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김우종의 건축생각

국토부에서 진행하는 ‘넥스트 프리츠커 프로젝트’에 의하면 
청년 본인 스스로가 해외 유수업체와의 컨택·인터뷰 등을 통해 
오퍼레터 받아야만 연수자로 선정돼 연수비 지원받을 수 있는 구조
이는 본말이 전도된 것

▲ 김우종 논설위원(한국교통대학교 건축학부 조교수, 영국건축사, 영국친환경건축기술사)

최근 국토부는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대변되는 프리츠커 수상 프로젝트로 ‘넥스트 프리츠커 프로젝트(NPP사업)’를 실시한다. 청년 30인을 선발해 해외 유수의 건축사사무소에서 해외의 우수한 건축설계기법을 배울 수 있도록 1인당 최대 3000만 원의 연수비를 지원하는 사업인데, 이 사업을 두고 건축계에서 다양한 의견이 오가고 있다. NPP 사업의 목표는 ‘해외 선진 설계기법’과 ‘우수한 건축사 양성’에 맞춰져 있는데, 이 사업의 혜택을 받으려면 모집기간 내 해외 유수의 건축사사무소와 연구기관으로부터 연수자로 선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건축설계분야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 상(Pritzker)은 1979년부터 전 세계 건축사를 대상으로 시상하고 있으며, 총 43명 시상자 중 우리나라는 아직 수상자가 없다. 즉,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국내 건축계의 현실 속에서 정부가 직접 프리츠커 상을 따낼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취지로 이러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여러모로 적지 않은 연수비를 지원하면서 젊은 인재를 발굴해 미래의 차세대 프리츠커 수상자를 키워내겠다는 의도는 긍정적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국토부의 의도가 어찌되었든 정책의 방향과 목적이 현실과의 괴리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짧은 모집기간 내에 지원자가 직접 해외 건축사사무소로부터 연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는 해외 업체 및 유수 기관의 사정을 전혀 헤아리지 못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정부 차원에서 건축계 인재들이 해외 기관에서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통해 먼저 연결시켜 주고 이를 통해 최종적으로 선발된 인원에 한해 연수비 및 연구비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정책의 방향이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학부 재학 시절 미국 뉴욕의 한 건축사사무소에서 인턴을 경험했다. 당시 대학교와 미국의 건축사사무소가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인턴을 선발하기로 하였고 이 계획에 따라 여러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선발되어 1년 동안 인턴으로 일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 받은 셈이다. 이 과정에서 비자와 체류 등 임금이 지불되는 인턴으로서 준비해야 될 서류가 방대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러한 서류 준비과정만 수개월이 걸렸다. 즉, 해외 기관에서 검증된 인원에 한해 인터뷰 오퍼를 주고 이를 통과 후 최종적으로 잡 오퍼(Job Offer)를 주는데, 공식적인 오퍼레터(Offer Letter)를 수령 후 한시적인 기간 동안 해당국에서 일을 할 수 있는 비자(J1)가 지급되는 구조인 것이다. 따라서 현재 국토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NPP 사업에 의하면 청년 본인 스스로가 해외 유수업체와의 컨택과 인터뷰 등을 통해 오퍼레터를 받아야만 연수자로 선정되어 연수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구조인데 이는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건축설계 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건축사들의 실태를 파악하면 미래의 전망은 그리 밝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언어적인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해당 국가의 학위 유무와 능력, 인맥 등 다양한 방면에서 외국인이 가지는 불리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따라서 해외 경험이 없는 국내에서 학위를 갓 취득한 국내 지원자들이 해외 기관으로부터 아무런 도움 없이 취업에 성공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물론 예외적인 케이스도 존재하고 실제로 국내 학위 소지자가 해외에서 취업 후 명망 있는 기관에서 근무중인 경우도 분명히 존재하지만 이는 소수일 뿐이다.

필자는 미국과 영국의 건축사사무소에서 근무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하지만 이러한 경험이 순전히 본인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외국인으로서 겪는 어려움의 시작과 끝은 항상 비자와 관련된 문제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많은 시간과 돈, 학위 등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뒤따랐다. 현재 국토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NPP 사업의 의도가 어찌되었든 이러한 정책이 제대로 운영되려면 해외 건축설계 산업의 현황과 실태 파악이 우선이다. 매해 바늘구멍과도 같은 높은 입사 경쟁률을 경험하고 있는 이들에게 스스로 알아서 해외 취업에 성공한다면 연수비를 제공하고 차세대 건축사로 키워주겠다고 하는 발상은 공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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