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들이 왜 설계비 이야기를 그렇게나 많이 할까? 월간 건축사의 과월호를 읽다 보면 수십 년간 설계비 이야기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나아지지 않았을까? 오히려 분야에 따라서는 설계비가 줄었다. 설계비는 근본적으로 건축사 및 건축사사무소 조직의 생존과 관련된 일이다.
사실 건축학과 졸업생이 건축사사무소를 지원하지 않은 것의 핵심은 경제적 처우가 핵심이다. 낭만적 이야기로 애둘러 열정을 이야기 하지만, 과거에 가능했던 것은 열정을 쏟아붓고 건축사를 취득한 뒤에 돌아올 경제적 보상을 기대 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젠 그것이 불투명해졌다. 대외 환경은 더 나빠지고, 어려워졌다. 건축사 내부도 마찬가지다. 건축사 간 경쟁을 이야기 하지만 모든 경쟁은 일정한 한계가 있어서, 지나치게 되면 오히려 질을 떨어뜨린다. 그런데 현재 대외 환경은 그런 적정한 통제를 불가능하게 전환되고 있다. 건축계가 수도 없는 노력을 하지만 여전히 대한민국 건축은 건설에 종속된 체제다. 엄밀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국가건축정책위원회가 대통령 소속기관으로 만들어지고,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이 만들어져도 건축의 세부적 실행단계로 오면 건설에 종속되어 판단되고 기준으로 난도질 당한다. 그 대표적 대상이 설계비 문제다.
민간의 계약이야 그렇다 쳐도 공공기관을 발주처로 둔 계약들의 문제점들은 한 둘이 아니다. 공공과의 계약은 절대적으로 평등한 계약이 되지 못한다. 이런 불평등은 ‘공정거래’가 중요한 사회적 기준인 현재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2008년 대한건축사협회는 설계공모 등의 부당한 건축사 저작권 양도 관련 문제를 제기해서 2009년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조치를 얻어내기도 했다. 당시 공정거래위원장은 공공발주처에 저작권 양도 항목을 삭제하라고 했지만, 여전히 지켜지지 않는다. 오히려 과업 지시서와 설계 설명서 등에는 설계 납품 후 수정 요구까지 무료 업무처리를 강제하고 있다.
그 누구보다 앞장서서 공정거래를 선도해야 할 공공기관이 민간보다 더 심한 불평등, 불공정 계약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공정한 사회, 공정한 룰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일에 있어서 상하가 어디 있으며 위계가 어디 있는가? 더구나 공공의 일은 그 과실이 국민 모두에게 돌아간다. 특히나 건축은 후대의 유산으로 남는 것이다. 그런 후대의 유산을 싸구려로 마구 짓는 것은 세금 절감이 아니라 허접한 건물이 되어 철거대상이 되어 버린다.
공공발주의 대부분 창구가 조달청이다. 그런데 조달청의 규약과 지침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아무리 디자인 심사위원을 외부에서 초빙하고 외국인들을 들인다 한들 계약이 불평등하고 과정이 비전문적이라면 성과가 날 리 만무하다. 이런 계약과정의 문제점을 상기하면, 2014년 건축문화신문에서 호소했던 기재부의 태도 변화가 절실해진다.
우리가 공공 발주처에 이런 호소를 하는 이유는 공공의 계약 관행이 민간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거의 노예계약에 가까운 설계설명서와 과업 지시서의 내용들이 민간 계약서에도 등장하기 때문이다. 도대체 개선되어 공평해야 할 일들이 왜 나아지지 않을까?
건축사 개개인이 해결하기도 어렵다. 여러 집단으로도 안 된다. 힘을 모아서 하나의 목소리로 큰 소리로 요구하고 나서야 한다. 그래야 사회에서 알게 되고, 사회의 여론이 이야기해야 공공조직도 이해하게 된다. 공공조직이 납득하고 국민을 설득할 때 건축사 환경개선이 된다. 이는 서로 연결된 관계구조 때문이다. 결국 건축사들이 한 울타리에서 공유된 목소리를 내야 할 필요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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