역과 만주지역의 온돌의 구조와 원리 특성을 연구한 것이 우리 온돌연구의 효시라고 할 수 있다.
한옥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전통 온돌은 아궁이에 열을 가하여 고래(방 바닥아래의 공간)을 따라 열이 이동하면서 바닥에 열에너지를 저장하고, 이 축열된 에너지가 서서히 방열하면서 실내를 따뜻하게 유지하는 복사와 전도, 대류의 열전달 3요소를 모두 갖는 방법으로, 인류 역사적으로 뛰어난 난방방법이다. 오죽하면 현대건축의 거장인 프랭크로이드 라이트가 본인의 자서전에서 한국의 온돌은 인류가 발명한 가장 우수한 난방법이라고 극찬했을까?

수많은 흙집의 온돌들을 조사하면서 이렇게 작은 집에서, 이렇게 추운 곳에서, 이렇게 열악한 재료를 가지고, 이렇게 깨끗하고 포근하고 따뜻한 집을 지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됐다. 말하자면 한옥의 원초적인 아름다움은 바로 온돌로, 흔히 한옥하면 고래 등 같은 기와집을 연상하지만 사실은 한옥의 주류는 마루, 흙벽, 초가집이 가장 주류를 이룬다. 그런데 우리민족의 정과 혼이 심어져있는 황토 초가집은 근대화와 더불어 우리에게서 멀어지고 고급 고래등 같은 기와집이 지금 이시대의 한옥으로 대표되는 것은 아쉬움이다.

온돌의 특징

열에너지는 물질이 아니며, 이것이 물질에 작용하였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므로 기체, 액체, 고체 등에 대하여 나타나는 현상은 크게 차이가 있다. 구들에서 열은 1차로 기체인 공기에 전달되고, 2차는 고체(진흙, 구들장 등)에, 3차에서는 다시 실내 공기에 열이 전달되므로, 난방 효과는 열전달 과정의 속도와 시간에 의해 좌우되며 이는 외기 온도에도 크게 영향을 받는다.
열에너지가 구들에 체류하는 시간이 길어지도록 각 부가 만들어졌을 때 가장 난방 효과가 커지는데 전통온돌은 (1)열에너지를 저장하는 방식으로 축열식이다. (2)직접 가열식으로 열원이 난방 장소에 있으므로 열의 운반 이동 손실이 전혀 없으며 불맛이 다르고 습기조절이 가능하다. (3)구들은 바닥 면에서 방열하므로 접촉식으로 인체를 직접 가온하며 대류가 억제되어 아래가 따뜻하여 두한족열의 건강건축으로 낮은 온도로 서서히 방열한다. 실내온도를 낮추면서 쾌적성을 높이는 에너지 절약적 저온지속난방법이다. (4)구조상 여러 개자리, 바람막이 등을 두어 단계별로 열기의 배출을 지연시켜 열에너지가 구들 속에 오랫동안 머물게 한다. (5)아궁이에 불을 지피면 나무가 타면서 나오는 열기와 원적외선 등은 부인병 예방에 큰 효과가 있다.

전통온돌의 설계는 건축사의 몫이다

전통온돌은 바닥난방설비이지만 건축구조체를 이용하는 직화기술이고 열을 발생시키고 저장하고 발열하고 연기를 배출하는 시설 모두 건축구조물이 그 역할을 담당하기에 건축사의 설계가 필수적이다. 그냥 보일러나 에어컨을 설치하듯이 기성품을 가져올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직화고래구들은 흙집 황토방 민가를 지으면서 방 한 칸 정도에 시공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전통구들을 보급하기 위해서는 농촌표준주택모델에 직화고래구들방을 넣고, 전원주택과 팬션주택 등에 의무적 연기차단 방법, 열기 체류시간 증가방법 등을 표준화하여 보급해야 한다.
과거 전통 한옥에는 단열이나 창호의 기밀성이 비교적 느슨하여 불완전 연소 가스 누출이 큰 문제가 아니었으나 지금의 주택에서는 단열과 기밀성이 높아 작은 연기기의 누출도 치명적이기 때문에 건축사의 정밀한 설계와 감리가 필요하다. 현대 국토교통부를 주관으로 하여 신한옥의 도입이 계속 권장되고 있는데 전통구들 기술을 연구하여 과학적으로 각 부위별 구들의 규격을 합리화하고 표준화할 수 있도록 국가가 나서야 할 때이다. 현실적으로 현대 아파트 등에 대향으로 가능한 형태는 전기축열바닥난방과 전기고래구들 시스템으로서 난방 설비는 자유롭게 하고 한국전력에서 과도한 누진세율을 조정하면 향후 많이 보급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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