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전진삼의 와이드 스마일

▲ 전진삼 논설위원(격월간《와이드AR》발행인 겸 간향클럽, 미디어랩&커뮤니티 대표)

필자 注
본지는 ‘건축사’ 명호의 상용화라는 편집원칙을 지켜오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칼럼의 내용 일부에 ‘고유명사화’한 행사명과 건축사 명호를 사용하는 데에 적절치 않은 다른 분들의 명칭을 ‘건축가’로 통칭하고 있음에 대하여 본 협회 회원 독자여러분의 해량을 구합니다.

땅이 생명을 낳고 집을 허락하며, 사람이 땅에서 살면서 땅을 닮으며, 집이 지은 사람을 닮고 앉은 땅을 닮으며, 사람이 그 땅, 그 집에서 흙냄새 나무냄새를 많이 맡고 살다보면 사람에게서 나무냄새, 흙냄새가 나게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해서 땅과 집과 사람이 건축을 이루고 건축을 의미 있게 해주는 세 요소라 여기고 싶어, 언젠가는 이 말들이 들어간 이름을 써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건축을 하며 목말랐던 것은 내게 모자라고 신기한 것, 궁금하고 모르는 것들을 어떻게 찾아야 하나였고, 그런 것들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물어보고 어설픈 생각을 나누어 세련되게 다듬을 수 있을 데가 어디 없을 가였습니다. 해서 생각과 말을 격의 없이 마음껏 펼치고 나눌 데가 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일로서 건축 이야기를 하는, 그 한 갈래로 건축 잡지를 만드는 동지 전진삼과 생각이 맞아 떨어져, 늘 건축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마당을 하나 만들게 되었습니다. 
2006년 10월 그 첫 자리를 열어 ‘땅집사향’이란 이름을 붙이고 시작하여, 달마다 한 번씩, 한 사람의 한 가지 이야기가 계속되었습니다.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로 ‘땅집사향’은 지난 4월 100회를 성취했고, 그 관심과 참여가 계속되는 한 계속될 것입니다. 

(임근배, ‘100번의 땅집사향’ 내용 중 일부 전재, 그림字 07, 《와이드AR》 45호, 2015년 5-6월호)

2019년 6월 12일, 월례 건축세미나 ‘땅과 집과 사람의 향기’(약칭, 땅집사향) 150차 프로그램이 서울 마포구의 이건하우스에서 열렸다. 2006년 10월 첫 세미나 후 13년째 이어오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2006년 봄 나는, 서울 중구 신당동에 그림건축의 이름으로 개업한, 임근배 대표의 배려로 그의 사무소 설계실 내 한 공간을 무상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나가는 시점에 마음의 빚을 갚을 요량으로 임 대표의 사무소 직원들을 위한 작은 세미나를 기획하기로 하였다. 신생 사무소의 신선한 이미지를 살리고, 아틀리에 유형의 사무소가 중대형 사무소에 비해 상대적 빈곤을 느끼는 자체 교양 프로그램의 기획을 통해 바깥세상의 이슈들을 설계실 안에서 편안하게 만나는 자리를 구상했다. 문향도 느끼고, 사람의 향기도 느낄 수 있기를 바랐다. 내용적으로는 건축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에게 땅에서 주제를 찾는 것이 당연한 선택지가 되었으면 했다. 그런 생각들을 담을 세미나의 이름은 가급적 순 우리말이었으면 했고-이는 임 대표와의 묵언의 교감이 이뤄진 결과-앞의 중심어들이 자연스레 금줄처럼 엮이어 ‘땅과 집과 사람의 향기’라는 이름으로 탄생했다. 그해 10월 말일 땅집사향은 그림건축 설계실 한켠의 회의용 테이블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시인 건축가 함성호 씨를 첫 번째 이야기 손님으로 초대하여 출발하게 된다. 불과 몇 차례 운용하지 않았음에도 땅집사향은 이내 그림건축 밖으로 소문이 돌았고 자연스럽게 참가를 문의해오는 외부인들에게도 개방하는 자리로 옮아갔다. 그 결과 땅집사향의 주무대는 예의 회의용 테이블을 벗어나 설계실의 중심공간을 차지하며 찾아오는 손님들을 맞게 된다. 그럼에도 땅집사향의 열기에 비하여 늘상 공간은 비좁았고, 누군가는 더러 불편을 느끼기도 했지만 그것은 땅집사향의 성격을 대변하는 또 다른 매력 요소이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땅집사향의 정례화는 숨죽이고 있던 내 안의 건축저널리즘에 대한 새로운 모형을 세우게 했고, 땅집사향이 열리는 그림건축에서 나는 월간 《건축인poar》를 잇는 두 번째 건축 잡지 창간을 기정사실화 하고-후배 편집자, 기획자, 사진가들과 1년의 길고도 질긴 회합을 통해서-2008년 1월 격월간 《와이드AR》을 창간한다. 땅집사향은 이미 현장의 이슈를 독려하는 건축저널이었고, 보다 중요한 것은 그 자체로 《와이드AR》의 모태공간이었다는 점이다.

