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재로 된 새시, 알루미늄 새시, 철제 방화문의 새시… 어느 것이 화재에 가장 잘 견디었다고 생각하세요? 정답은 목재 새시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목재는 불에 타기 때문에 화재에 취약하다고 알고 있다. 이 때문인지 화재 현장의 뉴스에도 항상 목재가 화마의 원인인 것처럼 보도되고 있다. 그런데 목재가 불에 약하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오히려 화재로부터 생명이나 재산을 지키는 것이 목재다. 목조건축은 화재 현장에서 피난 시간을 확보하는데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목재는 불에 타지만, 타는 것은 목재의 표층이지 내층까지는 타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목재 표면이 뜨거워지면 그 표면에서는 불꽃이 일고 서서히 타면서 숯이 된다. 이를 ‘탄화’라고 하는데 목재의 탄화 속도는 1분간 0.5~1.0mm 정도다. 그렇지만 먼저 타서 숯이 된 부분이 10mm 이상이 되면 탄화피막을 형성하여 열분해 구역이 생긴다. 이 구역에서는 열 흐름이 방해를 받으므로 열 침투가 매우 서서히 일어나고 내부로 불이 확산되는 것을 막아 준다. 그러므로 큰 단면을 갖는 목재는 탄화를 저지하는 방호막이 생기므로 자연적으로 탄화 속도를 지연시킨다. 또한 탄화피막의 10mm 내측 온도는 100℃ 정도로 목재의 강도나 경도 저하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여기에 단면이 5×10cm의 목재, 철재, 알루미늄을 가열하면서 강도가 저하되는 것을 비교한 데이터가 있다. 철은 열을 받으면 5분 후(약 500℃)에는 원래 강도의 40%, 10분 후(약 700℃)에는 10%까지 감소한다. 알루미늄은 3분 후(약 400℃)에는 원래 강도의 20%, 5분이 지나면 완전히 녹아 액체가 되기 때문에 강도를 완전히 상실한다. 알루미늄 기둥으로 된 세계무역기구 빌딩이 911테러에서 1시간도 안되어서 무너져 내린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반면 목재는 15분(약 800℃)이상이 되어도 60%의 강도를 유지한다. 철근콘크리트나 강재는 화기로 인해 재료의 물성이 2차적으로 변할 수 있는데 반해 목재는 안전하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최근 목조건축에서는 불에 타고 남은 강도를 내화설계에 적용하고 있다. 바로 구조재가 타고 남는 부분의 강도를 구조설계의 값으로 적용하는 ‘탄화설계’다. 예를 들어 1시간 동안 불에 견딜 수 있는 목조주택을 설계하려면, 구조적으로 필요한 목재 크기에 1시간 불에 타는 분량을 목재 치수로 늘려서 여분이 있는 설계를 하면 된다. 이는 평상시에는 구조계산 값을 높여서 안정성을 향상시키고, 화재가 났을 때에는 탄화설계를 적용한 부분이 구조에 필요한 단면적을 방화피복 한다는 생각의 전환이다. 설령 구조부재가 불에 탄다고 해도 탄화되지 않고 남아있는 목재가 건물을 지지할 여력이 있으면 건물이 붕괴될 위험은 없다. 일본에서는 지금까지 집성재와 구조용집성판(CLT)에만 적용되던 탄화설계를 이제는 주택의 구조부재에도 적용하는 것을 인증하고 있다. 탄화설계는 자연이 준 목재 본연의 방화성능을 적용하는 것이다. 현대 문명의 과신으로 자연의 고마움을 망각하고 살아 온 우리에게 목재의 신통방통함을 다시 일깨워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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