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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뭐 하는 사람인지 아시는 분?”…‘사진 찍는 건축사’

기사승인 2019.06.03  15: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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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건축사협회 사진동호회] ‘장수사진’ 촬영 탐방기

“우리는 편리하고, 건강한, 그리고 안전한 집을 지을 수 있게 설계하고 감리 하는 건축사예요.”
김기성 대한건축사협회 사진동호회장(예가 건축사사무소)이 입을 연다. 자신을 ‘건축사’라고 소개한다. 어르신 40여 명을 앞에 두고서다. 색동저고리 곱게 차려입은 어르신들이 김기성 건축사를 바라본다. 김기성 건축사는 왜 25년여를 이어온 업을 새롭게 소개해야 했을까.

5월 21일 오전 대구 남구 대명11동 행정복지센터 4층 대회의실 내부가 분주하다. 행사 준비가 한창인 사람들의 손놀림이 바쁘다. 아침 일찍 한복을 차려입고 자리에 앉은 어르신부터 머리 손질 하는 모습을 거울로 바라보는 어르신들도 눈에 띈다. 그 사이에 김기성 건축사가 있다. 이날은 대명 11동 어르신들의 ‘장수사진’을 찍는 날이다. 사진동호회에서 4년째 하고 있는 일이다. 김기성 건축사를 비롯한 사진동호회원들은 대구 남구 대명동 일대를 돌며 매년 네 차례 ‘어르신 장수사진 촬영’ 행사를 연다. 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온 행사날 김기성 건축사는 ‘감사하다’ 말했다.
“매년 5월에 관내 몇 개 동을 정해 사진 촬영을 해요. 우리가 뭐 하는 사람인지 아시는 분? (웃음) 우리는 여러분들이 안전하고 건강한 집을 짓도록 설계 감리 하는 건축사예요. 그런 일을 하면서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일을 찾다 보니 사진을 찍게 됐어요. 어르신들 행복과 장수를 빌면서 사진을 찍어요. (이런 일을 할 수 있어서) 참 감사하죠.”

솔직한 감상에 어르신들이 웃는다. 촬영장 분위기가 한층 누그러진다. 조재구 대구 남구청장과 박장걸 대명11동장 등도 자리해 어르신들의 안녕을 기원했다. 한 차례 자리를 기념하는 식순이 끝나자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됐다. 건축사들이 ‘자세’를 잡았다. 고정된 카메라 두 대가 무대를 바라본다. 그 뒤에 건축사 두 명이 각각 앉았다. 사진동호회에서 활동하는 박해원(주.가인 건축사사무소), 신철균 건축사(건축사사무소 다모)다. 사무소를 비우고 ‘출장’ 나온 그들은 뷰파인더를 요리조리 살핀다. 오전과 오후를 통틀어 어르신 84명의 장수사진을 찍을 오늘의 사진가들이다.
전구 두 개를 스탠드 대에 연결해 만든 간이 조명과 무대 위에 연결된 흰색 스크린을 내려 배경을 만들었다. 조촐하지만 필요한 장치다. 그곳에 의자를 두고 어르신들을 모신다. 발걸음을 옮기는 그들을 바라보는 건축사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자, 김치~”, “더 김치~!!” 진지한 표정과 달리 건축사들은 갑자기 ‘김치’를 찾는다. 촬영이 어색한 어르신들을 위한 ‘서비스’다. 사람들 대다수가 카메라를 의식하면 표정이 굳는다. 카메라를 정면에 둔 어르신들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 마음을 찍는 이들은 잘 안다. 누르면 소리가 나는 닭 모형을 준비한 것도 그런 이유다.

사진동호회에서 준비한 서비스는 그뿐 아니다. “점을 빼달라거나 눈을 크게 해달라거나 하면, 이런 것 다 해드리니까 말씀 하시면 바꿔드려요~” 박해원 건축사가 한 장 한 장 사진을 찍으며 어르신들에게 말을 건넨다. 어르신들이 웃는다. 미소는 사진을 찍을 때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4년간 장수사진을 찍어온 박 건축사에게 이 정도 일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사진동호회원들도 ‘처음’은 어려웠다고 말한다. 김 회장은 “시행착오를 많이 거쳤다”며 “우리도 처음 시작할 때는 우왕좌왕 하곤 했는데, 이제 4년이나 됐으니까 그나마 낫다”고 회고했다. 봉사활동을 지속해온 경험이 더 나은 활동을 보장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돈 안 줘도 됩니꺼?” 촬영을 마치고 나가는 길에 한 어르신이 말을 꺼냈다. “동사무소 서비스임더~” 누군가 어르신께 화답했다. 어르신은 무료라는 말이 괜스레 어색한 듯 주춤주춤 자리를 떠나며 멋쩍은 미소를 띠었다. 건축사들에게는 몇 년째 이어온 행사지만 어르신들에겐 몇 년에 한 번 돌아오는 드문 기회일 터다.
“사진도 없는데 잘 찍어줘서 참 고맙죠. 예쁘게 나왔더라고요. 제일 좋은 일 한 거죠. 우리(어르신들)는 사진 찍기가 어려우니까…. 이제 걱정도 덜었고, 참 반가운 일이에요.” 올해로 일흔여섯이라는 양순자 씨는 촬영장을 나서며 연신 웃었다.
“마지막 찍는 사진(영정사진)이에요. (기회가 더 없더라도) 할 수 없지요. 재미있었어요. 어색하거나 그런 것은 없었는데 내가 너무 못나서….(웃음)” 촬영을 마친 류동희(83)씨는 다른 이들의 모습을 구경하며 소감을 밝혔다.

누군가의 마지막 사진을 찍고 있다는 사실을 사진동호회원들도 안다. 그럼에도 어르신들의 장수를 기원하며 찍는 게 자신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이들은 믿는다. ‘장수사진’은 그런 고민에서 비롯된 명칭이다.
이날 촬영된 사진은 보정 작업을 거쳐 액자 형태로 제작된다. 행사를 주최한 대구남구문화원에서 이 같은 작업을 돕는다. 행정복지센터와 대구남구문화원, 또 지역 사회의 도움을 받아 사진동호회는 앞으로도 이 일을 지속할 예정이다. 대구 남구는 어르신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임경호 기자 port09@naver.com

<저작권자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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