매월 한 차례, 세 번째 주 수요일 저녁에 개최되어 오고 있는 땅집사향은 지금까지 아홉 가지의 프로그램을 선보였는데 그것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차 프로그램(2006∼2007)은 국내의 건축 및 관련 분야 책의 저자들을 초대하여 관심주제를 공유하는 것이었다. 함성호(1차), 김철현(2차), 봉일범(3차), 손장원(4차), 황두진(5차), 이용재(6차), 조택연(7차), 이일훈(8차), 안창모(9차), 배정한(10차), 배형민(11차), 이종건(12차) 제씨가 이야기손님으로 출연했다.

2차 프로그램(2007∼2008)은 건축, 디자인, 미술 전문지 편집장 및 일간지 문화부 데스크를 초대하여 저널리즘의 세계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박성태(13차), 홍경한(14차), 구본준(15차), 김달진(16차), 김신(17차), 이우재(18차) 제씨가 동참했다.
 
3차 프로그램(2008∼2009)은 30대 중반∼40대 초반 젊은 건축가들을 중심으로 ‘건축가 초청강의’(시즌 1) “나의 건축, 나의 세계”를 펼친 프로그램이었다. 조정구(19차), 박준호(20차), 윤창기(21차), 손세형(22차), 윤승현(23차), 김진숙(24차), 정수진(25차), 윤웅원(26차), 문훈(27차), 전유창(28차), 정현아(29차), 곽희수(30차), 김영재(31차), 유승종(32차), 신창훈(33차), 유석연(34차), 김기중(35차), 김찬중(36차), 김정임(37차), 김종진(38차) 제씨를 초대했다.

4차 프로그램(2010)은 40대∼50대의 중견건축가들을 중심으로 ‘건축가 초청강의’(시즌 2) “Power Architect_내 건축의 주제”를 기획하였다. 이충기(39차), 김헌(40차), 오섬훈(41차), 최욱(42차), 최삼영(43차), 조민석(44차), 조남호(45차), 박유진(46차), 임재용(47차), 안용대(48차), 김개천(49차), 구영민(50차) 제씨가 이야기를 풀었다.

5차 프로그램(2011∼2012)은 ‘건축가 초청강의’(시즌 3)로 기획하여 차세대 건축을 리드할 젊은 건축가(New Power Architect)들이 현재 관심하고 있는 건축의 주제와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듣고 물었다. 양수인(51차), 이정훈(52차), 장영철+전숙희(53차), 임지택(54차), 나은중+유소래(55차), 고기웅(56차), 조한(57차), 최춘웅(58차), 김원진(59차), 신호섭+신경미(60차), 양성구(61차), 김호민+유승우(62차), 권형표+김순주(63차), 최진석(64차), 박창현+이진오+임태병(65차), 김성욱(66차), 오영욱(67차), 정의엽(68차), 김희준(69차), 최종훈(70차), 안기현+이민수(71차), 박인수(72차), 하태석(73차), 노휘(74차) 제씨가 나섰다.
  
6차 프로그램(2013∼2014)은 전·후반기 각 6회로 내용을 달리하여 진행했다. 전반기는 ‘건축 기획’에 초점을 맞추어 도시재생과 문화예술 현장의 주요 기획자들의 이야기를 청해 듣기로 하고 임현성(75차), 조준배(76차), 황순우(77차), 신승수(78차), 김주원(79차), 김찬동(80차) 제씨를 초대했다. 후반기 6회는 ‘건축사진가열전’(시즌 1)으로 기획하여 국내의 내로라하는 건축사진가를 주목했다. 김재경(81차), 박영채(82차), 김용관(83차), 이인미(84차), 조명환(85차), 박재영(86차) 제씨가 이야기 손님으로 등장했다.

