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 연세로가 대중교통 전용 지구로 지정되면서 일반 차량의 통행이 금지됐다. 보행자 천국을 만들어 상권을 활성화한다는 게 이 정책의 핵심 목적이다. 걷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면 더 많은 사람이 이 곳을 방문해 상권이 활성화할 것이란 기대를 갖고 만들어진 정책이다.
하지만 ‘연결’이란 관점에서 보면 이런 소박한 기대가 쉽게 통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차량의 통행을 막으면 연결이 제한된다. 이로 인해 불편이 유발된다. 인근 홍대 상권은 옛 철길을 활용한 긴 주차장 골목이 있고 좁은 길 사이사이마다 차를 댈 수 있다. 보행자와 차량이 뒤엉켜 다소 불편하긴 해도 차량을 꼭 이용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은 신촌보다 인근 홍대 상권을 택할 확률이 높아진다.
실제로 좋은 취지와 달리 새로운 정책이 시행된 후 적어도 상권이 활성화되었다는 증거는 찾아보기 어렵다. 상인들은 불만이고 대중교통이 끊기는 밤늦은 시간에 대리운전을 부를 수도 없다는 이용자들의 불평도 쏟아지고 있다.
네트워크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연구 업적을 낸 앨버트 라슬로 바라바시는 “연결은 곧 생존”이라고 말한다. 토지, 노동, 자본이 20세기 가치창출의 핵심 요소였다면, 21세기는 연결과 데이터, 도전정신이 부가가치 창출의 핵심이다. 연결이란 관점을 배제한 비즈니스 아이디어는 그 파급효과가 제한되거나 연세로 사례처럼 오히려 부정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건축 분야에서 연결이란 관점이 배제된 대표적인 사례가 주상복합 아파트다. 입주민들은 편리할 수 있겠지만 주변 주민이나 일반인들에게 주상복합은 왠지 그들만의 성역처럼 여겨진다. 공용 공간이나 상업 공간이 있더라도 거주민들만 사용하는 폐쇄적인 장소라는 느낌을 줘서 선뜻 발길이 옮겨지지 않는다. 지역학 분야의 대가인 연세대학교 모종린 교수는 “주상복합이 강남 아파트의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전체 지역 상권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사회 모든 분야에서 연결은 가치 창출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수요자와 공급자를 쉽고 편안하게 연결시켜주는 에어비앤비나 우버는 기존 기업이 확보했던 강고한 시장 영역을 순식간에 파괴했다. 서로 다른 분야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만나면 혁신적 아이디어가 창출된다는 메디치 효과도 이제 상식 가운데 하나가 됐을 정도다. 사무실을 설계할 때에도 우연한 연결과 만남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공용공간을 중앙에 배치하는 회사들이 많다.
선한 의도와 단순한 해결책이 만나면 대체로 불행한 결과가 생긴다. 보행자의 천국을 만들면 보행자들이 좋아할 것 같지만 연결이 제한되며 상권이 활력을 잃게 되고 결국 보행자도 외면하고 만다. 좁은 골목길에서 차량을 만나야 하는 불편함을 느끼더라도 수많은 사람이 오고가는 활력 넘치는 거리를 보행자들은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모든 의사결정에서 ‘연결’이라는 관점을 배제하면 미래를 개척하기 힘들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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