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없이는 지속적인 상거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가격 이상의 가치를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자리 잡고 있어야 지속적인 거래와 경제 활동이 가능하다. 그런데 신뢰 시스템은 무척 독특한 특징이 있다. 공식 채널을 통해 유통되는 정보보다 비공식 채널을 통해 유통되는 정보가 더 큰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
실제 나도 비트코인이나 블록체인 같은 새로운 기술을 활용한 상품이나 서비스와 관련해서 정부나 미디어를 통해 유통되는 공식 정보보다 지인이나 친구의 경험 등 비공식 정보에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했던 기억이 있다. 에델만 조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정부 관리보다는 지인이나 SNS 친구에 대한 신뢰도가 무려 두 배나 높았다. 또 닐슨미디어 조사 결과, 응답자의 80%는 친구나 가족이 전해준 정보를 전적으로, 혹은 어느 정도 신뢰한다고 답했다. 결국 거래의 핵심인 신뢰에서 비공식 채널의 정보가 더 큰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구전, 혹은 온라인 익명 채널, 커뮤니티나 댓글 등을 통해 유통되는 소위 언더그라운드 정보는 공식 채널을 통해 유통되는 정보와 전혀 다른 성격을 갖고 있다. 이 분야 전문가인 이시혁 the Q 대표 등에 따르면 비공식 정보는 적어도 다음 세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첫째, 언더그라운드 정보는 ‘사실 여부’가 중요하지 않다. 공식 채널로 유통되는 정보와 달리 비공식 채널에서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각색되거나 과장된 이야기들이 더 환영받는다. 둘째, 공식적인 직함이나 위계가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 신입사원이 사장을 비난하는 게 흔하게 일어난다. 셋째, 가치 기준이 다르다. 공식 미디어에서 전혀 중시하지 않는 소식이 비공식 채널에서는 핫이슈가 되기도 한다.
특히 초연결 사회가 도래하면서 언더그라운드 정보의 양과 질이 폭증함에 따라 기업에 끼치는 영향도 급격히 커지고 있다. 이는 기업에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제공한다. 불합리한 관행이나 리더십이 행사되는 조직에서 언더그라운드 정보는 심각한 생존의 위협이 된다. 반면, 언더그라운드 정보를 잘 활용하면 조직 운영이나 사업 전략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실제 SK텔레콤이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공식 후원사인 KT보다 훨씬 큰 마케팅 효과를 낼 수 있었던 원천은 붉은악마의 엇박자 박수를 알고 있었던 젊은 직원의 비공식 정보였다고 한다. 당시 SK텔레콤은 자체적으로 응원가와 응원법을 마련했는데, 한 젊은 직원은 비공식 채널로 알게 된 붉은악마의 응원법을 활용하자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붉은악마와 네트워크를 갖고 있던 외부인의 비공식 정보까지 전달되면서 과거 투자를 무효화하는 단호한 의사 결정이 이뤄졌고, 결국 ‘매복 마케팅’(교묘히 규제를 피해가며 이뤄지는 마케팅)의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 졌다.
소셜 및 구전과 관련한 비공식 정보의 영향력이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 블라인드나 SNS 채널 등을 통해 유통되는 다양한 정보, 조직원들의 뒷담화 등이 경쟁우위의 원천이 될 수도 있고 위기를 촉발할 수도 있다. 비공식 정보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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