7차 프로그램(2014~2015)은 ‘건축가 초청강의’(시즌 4)로 우리 건축의 선후배 건축가들을 가로지르는 기획을 가지고 그들이 관심하는 건축의 주제를 듣고 묻는 시간으로 꾸렸다. 홀수 달은 선배 건축가들을 ‘Strong Architect’의 이름으로 초대했고, 짝수 달은 후배 건축가들을 ‘Power & Young Architect’의 이름으로 초대했다. 최동규(87차), 강예린+이치훈(88차), 방철린(89차), 김성우+정우석(90차), 김인철(91차), 박진택(92차), 이성관(93차), 우대성+조성기+김형종(94차), 곽재환(95차), 이은경(96차), 우경국(97차), 신혜원(98차), 박승홍(99차), 우의정(100차), 유걸(101차), 김수영(102차), 김병윤(103차), 김윤수(104차), 조성룡(105차), 정영한(106차) 제씨가 주인공이다.

8차 프로그램(2015~2016)은 ‘건축사진가열전’(시즌 2)으로 기획되어 2년 전 ‘시즌 1’에 이어 맹활약중인 한국건축사진가들의 계보를 이어냈다. 진효숙(107차), 황효철(108차), 남궁선(109차), 윤준환(110차), 박완순(111차), 노경(112차) 제씨를 초대했다.

9차 프로그램(2016~2019)은 다시 ‘건축가 초청강의’(시즌 5)로 기획되어 현재 4라운드가 진행 중이다. 노경록+박중현+이상묵(113차), 곽상준+이소정(114차), 윤한진+한승재+한양규(115차), 조장희+원유민(116차), 문주호+임지환+류재희(117차), 국형걸(118차), 정이삭(119차), 신현보+류인근+김도란(120차), 이승택+임미정(121차), 맹필수+문동환+김지훈(122차), 오신욱(123차), 송률+크리스티안 슈바이처(124차), 조성욱(125차), 김동진(126차), 서재원+이의행(127차), 우지현+차상훈+최영준(128차), 천장환(129차), 최성희+로랑 페레이라(130차), 김창균(131차), 지정우(132차), 민우식(133차), 김용남(134차), 김주경(135차), 김태만(136차), 조성익(137차), 홍재승+최수연(138차), 이상대(139차), 김범준(140차), 김세경+민서홍(141차), 박창현(142차), 임영환+김선현(143차), 조진만(144차), 강병국(145차), 강승희(146차), 김광수(147차), 이한종(148차), 손진(149차), 정재헌(150차) 제씨가 출연했다.

지금까지 150차에 걸쳐서 매회 매순간 우정 출연하여 준 이야기 손님들 덕분에 땅집사향이 오늘에 이르렀다. 저들과 함께 13년째 땅집사향 운영의 주체로 자리를 지킨 임 대표(와 그림건축 전·현직 구성원 모두)의 존재는 작은 사무소의 한계를 뛰어넘어 나눔의 가치를 실천하는 건축대중의 한 표상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또한 시공문화사와 수류산방의 도서협찬, 이건창호의 장소후원 등 동지적 마음들이 모여서 땅집사향은 우리 건축장(場)에 하나의 문화 혹은 새 전통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누군가에겐 우스갯소리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임 대표와는 땅집사향의 200차 개최를 최소 목표로 정하여 달려가자고 서로를 격려한다. 그 후 제2, 3의 임 대표와 같은 이에게 바통이 이어져 다시 300차, 400차로 목표 수정해갈 것이란 기대와 함께. 그렇게 우리 시대의 말판을 꾸려가노라면 그 사이 한국현대건축을 말하는 층위는 더욱 두터워져 있을 테고, 건축의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공간 환경 또한 단단한 토대 위에 서 있으리란 벅찬 꿈도 현실로 만날 수 있을 터다.

(본문 사진 제공 = 그림건축)

전진삼 논설위원은... 격월간 《와이드AR》 발행인 겸 간향클럽, 미디어랩&커뮤니티 대표. 『건축의 발견』, 『건축의 불꽃』, 『조리개 속의 도시, 인천』, 『건축의 마사지』 등의 건축비평집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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